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이 내건 ‘비핵화’는 결코 ‘핵포기’가 아닌데...삶은 소대가리 웃긴 ‘평화경제’ 타령은 계속되고...
  • 李 竹 / 時事論評家


      역지사지(易地思之)... “상대편의 처지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보고 이해하라”는 뜻이라고 한다더라.
      자기가 옳다고 하는 일, 또는 필요해서 하는 짓거리에 대해 상대방이 이러 쿵 저러 쿵 떠들어대면, 엄청 기분 나쁜 건 인지상정(人之常情) 아니겠는가.
      그러니 상대방이 뭘 하던, 뭐라고 하던 입 꾹 다문 채 잠자코 있어 주는 게 진정한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해야 하나? 비록 상대방이 자신을 패려고 몽둥이를 준비하더라도...

      이 나라 ‘공영(空營)방송’이 전하는 뉴스 중 일부다.

      “열흘간의 한미 연합 지휘소 훈련이 오늘[8월 20일] 끝난 가운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이끌고 있는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오늘 방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훈련 시작 전인 지난 10일, 김정은 위원장이 훈련 이후 북미 협상 재개를 희망한다는 친서 내용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훈련 종료와 맞물린 비건 대표의 방한이 북미 실무 협상에 시동을 걸려는 행보로 해석되는 이유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인지, 그 전날 ‘북악(北岳)산장’ 회의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남-북-미를 비롯한 관련 국가들과 우리 모두는 지금의 이 기회를 천금같이 소중하게 여기고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지혜와 진정성을 가져야 할 것...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그렇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최근 거듭되는 북녘의 ‘미사일 동해바다에 꼴아 박기’와 그 무슨 ‘현지 지도’에 대해 일관되게 과묵한 태도를 보인 것도 이런 연유인가 보다. 그런데...

      “우리 공화국의 자위적인 핵보유를 영구화하는 것이 [핵·경제]병진이 안고 있는 중대한 의미... 병진 노선은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인 대응책이 아니었다... 핵보유의 영구화에 토대하여 경제 강국 건설에서 결정적 승리를 이룩하는 것, 이것은 병진이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중대한 의미...”

      ‘재일본 조선사회과학자협회’라는 데서 발간한 ‘21세기의 태양 김정은 원수님’이란 책자에 나오는 내용이라고 한다. 이 나라 일간지가 보도했는데, ‘가짜 뉴스’는 아니지 싶다. 

      북녘에서 짖어대는 ‘비핵화’가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검증된 사실이다. 그 ‘비핵화’는 핵무기의 질(質)과 양(量)을 높이고·늘리는 ‘肥核化’와 미사일을 이용해서 목표 지점까지 날릴 수 있게끔 하는 ‘飛核化’를 뜻한다는 게 통설(通說)이 된지 이미 오래다. 아마 동네 강아지들도 모르지 않을 게다. 그냥 뜻할 뿐만이 아니라, 이미 실행되고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지적·증거가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단다. 
      물론 그 목적과 이유야 세습독재 정권의 항구적 유지와 나아가서 이 땅 전체를 손아귀에 쥐고 흔들겠다는 거친 야욕에 있는 것이고... 전혀 새삼스런 스토리가 아니다. 

      그러면 이쯤에서 갸우뚱 하는 ‘국민’(國民)들이 많지 않겠나.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지혜와 진정성”은 도대체 무얼 의미할까?
      혹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보유국!”임을 우선 인정하자? 그리고...

      다시 한 번 “삶은 소대가리를 웃게[仰天大笑] 만든” 말씀을 하셨단다.

      “평화경제는 우리 미래의 핵심적 도전이자 기회...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체제를 해체하고 평화와 번영의 새 질서를 만드는 세계사의 과업...”

      그 ‘평화경제’라는 게 ‘조공(朝貢)주도 성장’에 다름 아니라는 평가가 널렸는데도, 북녘 ‘존경하는 위원장님’의 나팔수들은 왜 그리 표현했을까? 글쎄 저들이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삶은 소대가리’가 되어 하늘을 보고 크게 웃는다는 뜻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자꾸 반복해서 말씀하실 까닭이 없지 않은가. “아랫사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 읽는다”는 지청구를 들어가면서까지...

      어찌 됐건, ‘핵보유국 인정’과 ‘평화경제’... 왠지 너무 잘 어울리는, 구색이 딱 맞는 조합이라는 느낌이 확 온다. 그 새 질서가 과연 무엇이고 누구 것이 되느냐는 굳이 따지지 않아도, 알만한 ‘국민’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그 환상의 궁합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 그게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 하지만...

      이 나라 ‘국민’(國民)들은 위와 같이 횡설수설한 사연과 얘기들이 그저 멍청한 호사가(好事家)의 ‘말꼬리 잡아 비틀기’나 혹은 ‘악마의 편집’에 그치기만을 바랄 듯하다.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