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에 400억 들여 ‘진실과 화해의 숲’ 조성… 좌익세력 만행 외면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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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대전에 조성하는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 추모사업 배경을 설명하면서 6·25전쟁 때 한국군과 유엔군만 민간인을 학살한 것처럼 묘사했다. 게다가 민간인 희생자 추모 대상에 인민군과 빨치산 등 적대세력에게 학살당한 희생자는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 ▲ 행안부 산하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과 대전 동구청이 추진 중인 '진실과 화해의 숲' 추모공원 조성사업. ⓒ홈페이지 캡쳐.
사업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산하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이하 업무지원단)은 6·25전쟁 때 좌익에게 희생당한 사람을 추모하는 사업은 벌인 적이 없다고 밝혔다.
“6·25는 내전에서 국제전이 된 전쟁… 남측 민간인 희생자, 군·경에 대량학살당해”
조선일보는 23일 “행정안전부와 대전 동구는 최근 6·25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진실과 화해의 숲’ 국제 설계공모 당선작을 선정했다”며 “그런데 공모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주최 측은 6·25 민간인 학살 대부분이 유엔군과 국군에 의해 자행된 것처럼 서술했다”고 보도했다.
‘진실과 화해의 숲’ 국제 공모 홈페이지의 공모 배경 설명에서 김영섭 총괄기획가는 “일본제국주의 강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한민국을 수립한 지 2년 만에 한반도에서 발발한 전쟁은 짧은 기간 최대의 인명피해를 세계사에 기록한 내전”이라며 “남과 북의 내전은 세계를 양분한 냉전체제의 대리전까지 치르게 되는 국제전으로 비화되며 확전되었다”고 주장했다.
김 총괄기획가는 이어 “북측 민간인 희생자 150만 명 중 약 90%는 대부분 네이팜탄 공습으로 인한 소사자(燒死者)와 댐 파괴로 인한 익사자들인 반면 남측 50만 민간 희생자들 중 약 30만 명은 놀랍게도 군·경과 적대적 민간인들에 의한 대량학살로 죽어갔다”면서 “반공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남쪽 진영은 보도연맹 가입 경력자, 북측 포로, 북측 점령기의 부역자, 그리고 15년형 이상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죄수들을 처형했다. 좌익 꼬리표가 붙은 사람들은 전쟁 발발 직후부터 예비검속의 미명하에 전격적으로 집단처형을 당했다. 전쟁기간 내내 이러한 일들은 남북한 전역에서 자행되었다”고 주장했다.
처음부터 국제전이었던 6·25 전쟁… 민간인 학살자 대부분 인민군과 빨치산에 당해
김 총괄기획가의 주장은 그러나 사실부터 틀렸다.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 인민군이 6·25를 일으킨 지 하루 만에 긴급회의를 소집해 “북한의 침략을 격퇴하기 위해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6·26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군 참전의 근거다.즉, 6·25는 시작부터 국제전이었다. “6·25전쟁이 내전에서 시작됐고, 중공군이 참전한 때부터 국제전으로 비화됐다”는 주장은 북한과 중국이 침략을 정당화할 때마다 내놓은 주장과 거의 같다.
“6·25전쟁 당시 북측 민간인 희생자 150만 명 가운데 90%가 폭격과 댐 파괴로 사망했고, 남측 민간인 희생자 가운데 30만 명이 군·경과 적대적 민간인들에 의한 대량학살당했다”는 주장 또한 북한과 국내 좌익진영만 믿는 내용이다. -
1952년 작성된 ‘대한민국 통계연감’에 따르면, 남한에서만 12만2799명이 인민군과 빨치산, 좌익 자경대에게 살해당했다.
- ▲ 과거사위원회가 1기 시절 조사한 적대세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 보고서 목록.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 홈페이지 캡쳐.
1954년 공보처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4만4663명이 좌익에게 살해당했다. 이 중 2만8945명은 학살당했다.2003년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남한 민간인 사망자는 24만4663명이고, 그 중 학살 희생자는 12만8936명이었다. 북한 민간인 사망자는 40만6000여 명으로 추정했다.
1953년 북한 공식 발표에 따르면, 북측 민간인 사망자는 28만2000여 명, 실종자가 79만6000여 명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6·25전쟁 중 북한에서 인민군과 보위부가 ‘예비검속’을 벌여 학살한 민간인만 1만9930명이라는 기록도 있다.한국군이 저지른 ‘북측 포로’ 학살도 거의 없었다. 반면 303고지 학살이나 서울대병원 학살처럼 인민군이 포로나 환자를 살해한 사건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장 큰 문제… 6·25 당시 좌익에 학살당한 희생자 추모사업은 아예 없어
이처럼 사실과 다른 주장을 담은 ‘진실과 화해의 숲’ 국제 공모 배경은 영문으로 번역돼 전 세계에 전달됐다고 조선일보는 지적했다. 공모에는 42개국 109팀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이 사업을 대전 동구와 함께 진행 중인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은 행정안전부 산하 기구다. 업무지원단은 2009년 7월 노근리 사건, 제주4.3사건, 거창 사건 지원단을 통합해 만들어졌다. 2011년 4월 과거사처리지원단, 2014년 5월에는 민주화운동보상지원단을 흡수통합했다.
‘진실과 화해의 숲’ 사업은 2010년 과거사진실과화해위원회(과거사위)가 1기 사업을 마무리하고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위령시설 건립’을 정부에 권고하면서 추진했다.정부는 보도연맹 학살사건 현장으로 알려진 대전 동구 일대에 402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2024년까지 부지 면적 9만8000㎡, 연면적 3800㎡ 규모의 추모공원을 건설할 예정이다.
그런데 과거사위는 1기 사업에서 6·25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을 2가지로 분류해 조사했다. 조사1국은 인민군과 빨치산·인민위원회 등 적대세력에 의한 학살, 조사2국은 미군 등 유엔군과 한국 군·경에 의한 학살을 조사했다.업무지원단 홈페이지에는 적대세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 조사보고서 111건이 게재됐다. 과거사위 1기가 접수받은 ‘적대세력’ 관련 진실규명 신청은 1774건이었고, 이 가운데 1445건은 조사를 마쳤다. 그럼에도 정부는 6·25 당시 인민군과 빨치산 등에 희생된 민간인 추모사업은 전혀 하지 않은 것이다.
업무지원단 측은 “과거사위 1기 사업 후 권고에 따른 추모사업만 펼쳤다”며 “6·25전쟁 당시 적대세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 추모사업은 지금까지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업무지원단 측은 “다만 올해 12월10일 과거사위 2기 위원회가 출범했으니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