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집필작가 "정지영 감독, 장기간 스태프 혹사시키고 임금착취"… 정 감독 아들 "과한 주장‥ 오해 풀겠다"
  • '부러진 화살'이나 '남영동 1985' 같은 사회 고발성 영화를 만들어 입지를 다져온 정지영(74·사진) 감독이 스태프들의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고발당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4일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를 통해 정지영 감독과 영화제작사 아우라픽처스를 업무상 횡령 및 사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한 한현근 시나리오 작가는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 1985'로 정지영 감독과 아우라픽처스가 수십억원을 벌었으나 정작 스태프와 각본가 일부는 급여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 작가는 "정지영 감독 등이 2011년 영화진흥위원회가 스태프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부러진 화살' 제작사인 아우라픽처스에 지급한 지원금을 일부 스태프 통장에 입금했다가 다시 프로듀서 계좌로 되돌려 받는 식으로 횡령했고, '남영동 1985'을 찍을 때에도 일부 스태프에게 지급한 급여를 제작사 대표 계좌로 되돌려 받는 식으로 횡령했다"고 폭로했다.

    한 작가는 "영화제작사 아우라픽처스는 정지영 감독의 아들 정상민 씨가 대표를 맡고 있고 감사는 배우자가 맡고 있는 가족회사"라면서 "사내이사로서 실질적인 경영권과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 감독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 작가는 "정지영 감독을 선배 영화인으로서, 한 사람의 영화감독으로서 좋아했고 그가 변화하기를 기다렸지만, 정 감독은 오랜 시간 스태프들을 혹사시키고 임금을 착취하는 일을 반복해왔다"며 "더는 그의 횡포를 좌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정 감독을 형사고발한 계기를 밝혔다.

    또한 한 작가는 "원래 '부러진 화살'의 각본은 저 혼자 썼는데, 정지영 감독의 강요로 부득불 정 감독을 '공동 각본자'로 등록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영화는 이미 개봉됐지만 잘못된 크레딧을 바로잡아 영화계에 바람직한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 작가를 대리해 고발장을 낸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의 양태정 변호사는 "정 감독이 영화진흥위원회와 지원금 약정을 맺을 때부터 스태프에게 지급해야 할 급여를 가로챌 의사를 갖고 영진위를 기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 감독의 아들이자 아우리픽처스 대표인 정상민 대표이사는 "'부러진 화살'이 흥행한 이후 제작사 수익의 60%를 배우와 스태프들이 나누는 등 적절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신경썼다"며 "한 작가님이 뭔가를 잘못 기억하거나 오해를 하신 것 같다"고 해명했다.

    정상민 "작가가 오해한 듯… 임금지급·보상, 제대로 이뤄져"


    정 대표는 24일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부러진 화살'은 임금이나 제작비를 착복할 정도로 큰 예산의 영화가 아닌 독립 영화 규모의 아주 작은 영화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과 관련해 스태프 모두가 공정하게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그러나 미처 신경쓰지 못하고 놓친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조사를 받을 것이고 혹시 몰랐던 부분들을 팩트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부러진 화살'을 단독 집필했다는 한 작가의 주장에 대해선 "감독님과 작가님의 작업 과정을 지켜봤을 때 그 주장은 과한 주장이라 생각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한 작가님이 제작사와 감독님 쪽에 단 한번도 문제를 제기하시거나 이야기를 하셨던 적이 없기에 제작사 입장에서는 당황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인일보에 따르면 정 감독은 '횡령 의혹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경영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 정상민 대표에게 물어봐 달라"고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영화계 인사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횡령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지만 한 작가가 제기한 크레딧 문제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며 "저작권이 걸려 있는 '각본 크레딧'에 크게 관여한 바 없는 감독의 이름이 올라오는 일이 드물지 않다. 그래서 '바람직한 선례를 남기고 싶다'는 한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고 주장했다.

    1982년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로 데뷔한 정지영 감독은 '남부군(1990년)', '하얀 전쟁(1992년)', '부러진 화살(2012년)', '남영동 1985(2012년)', '블랙머니(2019년)' 등 사회 이슈를 고발하는 영화를 주로 연출했다.

    한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 감독이 횡령 혐의로 고발당하자 자체 진상조사를 거쳐 해촉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