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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뮤직앤아트컴퍼니
미국의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56)가 하이든·슈만·쇼팽의 음악에 담긴 '유머'를 탐독한다.
지난해 3월 첫 리사이틀을 성공적으로 마친 케빈 케너는 오는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12일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두 번째 독주회 '유머레스크(Humoresques)'를 펼친다.
'유모레스크'라는 주제를 단 이번 리사이틀은 '유머'의 다양한 모습을 관객과 함께 탐구하는 음악 여정이다.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다장조', 슈만 '다비드동맹무곡집', 쇼팽 '5개의 마주르카', 파데레프스키 '6개의 유머레스크'를 들려준다.
케너는 9일 오후 종로구 인사동에서 기자와 만나 "유머는 예술에 있어 매우 훌륭한 주제다. 단지 시시하거나 가벼운 것만이 아니라, 인간 정신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유머를 느낄 수 없는 사람은 인생에서 소중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독일의 낭만주의 소설가이자 철학가인 장 파울 프리드리히 리히터(1763~1825)는 유머가 우리의 가장 고귀한 정수를 담고 있으며 '전도된 숭고함'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케너는 때로는 기발함과 놀라움, 익살과 패러디로, 때로는 위대함과 고통을 담은 웃음 등 유머의 본질적인 측면을 해석할 예정이다.
"독서가 취미고 음악에 대해 연구하는 걸 좋아한다. 장 파울이 쓴 유머에 대한 에세이를 읽었는데 감명 깊었다. 유머가 우리 인생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다르게 할 수 있는 게 유머고, 아스피린보다 더 중요하다. 공연을 통해 청중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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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뮤직앤아트컴퍼니
이어 최근에 웃었던 일이 언제인지 묻자"어떤 특정 주제나 이벤트에 재미를 느끼는 게 아니라 사람과 즐겁게 대화하고 교류하는 것을 좋아한다. 웃음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하나의 태도일 뿐 이벤트는 아니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케너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1)의 음악적 파트너이자 피아니스트 조성진 멘토로 잘 알려져 있다. 정경화가 "내 영혼의 동반자"라고 말했을 만큼 그녀와 깊은 음악적 교감을 나누고 있으며, 7년째 듀오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정경화와 함께 작업하고 공연할 때 듀오를 이끄는 영혼의 결합을 느낀다. 이것은 우리가 비슷하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조용하고 온화하다면, 정경화는 즉흥적이고 활달하며 열려 있다. 이렇게 다른 우리의 성격이 만나면 독특한 어떤 것이 탄생한다. 정경화는 음악을 벗어나 인생의 관점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줬다. 모든 것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케너는 1990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1위 없는 2위)과 폴로네이즈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했다. 현재까지 쇼팽과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동시에 입상한 유일한 미국인 피아니스트다.
그는 11년간 영국 왕립음악원의 교수를 역임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으로 거주지를 옮겨 마이애미 대학 프로스트 음악원에서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쇼팽 콩쿠르와 부조니 콩쿠르 등 세계적 권위의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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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뮤직앤아트컴퍼니
"연주자·교수·심사위원 모두 동등한 균형을 이루려고 한다. 이들 정체성은 창의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즐겁고 행복하다. 심사위원으로 임할 때는 연주의 정확성보다는 뮤지션으로서 이 음악에 대해 할 말이 있는지, 청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 본다. 또, 학생을 지도할 때는 단순히 교수를 따르는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성장할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둔다."
쇼팽 연주로 정평이 나 있는 케너는 쇼팽부터 라벨, 슈만, 베토벤, 파데레프스키, 피아졸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녹음했다. 피아졸라와 파데레프스키 음반으로 각각 2006년과 2012년에 폴란드 음반산업협회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했다.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것에 대해 "내가 얼마나 쇼팽에 대해 조금 알고 있는지를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의 음악적인 정신을 연주에 담아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어린 시절의 나를 매료시킨 작곡가가 쇼팽이라는 점이 행운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쇼팽은 나를 한 인간으로 만들어 줬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쌍방향의 작업이다. 내가 연주자로서 나만의 감각에 따라 쇼팽의 곡을 완성했다면, 반대로 쇼팽은 나에게 말을 걸고 삶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이것이 연주자로서 느낀 보람 중의 하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