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제청 올라오면 文 곧바로 재가할 듯…"원전 수사, 울산 부정선거 수사 올스톱 될 것"
  •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상으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의결한 것과 관련해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이를 제청하면 즉시 재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날 징계위의 결정과 관련해 별다른 반응 없이 "윤 총장 징계와 관련된 법무부장관의 제청 시간은 법무부에 문의하시기 바란다"는 견해만 밝혔다. 사실상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징계의결서 작성 등에 물리적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최종 재가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징계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징계위는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징계위는 지난 10일 열린 첫 심의에서 윤 총장 측의 위원 기피신청을 모두 기각했고, 15일 두 번째 심의에서도 윤 총장 측이 정한중 위원장직무대리와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상대로 낸 기피신청을 기각했다. 공정성을 해할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또한 징계위는 심의를 종결한다며 윤 총장 측에 1시간 안에 최종 의견진술을 하라고 압박했고, 윤 총장 측이 심의 전 과정을 녹음해달라고 요청한 점도 속기사에 의한 녹취와 증언 시에만 녹음 등 제한적으로만 받아들였다. 

    결국 징계위는 검사징계법 규정대로 징계위원 7명을 채워달라는 윤 총장 측 요청마저 거부하고 '반쪽짜리'인 출석 위원 4명 중 3명의 찬성으로 의결을 강행했다.

    추·윤 갈등에서 문·윤 갈등으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제 향후 2개월은 추·윤 갈등에서 문·윤 갈등으로 판이 짜이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추 장관은 징계 제청으로 할 일을 끝냈고, 문 대통령이 자기 손으로 징계를 재가함으로써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의미다. 

    윤 총장 측은 징계안과 관련 "불법부당한 조치"라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만큼, 소송전에 따른 여론의 관심은 지속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서는 만장일치로 '법무부장관의 징계 청구 등이 부적정하다'고 의결했고, 법원은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추 장관 명령의 효력을 뒤집었다. 윤 총장 측이 이어지는 법적 대응에서 징계효력집행정지 신청을 또 받아낼 경우 문 대통령의 재가 결정은 사법부의 판단과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여권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윤 총장이 복귀하는 내년 2월이 되기 전까지 최종적인 '윤석열 찍어내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윤 총장이 공수처 수사를 받아 수세에 몰리면 법원이 다시 징계효력정지신청을 인용할 가능성이 작다는 점을 이용한 전략이다.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14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징계위의 정직 후 (여권이) 공수처검사를 동원해 검찰총장을 수사·기소할 것"이라며 "1차 징계위의 인적구성, 진행상황을 보면 그냥 넘길 수 있는 소문은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이 징계안을 재가하면 윤 총장은 두 달간 지휘권을 상실해 권력형 비리 수사가 사실상 표류한다. 대표적으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라임·옵티머스 사기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 등이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공수처장이 '다른 수사기관(검찰 등)에 사건 이첩을 요청할 경우 응하도록 한다'(공수처법 24조 1항)는 근거를 들어 이들 사건을 가져와 수사동력을 멈출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수단으로도 의미가 크다"며 "검찰은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스스로 잘못을 책임지지 않는 성역이라는 국민의 비판을 받았다"고 공수처를 통한 검찰 견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월성·울산 사건 올스톱, 공수처로 뭉갤 것"

    검찰 출신인 김진태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두 달이면 '작업'에 충분한 시간이다. 월성 1호기 조작 사건, 울산 부정선거 사건 수사는 올스톱 되고, 연초에 대규모 검사 인사를 단행해 수사팀을 공중분해시킨다"며 "그러는 동안 공수처를 출범시켜 저 사건들을 가져가 뭉갠다"고 내다봤다.

    김 전 의원은 "정직 2개월은 양보를 가장한 꼼수다. 하지만 세상 일은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며 "민심의 성난 파도를 감당할 수 있을까"라고 경고했다.

    검찰 출신인 금태섭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온 나라가 몇 달째 시끄러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충돌에 대해서는 (둘 다 자기가 임명한 사람들인데) 남의 일 얘기하듯이 절차적 정당성 얘기만 했다"며 "'리더 리스크'(leader risk)가 얼마나 큰 문제인지 실감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권력이 마음을 먹으면 검찰총장도 저렇게 누명을 씌워 보낼 수가 있다"면서 "원래 헌법을 수호하는 게 대통령의 임무인데, 대통령이 나서서 헌정을 파괴하고 있으니. 원래 대통령감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냥 (노무현의) 비서에서 그치는 게 좋았을 것을"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