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시오페라단 '텃밭킬러' 공연 장면.ⓒ세종문화회관
    ▲ 서울시오페라단 '텃밭킬러' 공연 장면.ⓒ세종문화회관
    영화 '기생충'의 오페라판이 찾아온다.

    서울시오페라단(단장 이경재)은 세종 카메라타 시리즈 세 번째인 '텃밭킬러'를 오는 3일부터 6일까지 세종 M씨어터에서 선보인다.

    '세종 카메라타'는 한국 창작오페라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작곡가, 작가, 성악가들이 뜻을 모아 2012년부터 시작된 창작 워크숍이다. 16세기 후반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예술가 모임인 '카메라타'와 한글 창시자 '세종'을 결합해 이름을 붙였다. 

    창작자들이 정기적인 워크숍을 통해 오페라를 개발해 지속적인 수정·보완을 거쳐 새로운 레퍼토리를 정착시키는 시스템이다. 2014년 초연한 첫 작품 '달이 물로 걸어오듯'에 이어 '열여섯 번의 안녕'을 2016년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예술감독인 이경재 서울시오페라단장은 "창작 논의 과정에서부터 카메라타의 정체성과 시대를 가장 잘 투영할 수 있는 작품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텃밭킬러'는 할머니가 가진 유일한 재산 금니 3개를 탐내 기생하며 사는 수음이네 가족 이야기를 그린다. 작은 구둣방에 다닥다닥 붙어사는 이 가족은 골륨(할머니)이 남의 집 텃밭에서 훔쳐온 고추, 토마토 등을 내다 팔아 번 돈으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한다.

    늘 술에 취해있는 진로, 방 얻을 돈이 없어 이층침대에 신접살림을 차리는 진로의 첫째 아들과 그의 연인 아가씨, 중학교에 가려면 값비싼 점퍼가 필요하다고 떼쓰는 수음이까지 각자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할머니의 금니를 욕심 낸다. 캐릭터 한 명 한 명을 통해 동시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부조리한 현실을 투영한다.
  • ▲ 서울시오페라단 '텃밭킬러' 공연 장면.ⓒ세종문화회관
    ▲ 서울시오페라단 '텃밭킬러' 공연 장면.ⓒ세종문화회관
    장영아 연출은 "무엇보다 연극적인 디테일을 사용했다. 캐릭터간의 움직임, 섬세한 동작들을 통해 극의 장점을 뒷받침하고자 했다. 극의 배경이 되는 옥상은 땅에 발을 디디지 못하는 우리네 서민들을 표현하고, 옥상 위 구둣방을 둠으로써 현실과 비현실의 모습을 모두 구현할 수 있도록 배경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텃밭킬러'는 윤미현의 대본을 토대로 작곡가 안효영이 음악을 입혔다. 안효영은 "오랫동안 합창곡을 쓰고 가사(말)를 다루는 작업을 해온 것이 오페라 작업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음악을 통해 입체적인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극작가 윤미현은 "한평생 구둣방을 하며 살아도 집 한 채 마련할 수 없었던, 어느 순간 삶의 의지가 꺾여버린 진로와 그들의 자식들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는 삶을 살 거라는 과정을 담았다. 우리가 속한 사회(부조리한 현실)를 구둣방에 한데 모아 놓은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골륨(할머니) 역에 메조소프라노 신민정과 김보혜, '진로' 역 바리톤 장철·김재섭, '아가씨' 역 소프라노 이세희·윤성회, '청년' 역 테너 석정엽·조철희, '수음' 역은 테너 홍종우·도지훈이 맡고 '경찰' 역에는 배우 김윤동이 출연한다. 지휘봉은 정주현이 잡아 오케스트라 디 피니를 이끈다.

    정주현 지휘자는 "창작 오페라이다보니 기존에 참고할 수 있는 음반이나 작품이 없어 최대한 상상력을 갖고 접근했다. 관객이 무대 위에서 표현되는 내용이 잘 느끼도록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