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北 주민에 전달되는지 확인해야"… 美와 다른 靑 발표도 논란
  •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이기륭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이기륭 기자
    문재인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 추진을 공식화했다. 지난 4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둘러싼 국내외 논란이 여전한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지원 방식과 구체적인 시기는 국제사회와 협의해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야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쌀이 진짜 주민들에게 가긴 하느냐"며 우려한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9일 울산 매곡산업단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파탄으로 벼랑 끝에 있는 우리 국민 삶을 북한이 단거리미사일로 위협하고 있는데, 이 정권은 북한에 식량을 보낼 궁리만 하고 있다"며 "김정은 안위 챙길 시간과 노력으로 탈북민 생명 지키고 우리 국민 삶을 돌아보는 게 우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외면하는 탈북민 실태를 언급했다. 그는 "지난달엔 베트남에 들어간 탈북민이 대한민국 외교부의 외면으로 다시 중국으로 추방당했다"며 "지금도 청와대 앞에는 아홉 살 딸의 북송을 막아달라며 탈북자 부모가 무릎을 꿇고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탈북민 목숨을 휴지조각처럼 여기는 정부가 북한에 식량 보낼 생각을 하니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라고 반문 "대북 식량지원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우리 국민 민생과 경제를 살펴주기 바란다. 식량지원 부분에 관한 변화와 결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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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공동 인식'이라더니… 발표 내용 달라 논란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8일 정례 브리핑에서 "국제사회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식량지원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에 대해 한·미 간 공동의 인식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7일 한·미 정상 통화 직후 미국 백악관이 내놓은 보도자료에서는 대북 식량지원 부분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서는 '미국정부가 대북 식량지원 방식에서 한국정부와 다른 인식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였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과 통화하고 나서 대북 식량지원이 미국과 논의된 것처럼 얘기했는데, 미국 입장은 전혀 다르다"면서 "핵심은 문재인 정권이 대북제재 역주행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식량지원 등) 인도적 지원에 반대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게 정말 북한주민들에게 전달되는지를 봐야 할 것"이라며 "해야 될 일을 안 하고, 하지 말아야 될 일을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범여권 '반색'... 한국당 "미사일이 엊그제, 시기 적절치 않아"

    그러나 집권여당과 정의당 등 범여권의 반응은 상이하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한·미 양국 정상의 확고한 대화 의지에 뜻을 함께하며 국회차원의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반색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한·미가 함께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8일 "만일 북한에 (인도적) 지원 800만 달러를 의결했다면 무력시위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는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북한이 미사일을 안 쏘게 하려면 800만 달러를 공납하면 된다는 기적의 주장을 여당에서 펼치고 있다"며 혀를 찼다.

    한국당은 "정부가 북한에 식량지원을 한다면 북한은 미사일 도발이 성공했다고 착각할 것이 분명하다"며 "식량지원이 투명하게 이뤄져서 북한주민들이 기아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식량지원을 할 수 있지만, 특히 지금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입을 모으는 형국이다.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9일 당내 초·재선 모임에서 "식량지원에 대한 한·미 간 발표가 상이하다.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북한 미사일에 식량으로 화답하는 일은 성급하다.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면 국민적 공감대를 찾아서 적절한 시기와 그 방식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 내 한 관계자는 9일 본지와 통화에서 "한·미 정상 간 대화가 발표될 때마다 공통점이 있다. 한국과 미국 양측의 발표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겠나. 만일 문재인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라면, 조금 오버해서 전쟁이 나도 국민을 속일 수 있지 않겠나"라며 비판적 인식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