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관련 금융사기가 검사 비리로 흘러"… '라임' 박순철 남부지검장 사표 배경 분석
  • ▲ 검찰청의 모습. ⓒ정상윤 기자
    ▲ 검찰청의 모습. ⓒ정상윤 기자
    "집권여당과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한 것에 따른 명백한 항의와 경고라고 보인다."
    "법무부장관이 나서서 검찰총장을 배제시키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한 일이다. 남부지검장이라는 자리는 분명히 책임 있는 자리이고, 그의 사표는 장관의 행동이 얼마나 부당한 것인지 알리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22일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를 수사하던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 법조계에서는 이 같이 분석했다. 

    박 지검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박 지검장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서신으로 촉발된 라임 부실수사 의혹을 반박하고, 추 장관이 수사지휘를 배제한 윤 총장의 가족과 관련한 수사와 관련해서도 '윤 총장이 이미 회피해왔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 지검장은 "수사지휘 여부와 관계 없이 부패범죄에 대하여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어야 하고, 이는 검찰의 당연한 임무"라면서 "그 (윤 총장 가족) 사건 선정 경위와 그간 서울중앙지검의 위 수사에 대하여 검찰총장이 스스로 회피해왔다는 점에서 선듯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박순철 사표, 추미애 향한 항의성 차원"

    법조계에서는 박 지검장의 사표가 추 장관을 향한 항의성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박 지검장이 검사로서 추 장관의 수사지휘가 부당하다는 것을 인식했으며, 그런 사실을 알리기 위한 취지라는 해석이다. 

    추 장관은 지난 19일 라임 사태와 윤 총장 가족·측근 사건 수사에서 윤 총장을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지난 7월 윤 총장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의 연루 의혹이 있던 검언유착 수사 이후 두 번째다. 

    검찰 출신 한 법조인은 "(박 지검장 말대로) 정치가 검찰을 덮은 것은 사실 아니냐. 법무부장관이 검찰을 시녀화하고 좌지우지한다"면서 "박 지검장도 검사로서의 양심과 현실이 충돌했을 텐데, 그런 상황에서 검사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또 다른 법조인도 "사실상 현재 검찰은 청와대 검찰국"이라면서 "장관이 인사권을 멋대로 휘두르면서 직접 지시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한 변호사는 "김봉현이라는 한 사람의 말 한마디로 검찰을 좌지우지하려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라는 지적이 (법조계에서도) 일고 있다"면서 "(박 지검장이) 오늘 오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국감을 앞두고 메시지를 좀 더 확실히 전하려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금융범죄 사건인 라임 사태가 검사 비리 의혹으로 번지는 것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원래 금융사기 범죄이고 정치권 연루 사건인데, 방향 자체가 검사 비리로 흘러버렸다"면서 "박 지검장으로서는 자기가 정부 앞잡이가 되는 것이고, 만약 수사를 계속 진행할 경우 남부지검이 칼춤을 춰야 하는데 그건 못하겠다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고 해석했다. 

    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박 지검장의 사퇴는 분명히 법무부장관을 향한 항의성 사표"라면서 "김봉현의 문건 하나 때문에 전격적으로 수사팀 전체가 마치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해체되는 것에 지휘관 위치인 검사장으로서 굉장한 자괴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사들도 추미애 수사지휘 비판… 박 지검장에 "사의 거둬달라" 

    검찰 내부에서도 "사기꾼 말에 이런 소란이 일어났다"며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 지검장의 글에 댓글을 쓴 한 검사는 "사기꾼의 한마디에 이런 소란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 뿐"이라면서 "서민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을 세 치 혀로 공중분해시킨 사기꾼의 말 한마디에 정치권은 수십만쪽 수사기록은 휴지조각 취급하고, 수사를 담당한 검사들을 범죄조직 취급한다. 외풍에 든든한 바람막이가 돼야 할 장관은 이에 동조한다"고 비판했다. 

    박 지검장의 사표를 만류하는 댓글도 달렸다. 김후곤 서울북부지검장은 "평검사 때부터 20여 년간 봐왔기에 형님의 진정성을 믿는다"며 "정치검사가 아니라는 것은 제가 누구보다 잘 안다. 사직의 뜻은 철회하고 끝까지 임무를 완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