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윤건영 독대해 김정은 조의문 받아…윤건영, 내년 총선 부천 출마설 '유력'
  • ▲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뉴시스
    ▲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옛' 최측근으로 알려진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김경수 경남지사는 30일 부산으로 내려가 고(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를 찾았으나 조문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반면 최근 들어 '문 대통령의 남자'로 불리기 시작한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은 이날 빈소에 들러 조문을 마쳤다.

    임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부산에 와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대통령님의 뜻이 분명하셔서 조문은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윤영찬 전 청와대 소통수석, 박수현 전 대변인, 탁현민 대통령행사기획자문위원도 청와대 관계자의 만류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청와대는 조용하게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애초 가족·친지 이외의 조문객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제한적으로 정당·종교단체 대표와 주한 외교사절단의 조문은 받기로 방침을 바꿨다.

    文 "우리 건영 씨"... 드루킹 "윤건영이 권력서열 2위라더라"

    청와대를 대표해 조문한 사람은 김상조 정책실장이다. "국정업무에 충실하라"는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청와대 직원들 대신 대표로 조문한 것이다. 그러나 현직 청와대 참모인 윤 실장은 김 실장과 별도로 문 대통령을 독대했다. 

    윤 실장이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는 유일하게 조문한 이유가 관심을 끌었다. 문 대통령이 "우리 건영 씨"라고 친근하게 부르는 만큼, 신임이 두텁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내년 총선에서 '문의 남자'라는 타이틀로 유리하게 선거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윤 실장은 부천 소사구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 김동원 씨는 지난해 11월 법정 증언에서 "청와대 권력서열 1위는 대통령, 2위는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3위는 김경수라고 김 지사 보좌관 한모 씨가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건영, 총선 출마 질문에 '묵묵부답'

    이날 오후 9시35분쯤 빈소를 찾은 윤 실장은 약 35분 동안 빈소에 머물다 떠났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윤 실장은 취재진으로부터 '문 대통령과 어떤 대화를 했느냐' '내년 총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는가' 등의 질문을 받았지만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했다.

    윤 실장 조문의 배경은 다음날 알려졌다. 그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조의문을 판문점에서 전달받아 문 대통령에게 직접 전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31일 청와대 관계자에 의해 사실로 확인됐다. 윤 실장이 청와대를 대표해 '극비 임무'를 수행한 셈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의 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조의문에서 고 강 여사 별세에 깊은 추모와 애도의 뜻을 나타내고, 문 대통령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윤 실장은 앞서 남북관계 중대 국면마다 물밑 조율을 톡톡히 해왔다. 지난 6월30일 열린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도 무대 뒤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인 사람 중 하나로 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측의 누구로부터 조의문을 전달받았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겠다. 김여정 부부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의문 전달 시점이 늦지 않았느냐'는 말에는 "고인은 29일 늦은 저녁에 돌아가셨고, 조의문 전달은 어제 오후라는 점을 생각하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 ▲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된 모친 고 강한옥 여사의 빈소를 찾은 홍문종 우리공화당 대표를 빈소 밖으로 마중나와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된 모친 고 강한옥 여사의 빈소를 찾은 홍문종 우리공화당 대표를 빈소 밖으로 마중나와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아들 문준용, 딸 문다혜 씨도 참석

    한편 이날 부산 남천성당에서 열린 고 강 여사 발인식에는 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와 딸 다혜 씨도 참석했다. 지난달까지 태국에 거주했던 다혜 씨의 귀국 시점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준용 씨는 장례미사가 끝난 뒤 영정을 들고 앞장서서 운구차량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 등 유족은 경남 양산 하늘공원에 고인을 안장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들이 참석했다. 야당 대표들은 전날 조문을 마쳤다.

    홍문종 우리공화당 대표는 이날 오전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잘 배려해달라고 말씀드렸다"며 "문 대통령은 병원에서 입원할 수 있게 해드리고 책상도 넣어드리고 그러셨다고 말씀하셨다. (사면 관련해선) 구체적 대답 대신 그냥 웃음으로 대답하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