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법 30일 유족 측 휴대전화 포렌식 정지 신청 인용… 검경 "수사하지 말라는 건가" 반발 확산
  • ▲ 법원이 박원순 전 시장의 유족 측이 신청한 휴대전화 포렌식 절차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경찰 수사에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정상윤 기자
    ▲ 법원이 박원순 전 시장의 유족 측이 신청한 휴대전화 포렌식 절차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경찰 수사에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정상윤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이 진행하던 휴대전화 포렌식(증거분석)이 중단됐다. 법원이 박 전 시장 유족 측이 신청한 '포렌식 절차 집행정지'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법원이 또 다시 '박원순 성추행' 의혹 수사에 제동을 걸면서 검·경 내부에서도 "수사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불만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은 30일 박 전 시장 유족 측이 신청한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절차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휴대전화 디지털 정보 추출과 관련한 앞으로의 처분은 준항고에 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그 집행을 정지할 것"이라고 했다.

    법원, '박원순 휴대전화 포렌식 집행정지' 인용

    앞서 박 전 시장 유족 측은 24일 휴대전화 압수수색과 관련, 준항고하며 포렌식 집행정지도 함께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준항고란 법관이나 검사 등의 처분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를 뜻한다. 이에 따라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는 법원의 준항고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경찰청에 봉인된 상태로 보관된다.

    경찰은 지난 10일 0시1분쯤 서울 성북구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박 전 시장의 시신을 발견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박 전 시장이 쓰던 최신형 '아이폰'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 휴대전화를 조사하면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여기에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A씨 측이 이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경찰에 알리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는 듯했다.

    그러나 법원 결정으로 경찰의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일반적으로 준항고 결과가 나오는 1개월가량 박 전 시장 휴대전화 포렌식을 진행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 ▲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시민단체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의 직권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정상윤 기자
    ▲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시민단체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의 직권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정상윤 기자
    경찰 내부에서는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영장 기각에 이어 또 다시 법원이 수사에 제동을 걸자 "사실상 수사에서 손을 떼라는 얘기 아니냐"는 불만이 나왔다. 검찰 내부에서도 검찰의 지휘하에 이뤄졌던 포렌식 절차가 중단되면서 경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빌미 삼아 수사를 흐지부지 마무리 지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시 수사 제동에 "사실상 손 떼라는 얘기" 반발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쉽게 말하면 법원이 (경찰에) 수사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라며 "수사기관에서는 당연히 맥이 빠질 수밖에 없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검·경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 변호사는 "유족들이 박 전 시장 휴대전화에 든 자료를 보는 것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법원도 수사 대상의 사망 경위를 굳이 밝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런 중대한 사건을 수사하지 말라는 사법부의 판단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사법부가 권력의 눈치를 보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도권 대학 경찰학과 한 교수는 "법적으로 유족이나 판사의 처지를 이해한다"면서도 "피해자의 명예와 고통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유족으로서는 수사기관이 휴대전화에 들어있는 모든 내용을 다 볼 수 있으니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면서도 "분명히 여론은 다 밝히라 하는 상황에서 유족이 못하겠다 하고 법원이 받아들인 것은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법원이 박 전 시장 수사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법원은 지난 22일에도 경찰이 서울시청 6층 시장비서실과 박 전 시장의 다른 휴대전화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지만 '강제수사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