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도 측 "피고인별 증거 분리" 요구… 정식 재판, 올해 말께로 미뤄질 듯… 1월 법원 접수 후 공판준비기일도 마무리 못해
  • ▲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데일리 DB
    ▲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데일리 DB
    '청와대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피고인들이 24일 검찰이 제출한 증거목록을 "피고인별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재판이 또 다시 공전했다. 

    선거 개입 사건은 지난 1월 법원에 접수됐지만, 피고인 측이 열람·등사와 증거목록 등 재판 절차를 놓고 계속 문제를 제기하면서 8개월째 준비기일조차 끝내지 못했다. 정식 공판이 미뤄지면서 송철호 울산시장과 한 의원 등 피고인들도 아직 한 번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2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 시장 등 13명의 4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한병도 측 "증거 분리해달라" 요구에… 검찰 "함께 이뤄진 범행"

    선거개입 사건은 2018년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知己)인 송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민정실과 여권 인사, 울산지방경찰청 등이 나서서 핵심경쟁자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대상으로 조직적 표적수사를 벌였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검찰은 지난 1월 이 사건에 연루된 송 시장을 비롯해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한 의원,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황운하 의원 등 핵심피의자 6명과 울산시 관계자 7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날 한 의원의 변호인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을 피고인별로 분리해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한 의원의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증거들이 제출돼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기록 검토 결과 일부 증거들은 한병도의 공소사실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지적한 한 의원 측 변호인은 "이는 재판의 효율적 진행을 저해하고 방어권도 침해하는 것"이라며 "개별 피고인의 각 공소사실에 맞는 증거만 나눠 교부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검찰은 "제출된 증거는 모두 공소사실 입증에 필요한 증거"라고 반발했다. 선거개입 사건은 송 시장의 지방선거 당선을 목표로 선거전략 수립과 하명수사, 후보자 매수 등 일련의 범행이 함께 이뤄진 사건인 만큼 증거를 피고인별로 분리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취지다. 

    검찰은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어떤 증거를 신청하느냐에 대해 피고인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라면서 "기계적으로 공소사실 내용만 가지고 피고인별로 증거를 나누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어 "변호인이 증거를 부동의하면 다른 증거 조사를 신청할 것"이라며 "증거인부 의견을 내줘야 입증계획을 세우고 재판 절차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토로했다. 

    그럼에도 한 의원 측은 "한병도는 단독범"이라고 강조하며 "피고인별 증거 한정에서 교부하는 것이 어렵다거나 불가능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고수했다.

    8개월째 준비기일도 안 끝나

    증거목록에 따른 피고인 측의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이날 재판은 다음 준비기일 전까지 양측 의견을 조율하는 것으로 20여 분 만에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검찰에 "변호인 측의 요청 부분을 최대한 반영해서 (증거목록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뒤 오는 10월30일 5차 공판준비기일을 다시 열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는 증거인부가 가능하도록 양측이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선거개입 재판은 지난 1월29일 법원에 접수됐다. 이후 3개월여가 지난 4월23일 첫 준비기일이 진행됐다. 이날까지 총 네 차례의 재판이 열렸지만 아직 준비 절차도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다. 

    피고인 측은 앞선 세 차례의 준비기일에서도 "수사기록 열람·등사가 지연되고 있다"며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해 재판이 공전했다. 지난 3차 준비기일에서 재판부는 피고인 측의 열람·등사 시간을 고려한다며 4차 기일을 두 달 뒤인 이날로 잡았지만 또 다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재판이 종료됐다. 

    송 시장 등 피고인들이 출석하는 정식 공판기일은 일러도 올해 말에야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