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앞두고 마이크 켜진 줄 모르고 "집권 4년 같다"… 국토부 공무원들 두곤 "이상한 짓" 비난도
  • ▲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당·정·청 회의를 앞두고 관료들 욕을 했다. 남들이 듣는 줄 모르고 나눈 사담(私談)이다. 방송사 마이크가 켜져 있는지 몰랐던 것이다. 두 사람의 은밀한 ‘뒷담화’는 그대로 녹음됐고, 방송사가 뉴스로 내보냈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 관료가 말 덜 듣는 것, 이런 건 제가 다 도맡아서 하겠다"고 했고, 김 실장은 "그건 해달라. 진짜 (정권 출범)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다"고 맞장구쳤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 시작 직전의 상황이다.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두 사람은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비난했다. 통제되지 않는 공무원 조직을 두고, 당은 "도맡아서 하겠다"고 나섰고, 청와대는 "그건 해달라"고 환호했다. 청와대와 여당의 곤혹까지 스스로 고백한 꼴이 됐다. 집권 2년을 맞은 정권이 벌써 공무원 조직에 휘둘리는 모습을 노출시킨 것이다. 

    '주 52시간' 실시 따른 버스 파업도 공무원 탓으로 돌려

    두 사람은 특정 부처 공무원을 겨냥해 비난을 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가 먼저 "단적으로 김현미 (국토해양부)장관 한 달 없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이상한 짓을 많이 한다"고 했다. 지난 3월 국토부장관 후보자 교체를 위한 청문회와 낙마로 한 달 간 생긴 장관 부재의 상황을 말한 것이다.

    이 원내대표가 ‘이상한 짓’으로 운을 떼자, 김 실장이 “지금 버스 사태가 벌어진 것도 (정부 관료들 때문)"이라고 응수했다. 이 원내대표는 "잠깐만 틈을 주면 (관료들이) 엉뚱한 짓들을 한다"고 호흡을 맞췄다. 주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임금 저하를 우려하는 버스 기사들이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을, 통째로 관료들 탓으로 돌려버린 것이다.

    여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정책실장의 ‘뒷담화’는 오래 가지 못했다. 자신들의 얘기가 방송사 마이크에 녹음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김 실장이 갑자기 책상 위에 놓인 마이크를 가리키며 "이거 (녹음) 될 것 같은데, 들릴 것 같은데⋯"라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대화를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