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 잘못 눌러… MBC, 사실관계 드러나자 "담당 기자와 한국당 측 실수" 황당 해명
  • ▲ 지난 9일 MBC가 보도한 <전화하니
    ▲ 지난 9일 MBC가 보도한 <전화하니 "자유한국당입니다"…'비례자유한국당' 정체는?>라는 제목의 기사가 허위사실을 담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캡처
    "비례한국당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면 자유한국당으로 연결된다"며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한 MBC가 이 문제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되자, 사과방송 대신 담당 기자와 자유한국당 측의 실수로 '오보'의 책임을 전가하는 입장문을 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조작방송으로 총선에 개입하려는 사고를 친 MBC가 쌍방 과실로 몰아가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MBC에 사과방송 요구와 함께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전화하니 "자유한국당입니다"… MBC 보도 논란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9일 <전화하니 "자유한국당입니다"…'비례자유한국당' 정체는?>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취재 기자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개된 비례자유한국당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자유한국당 통화 연결 안내음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뉴스데스크는 "전화를 받은 사람에게 '비례자유한국당이 맞냐'고 물었더니 선뜻 대답을 못했다"며 "통화 상대방에게 선관위 공고에 나온 비례자유한국당 대표와 현재 연락이 되는지, (비례자유한국당 주소지인) 서울 영등포 당사 303호를 누가 쓰고 있는지를 물어봐도 '모르겠다'는 말만 했다"고 의혹을 부풀렸다.

    그러나 이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비례자유한국당 대표번호(02-6288-0300)와 자유한국당 대표번호(02-6288-0200)가 숫자 하나만 다르고 매우 비슷한 상황에서 지난 9일 오전 10시 38분쯤 MBC 담당 기자가 실수로 0200번으로 전화를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

    MBC "기자·한국당 양측 실수가 빚은 해프닝"


    MBC는 15일 배포한 입장문에서 "0200번를 누른 뒤 자유한국당임을 안내하는 ARS 연결음을 듣고 상담원과 통화한 담당 기자는 '선관위 홈페이지 보고 전화드렸는데 비례자유한국당 번호가 이쪽으로 안내가 돼있어서요. 비례자유한국당 맞나요?'라고 물어봤고, 상담원은 '아 네 저희들..네'라고 대답했다"며 "상담원이 '네'라고 대답하는 바람에 기자가 실수를 인지하지 못한 채 비례자유한국당인 줄 알고 통화가 이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MBC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자유한국당과 비례자유한국당은 사무실이 같은 건물에 있었고, 비례자유한국당 창당준비위원회의 등록 당시 대표자는 자유한국당 당직자의 아내분으로 모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며 "어쨌든 양측의 실수가 겹치면서 방송이 나갔고, 방송 당일 밤 한국당 공보팀에서 '전화번호와 관련해 착각이 있었던 것 같다'며 'ARS 연결음 부분만 빼달라'고 담당기자에게 요구해 즉시 기사 전체를 삭제했다"고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문제가 일단락된 줄 알았는데, 6일이 지난 오늘(15일) 한국당이 이를 문제삼아 MBC가 고의로 조작방송을 했다고 비난하고 있다"며 "하지만 위에서 밝힌 것처럼 이번 보도는 자유한국당과 비례자유한국당이 분명하게 구분이 안되는 상황이 낳은 실수이자 해프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힘 없는 기자와 상담원에게 오보 책임 전가한 MBC"


    이와 관련, 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16일 'MBC 조작방송 책임, 약자에게 떠넘기나'라는 제하의 성명에서 "MBC가 조작방송, 허위보도 문제가 드러나자 어제 입장문을 냈는데, 담당 기자와 자유한국당 상담원 양측의 실수가 빚은 해프닝이라고 궤변을 쏟아냈다"며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도둑이 매를 드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MBC 입장문을 보면 책임자인 데스크는 쏙 빠졌고, 힘 없는 기자와 상담원에게만 죄를 덮어 씌웠다"며 "잘 되면 내탓, 못 되면 조상탓인가. 이럴 거면 뭣하러 데스크를 하고 간부를 하고 사장을 하나"라고 사전에 게이트키핑을 제대로 못한 담당 데스크를 질책했다.

    이어 "전화번호를 착각한 실수는 인정하면서도 잘못은 없다는 MBC의 변명은 술 먹고 운전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짝"이라며 "설령 상담원이 애매한 답변을 했다고 쳐도 그런 중대한 사안은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게 기본이다. MBC는 총선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킨 허위보도를 접촉사고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같은 날 한국당은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문 게재 및 낭독'과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언론조정신청서'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출했다. 차후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민형사상 고발도 추진할 방침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후보자를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선거에 관해 허위사실을 보도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당은 이 신청서에서 "MBC는 자유한국당 공보국의 이의 제기로 해당 보도가 명백한 허위사실임을 확인한 뒤에도 해당 보도 영상만 삭제했을 뿐 자신들이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는 점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아, 시청자를 기망하고 자유한국당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조속한 정정보도는 물론, 한국당이 입은 손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