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CJ 부회장, 아카데미에 100억 이상 홍보비… 이재현 CJ 회장, 25년간 문화 콘텐츠에 7조
  • ▲ 이미경(미국명 미키 리) CJ그룹 부회장이 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CJ는 자회사인 CJ ENM을 통해 '기생충'을 투자제작했다. ⓒ뉴시스
    ▲ 이미경(미국명 미키 리) CJ그룹 부회장이 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CJ는 자회사인 CJ ENM을 통해 '기생충'을 투자제작했다. ⓒ뉴시스
    "Up! Up! Up! Up!"

    현지시각으로 9일 오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 2020)'이 열린 미국 할리우드 돌비극장(Dolby Theatre)의 무대 조명이 꺼지자 다시 불을 켜라는 관객들의 함성이 이어졌다. '기생충(Parasite)'을 제작한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가 '작품상' 수상소감을 마친 뒤 조명이 꺼지자 나온 반응이었다. 톰 행크스, 샤를리즈 테론, 마고 로비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계속 소감을 말하라고 요청하자 다시금 무대가 밝아졌다.

    그 순간 자그마한 체구의 한 여성이 마이크 앞에 섰다. 그는 유창한 영어로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기생충'을 지원하고, 함께 일한 모든 분들, '기생충'을 관람한 모든 한국영화 관객에게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전했다. 특히 자신의 남동생(제이)을 거론하며 "불가능한 꿈일지라도 우리가 꿈꿀 수 있도록 도와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이(Jay)'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미국식 애칭. 이 회장을 '제이'라고 부른 이 여성은 이 회장의 친누나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기생충'의 책임프로듀서이자 투자·배급사의 대표 자격으로 무대에 올랐다.

    "봉준호 감독의 미소와 미친(특이한) 헤어스타일, 걸음걸이를 좋아한다"며 이 부회장이 수상 소감을 말할 때 '순간 시청률'이 9.4%까지 치솟았다.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수상소감 장면은 이날 방송된 아카데미 시상식 중 '최고의 1분'으로 꼽혔다.

    시상식 직후 봉준호 감독 못지않게 이 부회장에게도 해외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LA타임스는 이례적으로 '미키 리가 주목받는 7가지 이유'를 나열하며 이 부회장의 지난 행보를 집중조명했다. LA타임스는 그가 CJ그룹의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계열사인 CJ E&M을 총괄하며 '드래곤 길들이기' '슈렉' '쿵푸판다' 등을 제작한 드림웍스의 초기 투자자라는 점을 부각했다.

    이어 "한국 최초의 멀티플렉스 상영관인 CGV를 세우고, 한국문화 축제인 'KCON'을 개최한 주인공이 바로 이 부회장"이라며 "'세계인들이 한국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던 그의 말이 7~8년 만에 현실화했다"고 소개했다.

    LA타임스의 언급처럼 이 부회장은 1995년부터 CJ 엔터테인먼트를 이끌며 7조원 이상을 문화산업에 투자한 대중문화계의 큰손으로 꼽힌다. 이번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에도 이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이자 아카데미 영화박물관 이사이기도 한 이 부회장은 직접 회원들을 찾아다니며 '기생충'을 홍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CJ그룹이 '기생충'을 홍보하기 위해 최소 100억원 이상을 썼을 것이란 소문도 나돈다.

    이 부회장이 수상소감을 통해 감사를 표한 이재현 CJ그룹 회장 역시 '기생충'의 '글로벌 흥행'을 견인한 숨은 주역이다. 윤인호 CJ ENM 영화커뮤니케이션팀장에 따르면, CJ그룹은 '기생충'이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후부터 아카데미상 수상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영화 '기생충'이 한국영화의 위상과 가치를 알리고 국격을 높였다"며 "이처럼 잘 만들면 세계에서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고 문화산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