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몽골서 토끼 먹고 감염… "베이징 호텔-병원 봉쇄" "환자 격리 조치" 괴소문 확산
  • ▲ 림프절을 중심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가래톳 페스트 환자. 감염된지 2~6일 사이에 이런 증상을 보인다. ⓒ美질병통제센터(CDC) 공개사진.
    ▲ 림프절을 중심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가래톳 페스트 환자. 감염된지 2~6일 사이에 이런 증상을 보인다. ⓒ美질병통제센터(CDC) 공개사진.
    중국에서 세 번째 페스트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이 남성 또한 내몽골지역에서 감염됐다. 대만중앙통신(CNA),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55세인 이 남성은 지난 5일 자신이 일하던 채석장에서 야생토끼를 잡아먹은 뒤 페스트에 감염됐다. 그는 림프절에 염증이 생기는 가래톳 페스트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내몽골지역 보건당국은 울란차푸지역의 한 병원에서 이 남성을 격리치료 중이며, 그와 접촉한 28명 또한 병원에 격리수용한 뒤 증세를 확인 중이다.

    일주일 사이에 페스트 환자가 세 명이나 발생하자 중국에서는 불안감이 고조됐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베이징에 사는 쥐에는 페스트균이 없다”며 시민들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괴담이 더 유행한다고 한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현재 중국 SNS에는 페스트 괴담이 나돈다. 헤이룽장성 정부가 베이징에 세운 한 호텔에 페스트 의심 환자가 투숙했다는 소문, 베이징 내 어린이 전문병원 등 2곳의 병원에서 페스트 의심 환자를 진료한 뒤 봉쇄됐다는 소문 등이다.

    “호텔·병원 봉쇄”… ‘당국 정보통제’ 우려 괴담 확산 중

    소문들 모두 “페스트 의심 환자 때문에 호텔 또는 병원이 봉쇄됐고, 여기를 드나들던 사람들을 모두 격리조치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중앙일보는 “그러나 현지 언론에서 해당 호텔과 병원을 방문한 결과 소문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언론이 사실을 밝혀내도 헛소문은 여전히 확산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 ▲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을 그린 지도. 중국 정부가 사실을 빨리 공개했더라면 피해자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美국립과학재단(NSF) 홈페이지 캡쳐.
    ▲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을 그린 지도. 중국 정부가 사실을 빨리 공개했더라면 피해자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美국립과학재단(NSF) 홈페이지 캡쳐.
    한 웨이보 사용자는 “페스트가 두려운 게 아니라 당국이 사람들에게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게 두렵다”는 글을 올려 많은 공감을 얻었다고 한다. 중국 당국이 확산 가능성이 높은 폐 페스트 환자가 발생했음에도 열흘 동안 이 사실을 숨긴 데 대한 지적이었다.

    중국 시민들이 이처럼 당국과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2003년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떨게 만들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태 때문이다.

    당시 중국은 SARS가 사람의 비말(飛沫)을 통해 감염하며, 전염성이 높은데도 언론을 통제하는 등 사실을 은폐하고 초동대처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8273명이 감염돼 775명이 사망했다. 해외에서는 중국인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중국 시민들은 이번 페스트도 SARS 때처럼 사실을 은폐할까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