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라운지바, 일반음식점 등록해 놓고 '불법' 클럽 영업… 강남서, 현장 적발 후 아무런 조치 안 해
  • ▲ 서울 시내 한 클럽의 모습.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클럽의 모습.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경찰이 일반음식점으로 영업신고를 해 놓고 이른바 '클럽식 영업'을 한 업소를 순찰하고도 단속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클럽은 일반음식점이 아닌 '유흥주점'으로 영업신고를 해야 하는데 불법영업 사실을 적발하고도 모른 채한 셈이다.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A바(BAR)'는 지난달 29일 밤 '클럽 파티'를 열었다. 이 업소 업장 곳곳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에서는 일렉트로닉댄스음악(EDM)이 크게 흘러나왔으며, 어두운 조명 아래 놓인 테이블과 DJ부스 앞에 마련된 스테이지에서는 수십 명의 젊은이가 보드카와 샴페인을 마시며 춤을 췄다. 영업장 면적은 226.12㎡(약 68평) 규모로, 이 업소는 이튿날 새벽까지 클러버들로 가득 찼다. '이용객 간 최소 1.5m 간격을 유지하라'는 사회적 거리 두기는 지켜지지 않았다.

    강남 라운지바, 코로나 틈타 '클럽식' 불법영업 기승

    영락없는 클럽의 모습이었지만, 이 업소는 클럽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노래와 춤 등 유흥이 허용되지 않는 일반음식점으로 영업신고를 해서다.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1조는 식품접객업의 영업 종류를 △휴게음식점 △일반음식점 △단란주점 △유흥주점 △위탁급식 △제과점 등 6개로 분류한다. 이 중 "유흥 종사자를 두거나 유흥시설을 설치할 수 있고 이용객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곳"은 유흥주점으로 한정된다. 해당 업소는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불법영업을 한 것이다.

    문제는 경찰이 해당 업소를 순찰하고도 단속하지 않고 돌아갔다는 점이다. 본지 취재 결과, 서울강남경찰서 압구정파출소 소속 경찰 2명은 지난달 30일 새벽 4시쯤 이 업소에 순찰을 나왔다. 업소는 경찰이 도착하자 즉시 조명을 켜고 이용객들의 퇴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날 경찰 방문은 불법영업 단속이 아닌, 사회적 거리 두기 준수 여부를 살펴보기 위한 '순찰'이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흥업계 관계자는 "(경찰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켜지는지를 살펴보러 온 것으로 안다"면서 "해당 업소는 다음날인 30일 밤에도 정상영업을 했고, 이번주 주말에도 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해당 업소가 영업정지 등 조치는 받지 않았다"며 "경찰은 그냥 순찰을 니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 사태 이후 많은 라운지바들이 클럽 식으로 영업한다"고 덧붙였다.
  • ▲ 경찰. ⓒ정상윤 기자
    ▲ 경찰. ⓒ정상윤 기자
    실제로 서울 강남지역에서는 우한코로나 사태로 클럽 등 유흥주점에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진 틈을 타 일반음식점으로 영업신고한 라운지바 등 일부 업소들이 사실상 클럽처럼 불법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9일부터 클럽과 감성주점 등 모든 유흥시설에 무기한 집합금지명령을 발령해, 영업이 불가능해진 틈을 노린 것이다.

    순찰 중이라 불법 외면한 경찰… 법조계 "직무유기"

    경찰과 관할 구청 측은 불법사항 접수 여부 등의 확인을 거부했다. 강남서 측은 "신사동 인근에서 출동을 나갔다면 압구정파출소가 맞을 것"이라면서도 "순찰을 나간 것인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인지는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압구정파출소에서는 "출동을 나간 사실을 확인해주기는 어렵다"고만 말했다. 강남구청 측은 "경찰 쪽에서 종종 식품위생법 위반 건과 관련한 통보가 온다"면서도 "특정 업소에 대한 건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답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우한코로나 재확산 방지를 위해 총력을 다하는 상황임에도 현장에 있었던 경찰과 관할 구청이 불법영업 단속을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해당 업소는 지하에 위치해 환기가 되지 않는 데다 좁은 업소 안에 수십~수백 명을 꾸역꾸역 밀어넣는 클럽영업의 특성상 정부가 권고한 사회적 거리 두기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불법영업 단속은 주기적으로 이뤄진다"며 "적발될 경우 업주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입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관할 구청 등 지자체에 해당 사실이 통보되면 업소는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고 부연했다. 

    한 법조인은 "경찰이 불법영업을 하는 현장에 있었음에도 단속하지 않고 업무를 방치했다면 형법 제122조에 따라 직무유기가 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른바 '버닝썬 사태' 이후에도 이어지는 일부 유흥업소와 경찰 간 유착관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버닝썬 사태에서 논란이 됐던 가수 승리의 몽키뮤지엄의 경우에도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 클럽으로 운영해 논란이 됐었다. 승리는 몽키뮤지엄에 대한 식품위생법 위반 신고가 들어오자 강남경찰서 경찰관들을 통해 단속 내용을 확인하고 유인석 전 대표에게 알려준 혐의 등을 받았다.

  • [반론보도] '코로나 사각지대' 불법 클럽 적발하고도…단속 외면한 강남경찰 관련

    본지는 지난 6월 4일 위와 같은 제목의 보도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강남경찰서는 "지난 5월 30일 오전 3시40분경 '해당 업소가 클럽하고 똑같이 영업을 한다'는 112신고를 접수하고, 관할 압구정파출소 순찰팀장과 순찰차 2대가 출동하여 현장 확인한 바, 일반음식점 허가 업소임에도 음향시설을 갖추고 음악을 틀고 춤을 추게 하는 등 무허가 유흥주점 영업하는 것을 확인함에 따라 식품위생법위반(무허가 유흥주점) 혐의로 곧바로 입건하였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100여 명의 손님을 귀가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