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인 "범죄자를 우상화하고 추모하는 건 부끄러운 일‥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러야"
-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 기관장(葬)'으로 치르는 것에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하루 만에 38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원 글이 한 달 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정부 및 청와대 책임자는 공식 답변을 내놔야 한다.
"성추행 의혹 받는 정치인…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러야"
10일 오전 한 청원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라는 글에 동의한 사람은 11일 낮 12시 현재 38만1942명으로 집계됐다.
청원인은 "박원순 씨가 사망하는 바람에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됐지만 그렇다고 그게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며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언론에서 국민이 지켜봐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대체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거냐"며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원순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르는 것을 취소하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취지의 청원글이 다수 게재돼 국민들의 동의를 얻고 있다.
같은 날 '故 박원순 시장의 서울특별시장(葬) 5일장을 반대합니다'라는 글을 올린 청원인은 "먼저 안타까운 선택으로 고인이 되신 박원순 시장님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피해자의 억울함이 풀리기도 전에, 죄를 지은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 면죄부가 주어지는 듯한 양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또 한 번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죄 짓지 말고 선량하게 사는 것이 우선시돼야 하며, 송사에 휘말릴 경우 죄가 없다면 당당히 맞서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죄가 있다면 응당한 벌을 받는 것이 공직자, 정치인 뿐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도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고인의 장례는 3일장이든, 5일장이든 가족장으로 치르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글에는 11일 낮 12시 현재 3만9390명이 동의했다.
또한 '고 박원순 시장의 시장박탈과 가족장을 요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린 청원인은 "서울시에서 특별장으로 박원순 시장의 장례를 치르는 것은 박 시장에게 성추행당한 피해자들을 가해자로 만들고 제2차 제3차 피해를 주는 것이 되며, 피해자들이 세상밖으로 못 나오도록 그 용기를 누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범죄자를 좋은 사람으로 우상화하고 추모하는 건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추태"라며 "검찰의 '공소권 없음'을 취소시키고 진위 여부를 파악한 뒤 박 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진실로 들어날 시 시장 자격을 박탈하고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해야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서울시장(葬), 대통령 허락 있었나"‥ 장례 절차 의문 제기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 기관장'으로 치르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정치권에서도 나왔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1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슬픔과 진실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며 "일반적으로 국가장은 그 법의 취지에 따라 국민적 추앙을 받는 사람이 서거했을 때 치러지지만 이번은 사안이 다르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의혹에 대한 명확한 진실 규명이 안 된 상태에서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른다면 피해자가 느낄 압박감과 중압감은 누가 보상하나"라며 "이는 정부 여당이 줄곧 주장했던 피해자 중심주의에도 한참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법적 근거로 설명한 '정부 의전편람'에는 이 같은 장례식을 치르려면 행정자치부 장관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친 다음 서울시가 요청해 대통령의 허락을 받아야만 가능하다고 돼 있다"며 "이런 절차를 서울시가 다 마쳤다면 이 논란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대통령께서 장례를 허가해 주셨다는 뜻인가"라고 장례 절차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하 의원은 "서울시가 아무런 배경 설명도 없이, 국민적 공감대를 모을 겨를도 없이 일사천리로 장례를 결정한 것은 그 자체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며 "법적 근거도 없는 장례식 대신 피해자가 몇명인지, 피해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2차 가해를 막을 방법이 뭔지부터 먼저 발표해달라"라고 요청했다.
'기관장'은 기관의 장(長)이 재직 중 사망한 경우나 기관업무 발전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공무원이 사망했을 때 거행하는 장례의식을 가리킨다. 법령의 근거는 없지만, 유족이 주관해 장례절차를 추진하는 가족장과는 달리 당해기관이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그 위원회 명의로 주관함으로써 공공성이 강한 의식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장이 재직 중 사망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서울시는 서울시장이 장관급 공무원이라는 점을 감안해 현직 장·차관을 대상으로 하는 기관장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청사 앞쪽에도 분향소를 설치해 11일부터 시민들의 조문을 받고 있다.
-
- ▲ 시민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를 찾고 있다. 고인의 장례는 사상 처음으로 5일간 서울특별시 장으로 치러진다. ⓒ사진=서울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