외교소식통 “이란, 문 대통령에게 동결자금 관련 친서 2번 보내… 아무런 조치 않자 분노”
  • ▲ 한국 유조선 'MT 한국케미'호를 나포하려 접근하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고속정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 유조선 'MT 한국케미'호를 나포하려 접근하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고속정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한국 유조선을 나포한 배경에는 국내 은행에 동결된 70억 달러(약 7조6430억원) 문제가 핵심이라는 정황이 계속해서 드러났다. 

    이란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두 번 보냈음에도 별다른 행동이 없었던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이란 측 인사로 추정되는 ‘외교소식통’은 국내 언론을 통해 “한국에 동결된 자금 가운데 백신 구입비용을 포함 10억 달러(약 1조900억원)를 의료장비·물자 구입에 사용하고 싶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한국-이란, 지난해부터 동결자금으로 백신 구매대금 결제 논의

    동아일보 등에 따르면, 한국과 이란은 지난해부터 국내 2개 은행(우리은행·IBK기업은행)에 있는 이란 원유대금 중 일부로 우한코로나(코로나19) 백신 공동구매 프로그램 ‘코벡스 퍼실리티’에 백신 대금을 납부하는 논의를 진행했다. 

    이란은 (한국에) 동결된 자산 가운데 10억 달러 정도를 백신 대금과 의료장비를 구매하는 데 사용하고 싶다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코벡스 퍼실리티’에 납부하려는 백신 대금은 5000만 달러(약 545억원)라고 한다.

    한겨레에 따르면, 한국과 이란은 동결된 자금으로 백신을 구입하는 방안에 합의한 뒤 미국 재무부로부터 제재 면제 승인까지 받았다. 하지만 한국의 은행 가운데 한 곳이 미국의 이란 제재를 언급하며 “이란 측 자금이 스위스 은행의 코벡스 퍼실리티 계좌에 송금될지 보증할 수 없다”는 견해를 고수하면서 난관에 부닥쳤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후 이란은 미국 금융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코벡스 퍼실리티에 백신 대금을 납부하는 방안을 내놓으라고 우리 정부에 계속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문재인 대통령에 두 번 친서 보냈지만 실질적 행동 없었다” 불만

    이런 갈등이 지속되던 차에 이란이 한국 유조선을 나포했다는 추측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이란이 한국 선박을 나포할 위험이 있다”는 첩보가 외교부와 청와대에 보고된 것도 ‘동결자금’ 사용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겨레는 여기에 양국 간 ‘친서 문제’까지 있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한국과 이란 관계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두 번이나 보냈다”며 “한국은 그때마다 답장은 했지만 적절하고 실질적인 조처가 없었다. 석유대금 70억 달러에 (이란) 멜라트 은행이 한국은행에 지불준비금으로 예치한 돈까지 합치면 90억 달러가 넘는다. 이는 이란 국민의 목숨이 걸린 돈”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또한 청와대와 외교부에 (이란 측이 보낸) 친서와 10억 달러 이야기를 물었더니 “외교관행상 정상 간 행위를 확인해주지 못한다”면서도 친서의 존재를 부인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란은 지금 미국을 향해 시위하는 것”이라며 “때문에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동결자금과 백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일 이란을 찾더라도 쉽게 결론이 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정부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친서를 두 번이나 보냈음에도 조치가 없었던 탓에 이란 측의 불만이 증폭된 것이므로 문 대통령이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설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