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中대사관 “급박하게 결정하다 보니 생긴 일” 해명… '급박했던' 사유는 안 밝혀
  • ▲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4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왕이 부장은 5일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4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왕이 부장은 5일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4일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4일 입국해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회담한 뒤 서울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에서 열리는 환영만찬에 참석한다. 5일에는 한국 각계인사를 초청해 오찬을 가진 뒤 오후에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한다.

    중국대사관, 불과 이틀 전에 “왕이 외교부장 오찬에 참석해 달라”


    이 가운데 오찬을 둘러싼 논란이 퍼졌다. 조선일보는 4일 주한 중국대사관이 최근 중국에 우호적인 인사 100여 명에게 5일 있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오찬 행사에 급하게 참석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전·현직 국회의원, 고위관료, 기업인, 언론인 등을 초청하는 작업은 지난주 후반부터 시작됐지만, 일부 인사는 3일에야 ‘바쁘더라도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특히 중국과 사업 관계에 있는 기업인들은 중국대사관의 갑작스러운 오찬 초청을 ‘의무’로 느껴 마음고생을 했다”고 전했다.

    한 전직 외교부차관은 “일개 장관이 방한을 코앞에 두고 한국 여론지도층에게 ‘내가 서울에 가니 점심시간을 비우라’는 식으로 통보한 것은 한국을 무시한 처사”라며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외교부장의 오찬에 한국 주요 인사 100명을 사나흘 만에 소집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한국을 하대하는 시각을 보여준다. 중국 측이 의도했든 안 했든 모욕적인 줄 세우기로 비칠 수 있다”는 외교소식통의 지적도 더했다.

    주한 중국대사관 “급박한 상황 탓, 평소에는 안 그래”

    조선일보 보도에 중국대사관 측은 “해당 보도 내용에는 사실을 오해할 여지가 있다”며 “이번 일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 탓”이라고 밝혔다.

    진효규 주한 중국대사관 공보관은 이날 통화에서 “이번 일은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 자체가 급박하게 결정이 나서 벌어진 일”이라며 “중국 정부는 이번 오찬과 비슷한 행사를 준비할 때 통상적으로는 보름 전부터 일정을 조율해 왔다”고 해명했다. 다만 '급박했던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 ▲ 2016년 12월 한국을 찾은 천하이 중국 외교부 아주국 과장이 한국 대기업 총수와 고위관료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드(THAAD)' 배치를 하지 말라며
    ▲ 2016년 12월 한국을 찾은 천하이 중국 외교부 아주국 과장이 한국 대기업 총수와 고위관료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드(THAAD)' 배치를 하지 말라며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야 되겠느냐"는 막말을 한 적이 있다. 이를 두고 국내 네티즌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집어 넣어 중국을 비웃는 밈(Meme)을 만들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개드립 닷컴 캡쳐.
    하지만 이를 두고 “예의상 하는 말에 불과하다"는 반박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전문가는 “이번 논란은 입만 열면 ‘원대한 목표’와 ‘대국적 견지’를 떠들어대는 중국이 진짜 ‘대국’인 미국을 흉내내려다 벌어진 일”이라며 지난 6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때를 떠올려보라고 말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마치자마자 방한했다. 이때 사실상 일정을 조율할 시간이 없었음에도 삼성·롯데·현대·SK 등 대기업 총수와 주요 경제인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간담회에 기꺼이 참석했다.

    이 전문가는 “미국 대통령급은커녕 무슨 일개 장관이 이런 행동을 하느냐. 무슨 명나라 사신이 조선 찾아오는 거냐. 이건 우리나라를 대놓고 무시한 행동”이라고 중국 측을 비판했다.

    中전문가 “文정부, 중국에 유독 저자세”

    이 전문가는 “지금 한중관계는 우리가 칼자루를 쥔 상태”라고 지적하며 문재인 정부의 대중국정책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10월 중국에 있던 마지막 스마트폰 공장을 폐쇄하고, 현대·기아차도 중국 내 공장 폐쇄에 이어 사업 철수까지 고려하자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를 추켜세우면서 특혜성 제안을 내놓고, 현대차의 중국법인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하는 등 한국기업들을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노력 중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이 전문가는 “지금 중국은 한국 대기업이 완전히 떠날까 노심초사하는데, 왜 한국이 이렇게 중국에 저자세를 유지하는지 의문”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자기가 쥔 칼자루도 휘두를 줄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