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장관, 14일 사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발언 부메랑으로 돌아오나
  • ▲ 조국(54·사진) 전 법무부 장관이 장관 취임(9월9일) 35일만인 14일 사임하자, 과거 조 전 장관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조국(54·사진) 전 법무부 장관이 장관 취임(9월9일) 35일만인 14일 사임하자, 과거 조 전 장관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이 장관 취임(9월9일) 35일만인 14일 사임했다. 과거 자신의 SNS 발언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라는 신조어를 만든 조 장관이었다. 조 전 장관의 SNS 발언이 그대로 적중하는, 이른바 조스트라다무스(조국과 노스트라다무스의 합성어) 신조어도 장관 시절 생겼다. 이런 연유로 조 전 장관의 사임을 연상케 한, 그의 과거 SNS 발언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조 전 장관이 2016년 11월 20일 오후 8시 34분에 올린 SNS 글 내용은 이렇다. 당시는 박근혜(67)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시기였다. "오늘자로 사퇴나 탄핵 여부와 관계없이, 박근혜씨가 기소돼 법정에 서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가 됐다." '국정농단' 의혹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던 박 전 대통령이 결국 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2017년 4월 기소됐다.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과 관련한 글도 조 전 장관은 올렸다. 그는 2017년 3월 12일 '일말의 연민이나 동정심도 사라지게 만드는 퇴장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게재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정당하다는 의미로 읽히는 글이었다. 실제 만2000여명 이상이 이 글에 반응하며 조 전 장관 입장을 지지하기도 했다. 

    이런 글들이 14일 사임한 조 전 장관의 모습을 예언한, '조스트라다무스' 사례 중 하나라는 의견이 있다. 검찰은 이날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교수를 다섯 차례 소환 조사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한 영장 청구를 이번주 내로 할 것이라는 추측이 법조계에서는 나돈다. 

    일부 누리꾼들은 조 전 장관 사임을 두고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조 전 장관이 말한 연민이나 동정심은 커녕, 오히려 '구속', '진실 규명' 등의 강경 발언을 내뱉는 것이다. 

    아이디 love**** 누리꾼은 "왜 사퇴했는지 조사를 철저히 해야한다. 조국이 찔리는게 있으니, 그게 들통나기 전에 사퇴한건 불보듯 뻔하다", hwan**** "진실을 전부 덮은 채 도망갔다. 진실 규명해야 한다. 조국 구속해야 한다", s2on**** "조국 혼자 사퇴한다고 끝날 일 아니다", 0922**** "지지율 떨어지니 조국 사퇴로 지지율 올리려는 꿍꿍이가 보인다" 등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사퇴로 끝날 일 아냐" 

    '조스트라다무스', '조로남불' 사례는 또 있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뒤, 박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두고도 비판적 글을 올렸다. 그는 "또 기자회견을 한다고? 어떤 얼빠진 기자들이 중대범죄 피의자의 범행 부인과 일방적 항변을 공손히 받아 적고 보도하는지 봐야겠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자신과 가족에 대한 각종 의혹으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지연되자, 9월2일 대국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검찰 수사를 받던 2017년 1월 11일. 조 전 장관은 "도대체 조윤선은 무슨 낯으로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수사를 받는 것인가? 우병우도 민정수석 자리에서 내려와 수사를 받았다"라고 비판했다. 

    조 전 장관의 예언이 어긋난 경우도 물론 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2010년 1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도 있고 청문회를 통과 못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는 이 발언을 제외한, 조 전 장관의 대다수 발언들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이 외에도 조 전 장관은 2013년 10월 21일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사의 오늘 발언, 두고두고 내 마음 속에 남을 것 같다"고 올렸다. 다른 글에서도 "윤석열 찍어내기로 청와대와 법무장관의 의중은 명백히 드러났다.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검사는 어떻게든 자른다는 것. 무엇을 겁내는지 새삼 알겠구나"라는 글을 올려,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을 두둔한 바 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법무부를 통해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제목의 글을 공개했다. 조 전 장관은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장관 지명(8월9일) 66일, 취임(9월9일) 35일 만에 장관직에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