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1시께 누적 분향객수 1만1000여명… 시민들 '오열 vs 반대' 속 대치
  • ▲ 12일 오후 한 시민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를 찾아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조문을 마치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12일 오후 한 시민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를 찾아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조문을 마치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권창회 기자
    "사람이 죽은 건 안타깝지만, 딸자식 둔 아빠로서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서울특별시장(葬)이라뇨…."

    12일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분향소 인근에서 뒷짐을 진채 바라보던 김모(54‧서울 금호동)씨는 생각에 잠긴 듯 한참을 분향소를 바라봤다. "분향하러 오신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아니다. 지나가다가 이게 맞는 건가 싶어서 보고 있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성추행 의혹 직후 사망한 박 시장에 대한 서울특별시장 장례 절차가 합당한지 의문이 든다는 뜻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의 분향소가 설치된 지 이틀째인 이날 오후 1시까지 약 1만1000여 명(당일 3336명 포함) 시민들이 다녀갔다. 전날 보다 약 3시간 일찍 시작됐으나 전날에 비하면 분향객 수가 다소 줄은 모습이었다. 오전만 해도 전날과 마찬가지로 정문 인근에 ㄹ자로 선 시민들 외에도 서울시청 한 바퀴를 두를 정도의 대기줄이 유지됐으나, 오후 들어 약 100m~150m 선이었다.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약 1m 간격을 유지하면서 분향 순서를 기다렸고, 한번에 8명씩 차례로 분향했다. 일부 시민들은 분향을 마치고 오열하기도 했다. 

    한 남성, 서울특별시葬 반대하다 끌려나 

    그러나 전날에 이어 이날도 곳곳에서 갈등이 연출됐다. 오후 12시 30분께 한 남성이 민주당 일부 의원들을 제명하라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대기줄에 서 있자, 분향객들이 "조문하는 곳에서 뭐 하는 거냐"라며 반발했다. 급기야 고성 싸움으로 번졌고, 해당 남성은 경찰에 의해 대기줄 밖으로 나왔다. 

    일부 취재진을 향해 비방을 하는 분향객도 있었다. 분향을 마치고 눈물을 훔치며 나오던 한 중년 여성은 인터뷰 요청을 하는 취재진에게 "기XX냐. 인터뷰 안 한다. 분향소 와서 행패 말라"며 윽박을 질렀다. 이에 한 남성이 "소란을 피우는 건 아줌마"라고 하자 해당 여성은 "시비 말라"며 분향소를 빠져나갔다. 

    조문은 왔지만 박 시장의 사망 배경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장모(35)씨는 "근처에 왔다가 조문을 오긴 왔는데 착잡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성추행 의혹이 철저하게 밝혀져야 돌아가신 박원순 시장님이든, 피해 여성분이든 모두에게 좋지 않겠나. 이런 분향소도 그렇지만 정치인들끼리 싸우는 것도 2차 피해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시청 앞 분향소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13일 종료된다. 서울시는 고인과 유족의 의견을 반영해 분향소를 검소하게 마련했으며 화환과 조기(弔旗)는 따로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백선엽 장군 시민 분향소도 이날 시작 

    한편 지난 10일 별세한 故 백선엽 장군의 시민 분향소도 이날 오전 9시께 서울시청으로부터 약 850m 떨어진 광화문 광장에 설치됐다.  

    분향객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국화 한 송이를 든 채 분향 순서를 기다렸다. 세종대왕동상 앞쪽부터 이순신동상 뒤편까지 3줄로 대기줄이 마련됐다. 30분을 기다린 후 분향을 마쳤다고 밝힌 이모(52‧서울 서초구)씨는 "나라에서 국가장을 안치러 준다는데 시민단체가 시민분향소를 마련했다고 해서 왔다. 나라를 구한 업적을 기리는 게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젊은층의 분향객들도 줄을 이었다.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이모(28)씨는 "백선엽 장군님이 어떤 업적을 세웠는지 사실은 잘 몰랐다"며 "뉴스를 보고 6.25 전쟁 때 나라를 지킨 영웅이시란 걸 알았다. 왜 국가장으로 치르지 않는지 조금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시민 분향소를 주관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측은 오후 3시께 누적 분향객수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면서도 "분향객들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어 나중에 확인하면 알 수 있다. 지금 현재 대기 중인 분향객 수는 500여 명 정도 되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