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저술가 박기봉 비봉출판사 사장, 직접 번역 편집해 출판"젊은 천재 이승만 탁월한 정치인생 자유정신을 노래"
  • 건국대통령 이승만은 평생 말과 글로 독립운동과 정치외교를 해낸 보기 드문 인물이다.
    어려서부터 시를 지었고 배재학당에선 학생회보인 <협성회보>를 창간, 기사와 논설을 쓴 주필이었고, 23세 때 이미 한국 최초의 일간신문인 <매일신문>과 <제국신문>·을 창간하여 사장·주필·기자로서 ‘자유’와 ‘민주공화주의’를 부르짖은 선구적 계몽운동가, 언론인, 독립혁명가였다.
    그런 문재(文才) 역시 타고난 것일까. 여섯 살 때 천자문을 떼고 어머니로부터 한시(漢詩) 작법을 배울 때 어린 이승만이 지은 아동시(兒童詩)가 지금도 남아 시인의 싹을 엿보게 한다.

    바람은 손이 없어도 나무를 흔들고 (風無手而撫樹)
    달은 발이 없어도 하늘을 간다 (月無足而行空)

    뒷날 이승만은 어머니에 대한 사모의 정과 함께 이 시를 몹시 아껴 영어로 번역해 두기도 하였다.

    시인 이승만의 작품을 한데 모아 현대어로 번역해낸 <우남 이승만 한시집>이 나왔다.
    한시와 우리말 시 등 210수(首)를 소개한 이 한시집은 이승만이 <체역집(替役集)>으로 묶은 옥중작품을 중심으로, 독립운동 시기, 해방 후와 건국 전후, 6.25 이후, 그리고 지인들에게 증정한 서예작품 등으로 나누어 정리하여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시로 읊은 역사적 기록문학의 가치도 크다고 하겠다. 
    이 시집의 편역자(編譯者)는 비봉출판사 박기봉 사장, 자기가 출판하는 책들을 직접 쓰고 편집하고 번역하기로 유명한 그는 저술가이자 한학자이며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대표적 지성인이다.
    특히 이승만의 옥정명저 <독립정신>을 “조선왕조 최고의 근대적 경세서(經世書)”로 평가하는 박 사장은 그동안 여러 번 출판된 이 
  • 책의 한자어를 한글로 풀어 주석을 달고 교정을 직접 맡아 출판하면서 “대한민국 건국이념과 직결된 <독립정신>을 국민들이 정확히 이해하기 바란다고 하였다.
    ”위기의 대한민국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길은 독재자로 오해받는 이승만의 역사적 진실을 널리 알리는 것임을 깨닫고, 그동안 <일본의 가면을 벗긴다> <이승만의 대미투쟁>(로버트 올리버 지음), <망명노인 이승만을 변호함>(김안서 지음) 등을 새롭게 편집 간행하였다. 이번에 출간한 한시집도 그런 취지에서 인간 이승만의 참모습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서울대 상대에서 경제를 전공한 청년 박기봉이 우리나라 고전 번역에 눈을 뜨게 된 것은 군복무 중 신채호의 <조선 상고사>를 읽고서였다. 출판사를 차린 후 중국어, 갑골문, 금문(金文) 전서(篆書)도 연마하였고, <조선상고사>를 비롯, <조선상고문화사> <을지문덕전>을 번역 발간하였으며, 이순신에 대한 모든 저서의 주요 내용을 총정리한 <충무공 이순신 전서>(전4권)도 번역 간행하였다.
    이처럼 갈고 닦은 한학적 관점에서 그동안 이승만의 한시 번역물이 “한시 특유의 묘미를 무시하고 우리말의 운율에 꿰맞춘 것이 많음을 발견”한 박 사장은, <두시언해(杜詩諺解)>의 번역 방식을 채택, 시구에 나오는 글자는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고 번역함으로써 시인이 말하려는 뜻을 충분히 살려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우남 이승만 한시집>에서 주목할 점은 또 있다. 우남의 한시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에 대하여 자세한 주석을 달아 시대상을 설명해줌은 물론, 우남의 해박한 유학지식, <사기(史記)> 등 역사적, 사상적 축적, 이백(李白)·두보(杜甫)·소동파(蘇軾) 등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들의 시에 통달하였으며, 이승만이 옥중에서 쓴 수많은 한문 논설들과 함께 20대 초반 우남은 이미 대학자의 수준에 올랐음을 알 수 있었다고 박 사장은 털어놓았다. 

    더구나 우남이 23세 때 지어 <협성회보>에 발표한 독립운동시 <고목가(古木歌)>는 최남선의 신체시(新體詩)보다 10여 년 앞선 한국 최초의 신체시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남달리 예민한 감수성과 탁월한 두뇌를 지닌 젊은 천재가 ’자유‘를 박탈당한 감옥에서 극한상황의 극복과 함께, 개인 및 국민국가의 자유정신을 정치찰학으로 심화시킴으로써 자유민주공화국을 세우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음”을 우남의 작품들이 보여준다며, 박 사장은 한국 학계와 전문가들에게 새로운 종합 연구 노력을 당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