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우 원장 "강제격리식 대응 지속 불가능"… "젊은 사람은 감염력 높아 격리 필요" 반론도
  • ▲ 26일 오후 우한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한 아파트에서 보건소 직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뉴시스
    ▲ 26일 오후 우한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한 아파트에서 보건소 직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우한코로나(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수개월간 사회·경제적 피해가 이어지자 중증환자 중심으로 대응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방역·격리·확진자추적 같은 바이러스 봉쇄정책에서 벗어나,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진단한 뒤 적절한 치료를 가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한코로나를 독감 등 일반 감염병과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성이 지나치게 부풀려졌으며, 바이러스를 완전히 봉쇄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자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먼저 우한코로나의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주장의 통계상 근거는 이렇다. 2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망자는 총 312명이다. 그중 고혈압·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는 302명(97.4%, 25일 기준)이다. 바꿔 말해 그와 같은 기저질환이 없는데도 사망한 사람은 지난 1월부터 7개월간 10명이 전부다. 

    우한코로나 위험 과장됐다? 통계를 보니…

    연령별 사망자 분포를 보면 △80세 이상 156명(50.0%) △70대 93명(29.8%) △60대 41명(13.1%) △50대 16명(5.1%) △40대 4명(1.3%) △30대 2명(0.6%) 순이었으며, 치명률은 △80세 이상 21.9% △70대 7.2% △60대 1.5% 순이었다. 25일까지 20대 이하에서는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 

    치명률도 기존 호흡기증후군에 비해 낮다. 국제 통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사스는 치명률이 10%, 메르스는 34%였다. 우한코로나의 치명률은 우리나라의 경우 25일까지 1.7%(누적 확진자 1만8265명, 누적 사망자 312명)이며, 세계적으로는 3.4%(누적 확진자 2400만명, 누적 사망자 81만명)를 보였다.

    전체 환자 중에서 중증으로 진행하는 환자의 비율도 미미한 수준이다. 25일 기준으로 확진·격리된 환자 3585명 중 위·중증환자는 43명(1.2%)이다. 확진판정에 따라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에 격리된 환자 중 98.8%는 경증이라는 말이다.

    중증환자 비율 1%… 감염자 90%는 모르고 지나가

    우한코로나는 확산 초기부터 무증상 감염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바꿔 말하면 바이러스에 감염됐어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뉴욕시는 전날 146만 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항체검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하며 시민 27%가 코로나 항체를 보유했다고 밝혔다. 뉴욕시 인구가 873만 명가량임을 감안하면 241만 명 정도가 우한코로나에 감염됐다는 말이다. 

    조사 발표 후 6일이 지난 25일까지 뉴욕시의 누적 확진자는 22만8000여 명으로, 6일의 편차를 감안하더라도 무증상 또는 무인지 비율이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항체양성률은 0.03% 수준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달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 국민 3055명 중 1명만이 항체를 보유했다.(대구는 제외) 도시별·지역별 인구밀도 차이를 무시할 경우 현재 수준의 생활방역과 거리 두기를 유지하면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0.03%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을 지낸 유태우 '닥터U와함께의원' 원장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우한코로나 대응체계 개편을 주장했다.

    "방역중심 대응 지속 불가… 중증환자 위주로 바꿔야"

    유 원장은 "인류가 완전히 봉쇄한 바이러스는 유일하게 천연두 바이러스뿐"이라며 "코로나19를 완전히 봉쇄하는 것은 많은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믿으며, 세계보건기구(WHO)도 2년은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현재와 같이 사회·경제적 비용을 막대하게 초래하는 방역 중심 대응체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유 원장은 그 대안으로 '환자중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유 원장은 "일반 독감은 방역하거나 추적하거나 격리하지 않는다. 의료진 역시 방호복을 입고 진료하지 않아 오히려 중증자 치료를 더 잘할 수 있다"며 "확진자 전원을 강제 입원시키는 게 아니라 의사가 환자를 진찰해서 고령·고위험 또는 격리가 불가능한 사람은 입원치료하고, 경증환자는 자가격리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견해가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젊은 사람은 치명률이 낮아도, 감염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은 안전해도 부모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또한 회복돼도 여러 합병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노 전 회장은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은 치명률이 낮다는 분석도 무의미하다"면서 "치명률이 높은 70대 이상의 연령대는 대부분 기저질환을 갖고 있어 곧바로 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신종코로나를 가볍게 보고 대응할 때 어떤 비극이 펼쳐지는지 이미 유럽국가들에서 증명이 되었고 수많은 의료진들도 희생되었는데 그것을 되풀이하자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