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의장 면담서 "싱가포르 회담은 쇼"… 정동영·이정미와도 설전
  • ▲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에게 선물을 받는 문희상 국회의장. 펠로시 의장 옆이 앤디 김 하원의원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에게 선물을 받는 문희상 국회의장. 펠로시 의장 옆이 앤디 김 하원의원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의 진짜 의도는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남한의 무장해제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캘리포니아, 민주)이 미국을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12일(현지시간) 문 의장 일행과 1시간여의 면담에서 북한을 믿을 수 없으며, 미북정상회담이나 각종 합의는 믿을 수 없는 ‘쇼’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펠로시 의장과 국회 대표단은 북한 비핵화 전망을 두고 상당한 설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펠로시 의장의 북한 관련 발언은 국회 대표단의 말을 들은 뒤에 나왔다. 문 의장 등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미북정상회담이 성공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자 펠로시 의장은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은 쇼였다”며 “싱가포르 미북 선언문은 김정은에 주는 선물이었고, 회담 후 북한은 비핵화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특히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설전을 벌였다. 정 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장관을 지냈다.

    면담에 배석한 앤디 김 하원의원(뉴저지, 민주)도 “핵 폐기 의사를 보여주는 북한의 조치는 없었다”고 펠로시 의장을 거들었다. 이에 정 대표는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는 북한 핵능력의 80% 상실을 의미한다”며 “그 정도면 가장 확실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펠로시 의장은 또 “한국은 2차 미북정상회담에서 기대하는 바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정 대표는 “미국과 북한이 적이 아니라 베트남처럼 우방으로 변하는 것”이라며 “베트남이 친미국가가 된 것처럼 북한도 친미국가가 되면 미국의 국익 확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펠로시 “20년 전부터 북한 정권 안 믿어” 이정미 “다시 북한 가보라”

    펠로시 의장은 20년 전 자신의 방북 경험을 소개하며 “북한은 믿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펠로시 의장은 “북한주민들의 가난과 비참함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그때부터 북한 정권은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야기가 길어지자 펠로시 의장은 “나는 낙관하지 않지만 기대는 한다”며 “내가 틀리고 당신네가 맞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금 북한은 그때와 많이 다르다”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방북해 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정 대표가 “트럼프의 북핵외교가 과거 클린턴 정부 시절 ‘페리 프로세스’를 잇는 정책이 아니냐”고 묻자, 펠로시 의장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트럼프의 국정연설을 아무리 살펴봐도 비핵화라는 말을 찾을 수 없었다”고 부정했다.  

    펠로시 의장은 최근 악화한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펠로시 의장은 “최근 한일관계가 나빠져 걱정스럽다”면서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미 상·하원 의원들이 ‘한·미·일 공조 중요성’을 강조하는 결의안을 내놓은 것과 일맥상통했다.

    이에 문 의장은 “균형감각을 갖고 봐달라”고 반박했다. 문 의장은 최근 아키히토 일왕을 가리켜 “전쟁범죄자의 아들”이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해 일본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문 의장은 면담 후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일본 쪽에서 펠로시 의장에게 미리 ‘한국을 좀 혼내주라’고 말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