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 없이 순수 영상으로 제주의 물길·바위·숲·동굴 담아내
  • ▲ 다큐멘터리 '오버데어' 포스터. ⓒ아모레퍼시픽미술관
    ▲ 다큐멘터리 '오버데어' 포스터.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제주 자연의 비경(秘境)을 기록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오버데어(over there)'가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의 노르웨이 국빈방문 문화행사에서 양국 정상 내외와 각계 주요인사 3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돼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노르웨이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중극장에서 개최된 한국 음악 콘서트(Korea Music Concert)는 판소리, 한류드라마 OST, 케이팝(K-POP), 퓨전국악 등 한국의 전통 음악부터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팝까지 한국 음악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이 중 소리꾼 김율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화산섬 제주도의 풍경을 담은 '오버데어'를 배경으로 판소리 '비나리'를 불러 양국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오버데어'를 연출한 장민승 감독은 2015년 봄부터 약 1000일 동안 제주도를 오가며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시킨 채 관찰하고 발견한 제주의 절경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장 감독은 한라산의 험난한 산길과 물길을 탐사하기 위해 촬영을 준비하는 동안 설악산에서 빙벽타기 훈련도 병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황석영의 소설을 소재로 한 '입석부근(2016)'을 발표하기도 했다.

    관광지로서 익숙한 제주의 풍경을 넘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물길과 바위, 숲, 동굴 등에 초점을 맞춘 게 이 영화의 특징. 내레이션 대신 삽입된 작곡가 정재일의 클래시컬한 배경음악은 신비로운 정서와 분위기를 전달하며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순식간에 안개에 가려지고 또 안개가 걷히면서 드러나는 제주도의 신비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기후 변화로 인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한라산 고유 식생에 대한 기록 차원에서도 이 작품이 갖는 의미가 상당하다는 평가다.

    장 감독은 2014년 아모레퍼시픽미술관(관장 전승창)이 제주도 오설록 티하우스 및 서광차밭 일대에서 개최한 전시회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여러 해, 여러 계절의 다양한 제주 풍경을 내러티브 없이 순수 영상으로만 기록한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창업자 장원 서성환 선대회장이 제주의 한라산 남서쪽 황무지를 녹차밭으로 개간하기 시작한 1979년부터 지금까지 제주와의 '인연'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기업. 앞으로도 '오버데어'처럼 제주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태를 기록하는 작업에 지속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