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퍼 "들어본 적 없다"… 주한미군-국방부도 일단 부인… 철수 가능성은 계속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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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국이 주한미군의 1개 여단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조선일보가 21일 보도했다. 베트남을 방문 중인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그러나, 미군 철수와 관련한 이 신문의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 ▲ 2011년 10월 주한미군이 사용하기 위해 들여온 M2A3 브래들리 보병전투차. 1개 여단이 쓰는 양으로 100여 대다. 미군은 전투장비는 한국에 그대로 두고 병력만 순환배치하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선일보 “방위비 협상 결렬 시 주한미군 1개 여단 철수”
조선일보는 이날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주한미군) 1개 여단 철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는 외교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신문은 “미국이 철수를 고려하는 1개 여단의 성격과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면서도 “미군에서 1개 여단은 3000~4000명으로, 이 정도 감축은 법으로 규정한 주한미군 한도를 건드리지 않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미 의회는 2019년 국방수권법에 “의회 승인 없이는 주한미군을 2만2500명 미만으로 감축할 수 없다”고 규정, 주한미군 철수의 규모를 제한했다.
주한미군·美국방장관 “주한미군 철수 검토? 아는 바 없다”
주한미군 측은 이 보도에 대해 “아는 바 없다”는 견해를 내놨다. 김영규 주한미군사령부 공보관은 21일 “해당 보도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공식적인 입장이나 설명을 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내에서는 관련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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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20일(현지시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결렬된다고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에스퍼 장관의 말을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을 방문 중인 에스퍼 장관은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한 질문을 받은 뒤 “나는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나는 항상 언론을 통해 거짓이거나 부정확한 내용 또는 과장된 내용의 기사를 접한다(I read articles in the media all the time that are false or inaccurate or overstated)”고 답했다.
- ▲ 20일(현지시간) 베트남에서 의장대를 사열하는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결렬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할 것이냐”는 질문이 거듭되자 에스퍼 장관은 “우리는 동맹국을 그런 식으로 위협하지 않는다. 이건 협상”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 “미국 정부 공식 입장 아냐” 보도 반박
국방부도 “오늘 해당 보도 내용은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은 한반도와 동북아 안정을 위해 주한미군이 중요하다는 데 대해 확고한 공감대를 갖고 있다”며 “제51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 제7조에 이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집권한 뒤 시리아에서의 철군 등 우방국과 약속을 안 지킨 경우도 많고, 한미 SCM 공동성명에 명기했다고 해서 미군을 철수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지 않으냐”는 물음에 노 부대변인은 “가정 상황에 대해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에스퍼 장관은 주한미군이 지속적으로 주둔할 것이라는 공약을 이야기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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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지난 며칠 사이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발언을 근거로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렬 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 ▲ 지난 1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민중공동행동과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회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방위비 인상 압박 강해지자 불안해진 언론·정치권
21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 제임스 드하트 미국 국무부 방위비 협상대표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주한미군 철수 연계설에 대해 “오늘 공식적으로 언급할 내용은 없다”고만 밝혔다. 드하트 대표는 “우리의 굳건한 동맹에 진정으로 감사한다”며 "서울에 오는 것은 항상 즐겁다.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이며, 도시와 사람들은 멋지다"고 말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필리핀을 방문한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연말까지 타결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감축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우리가 할지 안 할지 모를 일에 대해 예측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놓고도 국내외 언론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렬 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 전에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와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 등이 “한국은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국내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이를 주한미군 감축설과 연결해 설명하는 사례가 많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