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커녕 서민만 잡는 ‘12·16 대책’… 9억 이하 아파트 ‘급등’ 조짐

정부가 연일 내놓는 부동산 대책에 서민들의 곡소리가 이어진다. 특히 최근 정부가 발표한 ‘12·16대책’으로 주택 실수요자들의 한탄이 새어 나온다.

정부는 지난 16일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역의 시가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을 20%만 적용하기로 했다. LTV는 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할 때 담보물(주택)의 가격에 대한 대출액 비율을 뜻한다. 

12·16대책이 나오기 전에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역 9억원 초과 아파트의 LTV는 40%였다. 예를 들어 12·16대책 이전에는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려고 금융기관에 찾아가면 최대 4억원의 돈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12·16대책 이후 LTV가 20%로 줄어 최대 대출한도가 2억으로 줄어들었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중간값)은 현 정부 들어 빠르게 상승해 지난달 8억8014만원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9억원 이상 아파트의 LTV를 20%로 낮춰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대책이 중산층 서민만 잡는다는 지적이다.

12·16대책 이후 중위가격 이하의 아파트 매매가가 역으로 오르는 부작용도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 결과, 서울 아파트 투기지역인 노원구의 경우 9억원 이하 아파트에서 매매가가 오르는 것이 확인됐다. 2600여 가구가 입주 가능한 어느 주공 아파트 단지(45㎡)는 지난달 말 3억1500만원에서 3억5000만원(19일 기준)으로 뛰었다. 400여 가구가 입주 가능한 또 다른 아파트(81㎡) 역시 지난달 기준 5억6000만원에서 5억8500만원으로 2500만원의 오름세를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강동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1200여 가구가 입주 가능한 한 아파트(85㎡)는 지난달 말 6억5000만원에서 2000만원 오른 6억7000만원에 거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카페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인해 ‘내집 마련’의 꿈이 물 건너갔다는 글이 쏟아진다. 

A씨의 경우 “투자는 필요 없고 내 집 마련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30대에게 현실은 너무 각박하다”며 “후보로 뒀던 아파트들 모두 못 들어가게 되는 처지가 돼버리고 갈수록 더 안 좋은 곳을 찾아가야 하는 현실이 그냥 우울하다”고 한탄했다.

B씨도 마찬가지였다. B씨는 “9억원이 넘어가는 아파트는 내 형편에 꿈도 꿀 수 없어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매물로 나온 5억원가량의 아파트도 부동산 대책 이후 2000만원 넘게 올라버려 평수를 좁힌 다른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12·16대책은 LTV뿐만 아니라 종합부동산세율(종부세)도 건드렸다. 1주택자는 현행보다 0.1~0.3%, 3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0.2~0.8%가량 종부세를 더 부담하게 됐다. 이 때문에 부담을 느낀 임대업자들이 월세금이나 전세금을 올릴 수 있다는 세입자들의 우려가 나온다.

직장인 C씨(28·IT업종)의 경우 “현재 사는 집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55만원인데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집 주인이 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리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보증금이야 괜찮지만 내 형편에 월세가 올라가는 것은 전혀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D씨(30·자영업) 역시 “근처 상가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모두 같은 걱정을 한다”며 “부동산 대책에 덜덜 떠는 건 나 같은 서민들”이라고 씁쓸해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12·16대책이) 아무래도 임대업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다”며 “다만 종부세 인상의 경우 지금 당장이 아닌 2021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근시일 내의 변화는 적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동산 대책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변수가 너무 많아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