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 68주 연속 상승에 정부, 부동산 추가 대책 예고… 전문가들 "시장 혼란만 가중"
  • ▲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사무소에 전세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권창회 기자
    ▲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사무소에 전세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권창회 기자
    지난 7월 31일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대란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전세가격 상승요인을 면밀히 점검·논의하겠다"며 추가 대책을 예고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전세난의 근본 원인이 정부가 그간 쏟아낸 부동산 대책 실패라며 또 다시 규제를 강화하면 부작용만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이후 8월부터 현재까지 주간 단위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값은 6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지역 전세가는 8월 첫째주의 경우 전주 대비 0.17% 상승했고, 9월 첫째주에는 0.09%, 10월 첫째주에는 0.08% 올랐다.

    12일 기준 강남4구의 경우 전체적으로 매물 부족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송파구는 잠실동 준신축 위주로 전셋값이 전주보다 0.11% 상승했다. 강남구는 교육환경이 좋은 대치·삼성동 위주로 0.10% 올랐고, 서초구는 반포동 위주로 0.08%, 강동구는 명일·고덕동 위주로 0.08% 올랐다.

    전세 매물 부족에… 서울·경기 전 지역 상승세

    강북권은 노원구 중계동 등 중저가 단지 위주로 0.10%, 용산구는 이촌·서빙고동 위주로 0.09%, 성북구는 정릉동, 길음 뉴타운 위주로 0.09%, 마포구는 성산동, 공덕동 역세권 단지를 중심으로 0.08% 올랐다.

    경기도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는 추세다. 화성시는 동탄신도시 위주로 0.32%, 의정부시는 장암·호원동 등 역세권 위주로 0.32%, 성남 수정구는 위례 신도시 위주로 0.27%, 수원 장안구는 정자동 위주로 0.27% 오르는 등 상승폭이 확대됐다.

    전국적으로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은 0.14%→0.16%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세종 1.37%, 울산 0.46%, 대전 0.28%, 강원 0.24%, 인천 0.23%, 충남 0.20%, 경기 0.19%, 충북 0.16%, 부산 0.15% 올랐다. 다만 제주는 보합세를 보였다.

    이처럼 전세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원인은 전세 물량이 부족하기 부족하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세 수급물량을 뜻하는 전세수급지수 역시 192로 올라 역대 최고치(2013년 196.9)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 범위로 표기하며, 100을 초과할 수록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홍남기 "전세값 상승요인 점검·논의할 것"

    전세대란이 이어지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경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전세를 구하시는 분들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전세가격 상승요인 등에 대해 관계부처간 면밀히 점검∙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세값을 잡기 위해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셈이다.
  •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경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경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전세가격 상승요인 등에 대해 관계부처간 면밀히 점검∙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성원 기자
    홍 부총리는 최근 전세난을 인정하면서도 기존 임차인의 주거 안정 효과는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세가격 상승폭은 점차 둔화되고 있고 갱신청구권 행사가 시작된 9월 이후 5억원 이하 공적보증 갱신율이 연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갱신계약이 늘고있는 상황"이라며 "좀 더 지켜봐야 보다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겠으나 제도가 정착될 경우 기존 임차인의 주거안정 효과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실제 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집을 살 사람들은 세금이나 대출 규제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 현재 임차인의 경우 재계약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정부가 임대차 3법을 발표했음에도 전세값이 잡히지 않으니 추가 대책을 내놓으려 하는 것 같다"면서도 "공급 추가, 임대료 보조, 대출 규제 등 3가지 카드를 썼는데도 집값이 잡히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효과적인 대책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문가들 "전세난 이유 모르나?" 비난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가 표준임대료 도입, 전월세 5% 상한 신규계약 적용 등 규제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세가격 통제가 전세난을 심화시키는 실패한 대책의 연장선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규제를 풀어 전세 공급물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워낙 정부가 기발한 대책들을 발표하니 이번에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는 모르겠다"며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가 대책을 발표할 때 문제의 원인과 효과를 분석하는 정상적인 과정을 건너뛰는 것 같다"며 "부동산 시장의 경우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라는 감정싸움 식의 대책만 발표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인데 지금도 정부는 왜 전세난이 심각해졌는지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며 "더 센 규제 방안이 발표되면 공급위축 현상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교수는 "지금껏 발표한 정부 대책으로 재건축 관리 처분 단계에서 2년 동안 실거주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 집을 찾아 들어가고, 임대사업자 등록으로 160만7000가구가 매매·전월세 시장에서 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추가 대책을 발표할 경우 부동산 시장은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규제에 따른 부동산 시장 안정화보다는 시장 정상화에 따른 안정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