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성 신원식 박휘락 김태우 4인' 공동 기고… 북한 변화시킬 최대 변수는 한미동맹
  • ▲ 사진 왼쪽부터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박휘락 국민대 교수, 신원식 전 합참작전본부장.
    ▲ 사진 왼쪽부터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박휘락 국민대 교수, 신원식 전 합참작전본부장.
    지난 3월 3일 한미 양국은 한미군사훈련인 '독수리 훈련(FE)'과 '키리졸브 훈련(KR)'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유예시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포함한 3대 연합훈련이 모두 중단된 셈이다.

    한미합동 군사훈련은 연합방위체제의 전력 유지를 위한 핵심요소로서 훈련 중단은 연합전력에 결정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궁극적으로 동맹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연합훈련 중단이 갖는 5가지 의미와 함께 대책을 살펴보기로 한다.

    ①국가안보의 정치화

    첫째, 연합훈련 중단은 국가안보를 정치화시킨 극명한 사례다. 안보정책은 ‘국민·영토·주권·국가적 가치의 수호’라는 순수한 안보 개념 하에서 수립되고 이행되는 것이 원칙이다. 연합훈련 중단 결정은 한미 양국 정부가 순수한 국가안보에 정치를 개입시킨 극명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하면서부터 한반도 평화 확보를 위한 핵심요소로서 한국의 안보역량보다는 북한과의 친교와 협력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고수해왔다. 이러한 왜곡된 인식과 연합훈련에 대한 거부감을 바탕으로 정부는 평양정권과의 친교를 의식한 대북정책을 추진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도 지난 2월 말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화’ 술책을 간파하고 합의를 결렬시켰지만, ‘대화를 통한 북한 비핵화’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이 거부하는 연합훈련을 강행해 대화가 완전히 단절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양국 정부의 정치적 목적이 맞아 떨어지면서 연합훈련이 중단된 것으로 보는 것은 틀리지 않는다.

    ②북한의 숙원과제 해결

    둘째, 한미 군사훈련 중단으로 북한은 70년 숙원과제 중 하나를 해결하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북한의 대남목표 중에는 3대에 걸쳐 불변인 것들이 많은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북한 중심의 공산화 통일’, 즉 ‘주체통일’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지난 70여 년 동안 △우리민족끼리 △북남 평화를 위한 조선반도 군축 △유엔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남북한 상호무력 불행사 등을 외쳐왔다. 표현만 다를뿐 모두가 ‘적화통일’이라는 목표를 지향하는 술책들이다.

    이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최대 장애요소는 연합방위체제가 보유한 안보역량이었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북한은 오매불망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철수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연합 안보역량을 무력화·불능화시키는 효과적인 방안이 바로 연합훈련 중단이다. 결국, 연합훈련 중단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숙원과제 달성을 위해 지원하고 미국도 훈련비용 문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신, 북한과의 대화채널 유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③한국 정부의 대북 진상품

    셋째, 연합훈련 중단은 북한이 그토록 원해 온 것으로서 한국 정부가 북한 정권에게 보낸 선물이자 일종의 진상품이다. 현재 세계는 한국 정부를 김정은 정권에게 마땅히 해야 할 주장들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북한에 경도된 정부’로 평가한다.

    이는 3차례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보여준 당당하지 못한 행태, 문 대통령이 지난해 유럽 방문에서 보여준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간청외교', 제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시 김정은과 참모들이 보여준 오만, 9·19 남북 군사분야합의서 내용의 이적성, 대북 지원을 위해 미국과 유엔의 감시를 피하려 한 노력 등을 종합한 결과일 것이다.
  •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북한 김정은.  뉴데일리DB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북한 김정은. 뉴데일리DB
    지금도 정부는 겉으로 한미공조를 말하면서 실은 민족공조에 몰입하고 있다. 요컨대, 한국 정부에게 있어 연합훈련 중단은 북한 정권의 환심을 사기 위한 카드일 수 있으며, 한국 정부의 이런 정서를 모를 리 없는 미국은 “정승도 자기가 하기 싫으면 그만”이라는 심정으로 연합훈련 중지에 쉽게 합의했을 것이다.

    ④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 인식이 가져온 결과물

    넷째, 연합훈련 중단은 트럼프 행정부가 가진 한국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 인식은 유례가 없는 ‘최악’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마음 속에 담긴 진실보다는 진정성이 없는 대화들을 2년여 간 계속하고 있는 듯하며, 이제 거의 한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 언론들도 "트럼프 행정부는 표면적으로는 한미공조도 하고 대화도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득 차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런 식의 보도는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실질적 상의도 없이 강행한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 및 실천, 미국법과 유엔제재를 위반할 수 있는 대북지원 노력, 추가적 사드배치의 사실상 중단,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불참과 친중 정책, 전작권 조기전환 추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있어서의 소극적 태도, 한국 재벌그룹들의 대북지원 유도,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남북공조, 한미 양국에서 나오는 주한미군 철수 우려에 대한 방관적 자세, 자해적 한국군의 안보역량 축소 등을 두루 종합한 결과일 것이다.

    미국은 이런 상황에서의 연합훈련은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며, 이에 더해 각종 군사기밀을 북한에 누설하는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⑤연합방위체제 불능화와 동맹 파괴로 가는 징검다리

    궁극적으로 연합훈련 중단은 한미 연합방위체제의 불능화와 동맹 소멸로 귀결될 수 있다. 연합훈련 중단을 제일 좋아할 당사자는 북한 정권이고, 북한 정권이 좋아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당사자는 한국 정부다. 당연히, 미국은 내심 한국 정부에 대해 괘씸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대다수 미국 국민 사이에는 한국을 ‘지켜줘야 할 나라’로 생각하지 않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국민의 여론은 향후 동맹의 유지존속에 직접적 변수가 된다.

    반면, 연합훈련 중단을 가장 뼈아프게 느끼는 당사자는 한국군과 자유민주 대한민국을 수호하려는 애국 국민이다. ‘임전태세 유지’를 하나의 정론으로 삼고 있는 군으로서는 평소에 연합훈련을 지속하지 않으면 갑자기 위기상황을 맞았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애국 국민은 연합훈련 중단이 연합방위체제의 불능화·무력화와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고 그것이 한미동맹 파괴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경악하고 있다.

    해당 정권들의 속성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 수호’라는 차원에서 국민이 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연합훈련 중단이 갖는 5가지 의미는 결국 문재인 정권, 김정은 정권, 트럼프 정부 등 세 정부의 속성이 가져온 결과물이다. 때문에 연합훈련 중단이 한국 안보에 치명적 변수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각 정부의 속성을 질적으로 변화시키는 노력이 절실하다.

    한국 정부의 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국방부가 안보의 근본을 허물고 있는 정책들을 '결사보국'하는 정신으로 교정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국방부가 사생결단의 자세로 거부했더라면 '이적성' 9·19 군사분야합의가 그토록 쉽게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국방부는 국가안보를 위해, 정치를 떠나 '진충보국'하는 자세로 정부의 실책들을 교정·보완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야당의 역할도 긴요하다. 야당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선명한 기준을 갖고 국민을 상대로 지성적인 호소를 하면서 대화와 투쟁을 병행한다면, 국방부의 자세를 바꾸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대한민국을 수호하려는 국민은 야당을 중심으로 통합되고 단합할 것이며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도 가능해 질 것이다.

    북한 정권의 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국내 요소들과 국제 요소들을 총동원해야 한다. 현재 북한 정권은 내부에서 ‘북한판 고르바쵸프’가 나타나지 않는 한 자체적 질적 변화는 불가능한 상태이다. 한국 정부가 북한 정권의 질적 변화를 촉구할 가능성도 없다. 결국, 애국 국민과 우방국들이 합세해 외부변수를 증대시키는 방안 밖에 없다.

    최대의 외부 변수는 당연히 '동맹'이다. 미국이 북한 정권의 질적인 변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거나 질적 변화를 가로막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게 효과적이다. 이와 함께, 한국의 애국 국민과 야당에게는 정서적 기복이 심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좌파 정부에게 감정적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인내심을 갖고 긴 역사적 안목 속에서 한미동맹과 연합방위역량을 지켜나가도록 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