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전 장관, 아내 정씨, 아들, 증인 나와 증언 '전면 거부'… "증인의 '전면적' 증언거부권 보장규정 없어"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가 가족의 혐의와 관련한 모든 법정에서 증언‧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형사소송법상 보장된 증언거부권을 정당하게 행사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정에서 유리한 진술을 할 수 있는 권리마저 포기한 것"이라며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씨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자신의 30차 속행공판에서 다음달 22일로 예정된 검찰의 피고인신문에 전면적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여러 차례 검찰 조사를 통해 진술했고, 현재까지 수많은 증거가 나온 상황에서 피고인신문이 불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씨, 檢 피고인신문에 '전면적 거부권' 행사

    정씨 측 변호인은 이날 "피고인은 개별적 증언거부권을 갖는 증인과 달리 전면적 진술거부권을 갖는다. 피고인이 전면적 진술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반복적으로 질문하는 것은 간접적 형태의 진술 강요"라며 "개별적 질문이 이뤄지는 것 자체가 형사재판에서 부당한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만약 피고인신문 절차 생략을 검찰이 동의한다면 피고인의 주장이 명확하지 않은 일부 쟁점에 대해 우리(재판부)가 변호인 측에 석명을 요구하겠다"고 절충안을 제시했다. 검찰은 오는 21일까지 의견서를 통해 정씨를 대상으로 한 피고인신문 진행 여부를 재판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조 전 장관 일가의 '전면적' 진술 또는 증언 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씨와 정씨의 아들 조원 씨는 지난 15일 정씨의 부탁을 받아 조씨의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를 받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도 전면적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앞서 조 전 장관도 지난 3일 정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전면적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검찰의 질문을 전면 거부하겠다는 취지로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불허(不許)로 검찰의 증인신문은 예정대로 이뤄졌고, 조 전 장관은 303개 질문에 모두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르겠다"고 답변했다.

    조국도, 아들도 '증언거부'… "증인의 '전면적' 증언거부, 규정 없어"

    현행법상 '피고인'으로서 정씨의 전면적 진술거부권 행사는 가능하다. 형사소송법 제282조의 2는 "피고인은 진술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해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개별 질문에 따른 진술거부뿐만 아니라, 신문 절차 자체를 거부하는 포괄적 진술거부도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조 전 장관 일가가 '증인'으로 법정에 섰을 때는 경우가 다르다. 이들이 각 공판에서 증언을 거부한 법적 근거는 '자기나 친족이 형사소추당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148조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증인에게 '전면적' 또는 '포괄적' 증언거부권을 보장한다는 법 규정은 없다"며 "명백히 148조가 보장하는 범위는 '형사소추 또는 유죄 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는 경우'다. 때문에 재판부가 이들에 대한 검찰의 개별적 증인신문을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 일가는 증인으로서 전면적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함에도 매 법정에서 '전면적'이라는 용어를 강조하면서 증언을 거부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주장이 재판부와 언론에 상기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검찰을 향한 반발을 정치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개별신문을 하는 것 자체로 검찰의 주장이 재판부와 언론 등에 재차 전달되는 효과가 있다. 조 전 장관 일가는 이를 미연에 막으려는 것"이라면서 "검찰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반발감도 비친다"고 말했다.

    "검찰 주장 재생산 막기 위함"… 위증죄 처벌 차단 의도도

    일각에서는 위증죄로 기소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증인이 검찰의 증거를 바탕으로 세운 법리에 배치되는 진술을 한다면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위증죄로 처벌될 수 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아내가 남편의 재판에서 거짓말을 했다가 위증죄로 기소된 사례도 있다"며 "말을 잘못해서 본인과 가족에게 모두 불리한 영향을 미치느니 비판을 감수하고 묵언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조 전 장관 일가의 전면적 증언거부권 행사가 유리할지 불리할지는 미지수다. 피고인 또는 증인이 진술 또는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리한 판결을 할 수 없다는 게 진술‧증언거부권의 취지다.

    그러나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정에서 진술은 검찰 주장에 반박해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을 펼칠 권리도 동시에 보장된다"며 "조 전 장관 일가는 이 권리 자체도 포기한 것이다. 재판부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는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앞서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자 "피의자 박근혜, 첩첩이 쌓인 증거에도 '모른다' '아니다'로 일관. 구속영장 청구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