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가지 혐의인데 5개에 혐의 없음 처리, 부실수사의 전형… 경찰이 수사 속도 조절" 의혹
  • ▲ 오거돈 전 부산시장.ⓒ박성원 기자
    ▲ 오거돈 전 부산시장.ⓒ박성원 기자
    미래통합당은 1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권력형 성범죄인 이른바 '오거돈 사태'와 관련해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경찰 수사는 신뢰할 수 없다며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통합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거돈 전 시장 강제추행 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권남용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는 뒷북 수사이자 봐주기 수사"라고 비난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5일 오 전 시장 사건을 강제추행 혐의에 따른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4·15총선 전 성추행 사건 무마 시도(직권남용) 의혹과 총선 전 사건 은폐(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채용비리(공무집행방해) 의혹 등은 무혐의로 결론을 냈다.

    "경찰, 오거돈 스스로 인정한 강제추행 혐의만 적용"

    이에 통합당 의원들은 "오거돈 전 시장은 직권남용 등 모두 6가지 범죄 혐의에 대해 고발당했음에도 경찰은 오 전 시장 본인이 스스로 인정한 강제추행 혐의만 적용했다"며 "나머지 5가지 혐의는 '혐의 없음'으로 검찰로 송치한 것은 부실수사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 전 시장이 죄를 자백한 이후 140일이 넘었다. 지지부진한 경찰 수사로 피해자는 고통 속에 지내야만 했다"며 "그 시간 동안 권력형 성범죄 혐의를 받는 당사자는 거제도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김창룡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위한 꼼수인가"

    그러면서 경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부실한 수사를 벌였다고 질타했다. '오거돈 사태' 당시 부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했던 김창룡 현 경찰청장의 인사청문회 무사 통과를 위해 수사 속도를 조절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의원들은 "당시 부산경찰청장이었던 김창룡 현 경찰청장 영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한 배려를 한 것인가"라며 "수사 70일이 지난 시점에서 결정된 경찰의 부산시청 압수수색은 김창룡 청장의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위한 꼼수인가"라고 비판했다.

    경찰의 늦장 수사에도 일갈했다. '오거돈 사태' 수사 착수 20여 일이 지난 5월16일 오 전 시장과 측근 정무라인 등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것은 경찰이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의원들은 "(경찰이) 증거인멸의 시간을 넉넉히 준 것"이라며 "권력형 성범죄에 있어 유독 지지부진한 수사로 일관하는 경찰이 그들이 주장하는 수사권 독립을 목적으로 정권의 눈치를 보며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닌지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사권 독립을 위해 정권의 눈치만을 보는 경찰의 수사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며 "오거돈 전 시장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권력형 성범죄 조사가 진실을 밝힐 수 없을 시에는 특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거돈 사태' 정권 차원 은폐 국민이 의심"

    행안위 소속 통합당 의원들은 특히 피해자가 지난 4월 초 부산성폭력상담소에 피해사실을 신고했지만 오 전 시장이 4월 말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것과 관련해 4·15총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한 정권 차원의 은폐작업 의혹을 제기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회견 후 "성추행 피해자가 20여 일이나 참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가능하겠는가"라며 "정권 차원에서 은폐가 있었다는 데 대해 많은 국민이 의심하고 있다.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특검 도입은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안인 만큼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176석을 가진 거대여당이 내년 4월 부산시장보궐선거를 앞두고 '오거돈 사태' 특검 도입으로 스스로 무덤을 파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통합당 의원들은 "(민주당과) 소통한 바 없다"면서도 "여당 의원들이 권력형 성범죄에 관해 지금까지 보인 태도를 감안하면 검찰까지 충분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이 나왔을 시 여야 합의를 통해 특검 도입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