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아니라 저축… 아내, 주식 거래 할줄 몰라" 남편 오충진 변호사 '대리 해명'
-
- ▲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출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주식부자’ 논란에 선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이 후보자의 남편인 오충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명하는 모양새다. 이 후보자가 10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주식 과다보유에 대해 “남편이 관리했다”며 책임을 돌린 후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자가 아닌, 오 변호사가 헌법재판관 후보자냐는 볼멘소리가 제기됐다.오 변호사는 1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가 전적으로 했던 주식거래에 대해 후보자에게 비난이 쏠리는 게 억울하다.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이 제기되고, 인신공격을 하는 걸 보면서 아내에게 정말 미안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아내는 성실하고 겸손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년 동안 가사 외에는 판사업무에만 매진했다. 그리고 인권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며 “헌법재판관으로서 아주 적절하다”고 이 후보자를 감쌌다.앞서 이 후보자는 주식 과다보유 논란에 휩싸였다. 신고한 재산 약 42억원 중 35억4900만원이 주식이다. 이 후보자 명의는 6억6000만원, 배우자 명의로 28억8000만원 등이다.“투기가 아닌 저축” 해명오 변호사는 자신이 ‘투기’가 아닌 ‘저축’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이 부동산·주식·채권밖에 없다. 채권은 금리가 너무 낮고, 부동산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주식투자를 하게 된 것인데, 집사람은 재테크에 관심이 없다. 그냥 내가 혼자 저축계좌부터 쭉 관리했다”고 설명했다.특히 오 변호사는 자신이 판사 시절부터 주식투자한 점을 시인하며 “집사람은 가사를 하면서 자기 월급은 생활비로 주로 쓰고, 내 월급은 저축을 했다”며 “나는 그때(판사 시절)부터 주식투자를 했는데, 이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죄송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이어 “처음에는 내 명의로만 주식투자를 했다. 나중에 이게 집사람의 소득으로 투자한 부분이 상당한데 집사람 명의로도 일부분을 해둬야 되겠다 해서 명의를 이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아내, 스마트폰 다루는 방법도 몰라”앞서 11일에도 오 변호사는 개인 SNS 계정을 개설해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오 변호사는 “주식거래를 전적으로 담당했던 내가 소상히 밝히는 것이 도리라 생각해 페이스북을 개설했다”며 “변호사로 재직 중인 저의 연봉은 세전 5억3000만원 가량이다. 지난 15년간 경제활동으로 거둔 소득의 대부분을 주식에 저축해 왔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후보자는 주식을 어떻게 거래하는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에 있는 어플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며 “어제(10일) 아내가 답변하면서 명확하고 자세히 설명하지 못한 것은 사실을 숨기기 위함이 아니었다. 주식거래는 전적으로 내가 했기 때문에 아내가 사실관계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답변하면서 그리 된 것이다. 공직후보자의 남편이 이런 말씀 드리게 점 넓은 양해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남편 뒤에 숨는 헌법재판관이 ‘여성’ 상징성?하지만 이 후보자 남편이 나서서 적극 해명한 게 도리어 역효과를 내는 모습이다. 오 변호사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자세하게 답변하지 못했다”고 인정할 만큼 이 후보자는 해당 문제에 대해 구체적 해명을 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 10일 인사청문회에서 “전적으로 남편 관리”라고 책임을 전가한 후 현재까지도 별다른 견해 표명이 없다. 청문회 당시 ‘자료 제출 미미’가 문제가 됐지만 추가 제출한 자료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여기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로서 자질문제가 지적된다.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수십억대 주식을 보유한 것이 국민정서에 반한다는 지적은 별도로 하더라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직접 해명하지 않고 남편 뒤에 숨는 모습이라는 것이다.더욱이 청와대가 밝힌 이 후보자 지명 이유는 ‘40대 여성’ ‘지방대 출신’ 등이다. 비주류·소수·약자들의 대변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상징성을 띤 인물이 ‘남편 탓’을 하며 침묵을 유지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다."부동산 투기는 아내가, 주식투자는 남편이..."이와 관련,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재건축 부동산 투기는 아내가 한 것이다. 주식투자는 남편이 한 것”이라면서 “좌파는 뻔뻔하다”고 이 후보자를 우회 저격하기도 했다.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청문회에서도 ‘남편청문회’냐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청문회가 끝나고도 이 후보자는 아무 말이 없고 남편만 언론에 나와서 해명한다. 한 나라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로서 이런 태도는 자격이 없다”고 일갈했다.실제로 누리꾼들도 “김의겸의 ‘아내가 해서 몰랐다’에 이은 이미선의 ‘남편이 해서 몰랐다’냐. 헌법재판관 후보 자격을 따질 게 아니라 법관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Sams****)는 등 직격탄을 날렸다.12일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은 결국 불발됐다. 이대로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할 경우 현 정권 들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가 10명에 달한다. 4년9개월간 10명의 장관급 인사 임명을 강행했던 박근혜 정부를 뛰어넘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