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평창, 부암동 주민들 "집회·교통대란 우려"… 박원순 "대책 마련” 강행 의지
  • ▲ 3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토론회를 가진 광화문 일대 주민들은
    ▲ 3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토론회를 가진 광화문 일대 주민들은 "치적 위한 사업"이라며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사업에 반발했다. ⓒ서울시 제공
    “먼 길 돌아가라는 건 공익성이 아니다. 이건 정치인의 업적·치적을 위한 사업이지, 공익성을 위한 사업이 아니다.”
    "법(집시법)보다 조용하게 살던 사람들의 생존권 정도는 보장해줘야 민주공화국 아니냐."

    광화문광장 일대 주민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표한 ‘새 광화문광장 조성사업’과 관련해 불만을 쏟아내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박 시장은 3일 청운효자동·평창동·부암동 일대를 돌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대한 주민 의견을 들은 뒤 종로구청 강당에서 주민 250여 명과 3시간 반 동안 토론회를 가졌다.

    “출퇴근시간대에 구기터널·자하문터널 가 봐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을 찬성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교통문제’와 ‘집회’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도로 확장과 우회도로로 인해 더욱 불편함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주민들은 “시장님이 출퇴근시간대에 구기터널·자하문터널을 꼭 지나가봐라. 생지옥이다” “종로구민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해결해주길 바란다” “시내로 나가려면 대중교통 타고 경복궁역·광화문역으로 가야 하는데, 주말이면 집회 때문에 서울역으로 우회하고 실질적으로 시내로 갈 수 있는 경로가 막힌다”며 교통대책을 주문했다.

    광장이 더 커지면 대규모 시위가 더욱 잦아질 것이라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민들은 박 시장에게 “(광화문광장을) 시민한테 돌려주는 건 맞다. 하지만 집회하는 시민들한테 돌려줬다” “양파값이 폭락하면 양파를 던지고 파값이 폭락하면 파를 던진다. 아파트에 금이 가는데 왜 청와대로 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 “청와대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삶의 질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생지옥에 산다” “광화문광장 차도를 줄여 광장을 넓히려 하는데, 주민들을 생각한다면 집회부터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또 “시위 때문에 대로변 점포와 일부 편의점을 제외하고 뒤편에는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 오히려 시위 때문에 피해를 본다”며 “집시법이 개정되지 않고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도 말했다.

    주민들은 “새로운 광화문광장을 조성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서울시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라며 “광장이 확장되면 개인의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소수의 희생을 보상하면서 진행한다는 건지, 주민과 소통은 상징성으로 끝나는 건지 듣고 싶다”고 따졌다.
  • ▲ 서울시는 2016년 광화문광장을 넓히고 경복궁 앞에 역사광장을 만드는 새 광화문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는 지난달 19일
    ▲ 서울시는 2016년 광화문광장을 넓히고 경복궁 앞에 역사광장을 만드는 새 광화문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는 지난달 19일 "시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일시중지'를 선언했다. ⓒ뉴데일리 DB
    박 시장은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에 당혹감을 드러내면서도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새 광화문광장 조성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형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원순 “실질적인 대안과 세부적 종합계획 마련”

    박 시장은 “며칠 동안 주민들 말씀을 들어 보니 잘못 생각한 것도 상당히 있었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얻었다”며 “특히 집회·시위로 인해 인근지역 주민들이 실제 느끼는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 종합실태조사단 등을 만들어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교통문제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우려에 따른 기계적 추산이 아닌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을 통해 시민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세부적인 종합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는 계속된 주민들의 요구에도 충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점을 우려했다.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고병국 의원은 “주민들의 얘기는 계속 나왔던 얘기다. 서울시의 몫이긴 하지만 그런 문제들이 많으니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계획해야 한다”며  “애초 서울시가 발표한 시간표대로 진행하기에는 너무 촉박하다. 충분히 대책이나 개선책을 마련해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위원회 김인제 위원장은 “시민들이 가장 체감하는 문제는 교통대란 우려와 종로권 주민들의 생활권 침해였다. 주민들과 의견은 잘 나눴다고 생각한다”면서 “광화문광장 재조성사업을 시기상 연기하더라도 시민들이나 광화문 편의시설들이 충돌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니 더 토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2016년 9월 새종문화회관 쪽 차로를 막아 현재의 광화문광장을 ‘시민광장’으로 넓히고, 경복궁 앞에는 ‘역사광장’을 만드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새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서울시는 2021년 5월까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을 마친다는 원칙을 고수했지만, 박 시장은 지난달 19일 “시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만 3년 만에 새 광화문광장 조성사업 ‘일시중지’를 선언했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신설 우회도로에 정부서울청사 부지 일부가 포함되자 이에 반발했고, 시민단체들도 “광장 조성이 소통 없이 졸속추진된다”고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