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집한 정보를 재검증·정리한 '수사첩보' 판단… 송병기 진술에서 '단서' 포착
  • ▲ 검찰이 청와대 첩보보고서가 제보 내용을 단순 정리한 문건이 아닌 여럿으로부터 받은 제보를 다양한 루트로 재검증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사실상 ‘수사첩보’라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DB
    ▲ 검찰이 청와대 첩보보고서가 제보 내용을 단순 정리한 문건이 아닌 여럿으로부터 받은 제보를 다양한 루트로 재검증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사실상 ‘수사첩보’라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DB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청와대 첩보보고서를 여러 명으로부터 받은 제보를 다양한 루트로 재검증한 사실상 '수사첩보'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 내용을 단순히 정리했다"는 청와대 해명과 정반대의 판단인 셈이다.

    압수수색영장 등에 범죄사실로 그대로 옮겨도 무방할 정도로 정제된 내용이 적혀 있고, 사안별로 접촉해볼 인물 명단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첩보보고서의 형식이 단순한 제보로 보기 힘들다는 게 판단 근거인 것으로 전해졌다.

    "靑, 김기현 시장 부동산 정보 요구"… 지난해 선거 앞두고 땅 투기 의혹 터져

    10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지난 6·7일 소환돼 조사받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부터 "청와대민정비서관실 문모 전 행정관(52·국무총리실 민정담당 사무관)이 KTX 울산역 인근 김 전 시장 소유 부동산에 대해 정보를 물어왔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은 "문 전 행정관이 먼저 전화가 와서 물어오면 답했고, 이를 다시 카카오톡으로 정리해 보내달라고 요구받았다"고도 진술했다.

    문 전 행정관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KTX 역세권 부지 투기의혹’ 첩보를 수집한 단서가 송 부시장의 진술에서 새롭게 포착된 것이다.

    울산 현지에서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불과 3개월 앞두고 김 전 시장의 땅 투기 의혹이 갑작스럽게 제기됐다. 김 전 시장 소유의 일부 토지가 KTX 울산역 연결도로 사업부지에 포함되는 과정에서 그가 정보를 미리 알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내용이다.

    일부 후보는 "김 시장이 땅 투기를 했다"고 주장하며 경찰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김 시장은 "1998년 매입한 땅으로, 도로계획에 포함되는지 알지 못했다"며 "야산에 터널이 관통되기 때문에 시세 상승 여지도 없다"고 해명했다.

    문 전 행정관은 김 전 시장 측근들이 거론된 울산 북구 아파트 건설현장 유착, 울산시 산하단체 인사비리, 김 전 시장 형제 관련 비위의혹 등을 송 부시장으로부터 전달받았다. 이 내용을 문 전 행정관이 A4용지 4장 분량의 첩보보고서에 기재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검찰은 보고서에 담긴 내용 대부분이 송 부시장이 2015년 울산시청에서 퇴임한 이후 벌어진 상황이어서 송 부시장이 직접 알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병기 퇴임 후 정보도 보고서에 담겨… 다수 제보자·재검증된 '수사첩보' 판단

    지난해 3월16일 울산시청에 대한 울산경찰의 압수수색으로까지 이어진 2017년 울산 아파트 건설현장 레미콘업체 선정 외압 의혹도 송 부시장이 울산시 건설교통국장에서 퇴임한 2015년보다 2년 뒤의 일이다. 이 때문에 송 부시장의 소관업무나 내부고발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검찰은 판단한다.

    김 전 시장 비서실장이 산하단체 인사 과정에 개입해 돈을 받거나 지인을 앉혔다는 ‘측근 인사비리’도 송 부시장이 퇴직한 이후에 벌어진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이 보고서를 문 전 행정관이 송 부시장의 제보만 단순정리한 문건이 아니라 송 부시장을 포함한 다수로부터 받은 제보를 다양한 루트를 통해 재검증한 사실상 ‘수사첩보’로 판단하는 이유다.

    검찰은 이 보고서의 일부 내용이 지난해 울산시장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확대편집됐다고 의심한다.

    이 신문에 따르면, 보고서에는 2014년 건설업자와 김 전 시장의 동생이 ‘아파트 시행권을 확보해 주면 그 대가로 30억원을 준다’는 취지로 작성된 용역계약서 내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검찰은 건설업자가 김 전 시장 동생의 비위를 강조하려고 계약서를 언급한 게 아닌데, 청와대 보고서에는 동생의 비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데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