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군 제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대대 추정… 미국·러시아 '참수부대' 판박이
  • ▲ 2016년 12월 국내에도 공개된 북한군 제525부대 직속 특수작전대대 훈련. 청와대 모형을 만들어 놓고 타격 연습을 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6년 12월 국내에도 공개된 북한군 제525부대 직속 특수작전대대 훈련. 청와대 모형을 만들어 놓고 타격 연습을 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 국방백서’가 공개된 뒤 “북한이 남한 요인 암살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작전부대를 창설했다”는 내용이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대남사업조직들이 암살요원을 육성했다. 냉전 때는 북한뿐만 아니라 서방국가들도 암살부대를 만들어 운영했다.

    국방백서 속 北암살부대, 이미 국내에 소개됐다

    븍한의 이 특수부대에 대해서는 이미 2016년 11월 국내 언론이 보도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선전매체는 “김정은이 인민군 제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대대의 타격훈련을 참관했다”면서 훈련 장면을 전했다.

    영상과 사진 속 북한 특수부대 요원들은 위장무늬 군복에 야간투시경을 장착한 방탄 헬멧과 전술조끼를 착용하고 등장했다. 이들 북한군은 미군 특수부대의 AH-6 리틀버드처럼 개조한 MD500을 타고 내려와 청와대 모형을 공격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북한 매체들이 소개한 이 부대는 북한군 총참모부 작전총국 직속 부대다. 북한군은 과거 총참모부 밑에 정찰국과 작전국을 두고, 정찰국은 비정규전 및 대남침투, 작전국은 정규전 대비 비대칭전략 개발 등을 맡았다.

    2009년 2월 정찰총국이 생기면서 정찰국이 떨어져나간 이후 북한군 작전국은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2016년 1월 김정은이 군과 노동당 여기저기에 흩어진 조직을 통합해 ‘작전총국’을 창설하면서 위상이 바뀌었다. 김정은은 총참모부 제1총부참모장인 육군 중장(한국군 소장에 해당) 림광일에게 작전총국장을 맡긴다. 작전총국은 북한군의 군사훈련과 대남작전을 총괄지휘하게 됐다. 작전총국 직속 ‘특수작전대대’는 우리 식으로 풀이하면 합동참모본부 직속 특수부대라는 뜻이다.

    김정은이 이 암살부대를 얼마나 아끼는지는 이후에 나오는 북한매체의 보도에서도 나타난다. 2017년 4월 북한군은 ‘특수부대 강하 및 대상물 타격 경기’를 연다. 이 경기에는 제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대대(암살부대), 제630대연합부대 제2625군부대 예하 5지대 4타격대, 해군 제252군부대 예하 1지대 2타격대, 항공-반항공군 제323군부대 예하 1지대 1타격대가 참가했다.
  • ▲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 암살 용의자로 지목된 러시아 인들이 CCTV에 포착된 모습. 이들은 영국 경찰에
    ▲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 암살 용의자로 지목된 러시아 인들이 CCTV에 포착된 모습. 이들은 영국 경찰에 "우리는 그냥 관광객일뿐"이라고 주장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를 역시 우리식으로 풀어보면, 합참 직속 특수작전대대, 과거에는 ‘특수8군단’, 지금은 ‘폭풍군단’이라고 부르는 제11군단(특수전사령부) 예하 부대, 정찰총국 예하 제24해상저격여단, 공군 제11항공저격여단 부대원과 공군 특수작전부대 소속 헬기·경량항공기 등이 경기에 참가했다는 뜻이다. 북한매체에 따르면, 이 경기에서 암살부대가 1등을 차지해 김정은에게 자동소총과 쌍안경을 선물받았다.

    북한 ‘암살부대’, 미국 ‘참수부대’와 러시아 ‘암살부대’의 ‘짬뽕’

    ‘암살부대’에 대한 북한의 설명을 보면 떠오르는 부대가 두 곳 있다. 하나는 미국 합동특수전사령부(JSOC) 예하 특수부대들, 다른 하나는 러시아 총참모부 정보총국(GRU) 소속 특수부대다. 이 두 부대는 모두 ‘참수부대’라고 불린다. 미국 JSOC 예하에는 육군 ‘델타포스’와 정보지원대(ISA), 특수작전항공연대(160SOAR), 해군 ‘데브그루’와 특수보트수송대(SBS), 공군 항공구조사와 패스파인더, 해병 특수수색대 등이 속해 있다.   

    러시아의 GRU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연방보안국(FSB)이나 해외정보총국(SVR)보다 더 규모가 큰 첩보기관이다. 적지 않은 해커조직을 거느리는데, 북한이 정찰총국을 만들 때 참고하기도 했다. GRU는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 해킹과, 같은 해 3월 영국에서 화학무기 ‘노비촉’으로 망명한 전직 GRU 첩보원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 암살을 시도한 바 있다.

    세계 유명 암살부대 No.1 키돈

    과거 냉전시기에는 정보기관이 자금을 대 현역 군인을 훈련시켜 적 요인 암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국내에서도 1980년대 이전 국내정치 판세를 뒤집기 위해 정보사령부 요원을 동원해 언론과 정치인에게 테러를 가하려다 들통나기도 했다. 이런 역사 때문에 국내에서는 ‘암살부대’ 또는 ‘참수부대’라고 하면 정규 특수부대가 아니라 ‘암살’에 특화된 비밀공작원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물론 별도의 ‘암살요원들’도 존재했다.
  • ▲ 2010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하마스 지도자가 암살당했다. 당시 암살 용의자의 모습. 이들의 정체는 아무도 밝히지 못했다. ⓒ당시 두바이 경찰 공개영상 캡쳐-유튜브.
    ▲ 2010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하마스 지도자가 암살당했다. 당시 암살 용의자의 모습. 이들의 정체는 아무도 밝히지 못했다. ⓒ당시 두바이 경찰 공개영상 캡쳐-유튜브.
    암살부대가 가장 많았던 곳은 남아메리카다. 남아메리카의 독재정권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보기관을 통해 민병대나 비정규부대를 결성, 반대파를 학살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들은 ‘데드 스쿼드(죽음의 부대)’라고 불렸다. 과테말라의 ‘흰 손 부대’, 엘살바도르의 ‘에스콰드론 데 라 무에르떼(죽음의 부대)’, 아르헨티나의 ‘트리플 A’, 온두라스의 ‘제3-16대대’ 등이다.

    그러나 ‘죽음의 부대’는 저항 능력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만큼 ‘참수부대’나 ‘암살부대’와 비교하기 어렵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암살부대’는 이스라엘과 영국·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운영했거나 운영 중이다.

    이스라엘의 대외정보기관 ‘모사드’는 ‘키돈(창)’이라는 암살조직을 운영한다. ‘모사드’는 ‘키돈’의 존재를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지만 때로는 암살요원들이 일부러 CCTV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영화 <뮌헨>으로 유명한 ‘검은 9월단’ 수뇌부 암살부터 이란 핵물리학자 암살,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서 일어난 하마스 간부 암살 등을 바로 이 ‘키돈’이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관련 저술과 기사들을 종합하면 ‘키돈’은 40~50명으로 구성되며, 이들 가운데 10명 안팎이 여성이다. 남녀 모두 성(Sex)을 무기로 활용한다.

    해체됐지만 가장 위험했던 암살부대: 글라디오 네트워크

    동서 간 핵무장 경쟁이 극심했던 1960년대 서유럽에서는 소련과 바르샤바조약기구에 대한 공포감이 극에 달했다. 미국 정보기관과 유럽 내 우익정당은 이를 반공정신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좌익 테러조직이 무차별 테러를 일으킨 것처럼 조작하려는 ‘내부 희생공작’을 준비한다. 여기에 1948년부터 서유럽에서 좌익정치인 낙선운동, 좌익단체 와해공작을 벌인 ‘글라디오 작전’ 요원들이 투입된다.
    1969년 12월 이탈리아 로마와 밀라노 폭탄 테러, 1972년 이탈리아 국회 경위 공격, 1978년 총선에서 승리한 좌익 총리 알도 모로 납치 살인사건 등이 바로 미국 정보기관과 유럽 내 우익세력이 일으킨 ‘가짜 도발’이었다.

    이들  비밀공작은 미국 정보기관이 자금을 대고 유럽 각국이 인력을 동원하는 형식이었다. 공작명은 ‘글라디오’였고, 공작에 동원된 인력은 ‘잔류부대(Stay Behind Unit)’라고 불렀다. 문제는 이탈리아 ‘잔류부대’ 가운데 마피아와 P-2(프로파간다 두에)가 포함돼 있었으며, 부패 정치인을 후원했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글라디오’ 작전의 와해를 불러왔다.
  • ▲ 1948년부터 1990년까지 이어진 '글라디오 작전'의 로고. ⓒ해외 음모론 커뮤니티 캡쳐.
    ▲ 1948년부터 1990년까지 이어진 '글라디오 작전'의 로고. ⓒ해외 음모론 커뮤니티 캡쳐.
    냉전이 끝난 뒤인 1990년 7월 ‘글라디오’ 작전이 폐쇄되면서 이와 관련된 기밀들도 흘러 나왔다. 지금까지 밝혀지기로는, 스위스는 총리와 장관들도 모르게 'P26'이라는 특수부대를 운영했고, 오스트리아는 'OWSGV', 스웨덴은 'AGAG', 룩셈부르크는 ‘스테이 비하인드’, 벨기에는 'SDRA-8'과 같은 지부와 특수부대를 비밀리에 운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영국판 ‘제이슨 본’ ‘그룹 13’ ‘딥 스테이트’라는 ‘40작전’

    세계 최강의 특수부대를 보유하고, 냉전 시기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 얼스터공화국군과 내전에 가까운 분쟁을 벌였던 영국은 어떨까. 런던의 다국적 투자은행에서 근무하던 ‘데이빗 가이얏’은 1999년 <그룹 13>이라는 책을 출간한다.

    가이얏에 따르면 ‘그룹 13’이란 영국 해외정보국(MI6)이 비밀리에 운영한 암살조직이다. 1975년 영국 정부가 연루 사실을 부인해야만 하는 비밀공작과 암살,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준군사조직 특수활동대(SAD)와 같은 준군사공작을 위해 MI6이 만든 조직이 ‘그룹 13’이라는 주장이었다. 가이얏은 책에서 “MI6은 육군 특수부대 SAS나 해군 특수부대 SBS 전역자 가운데서 적합한 사람을 영입했다”고 주장했다.

    책이 나온 뒤 영국 정부는 “영국 정부는 암살조직을 만든 적도, 고문한 적도 없다”며 “이런 주장은 영국의 정의에 대한 저주”라고 공식 반응을 내놨다. 하지만 세간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는 “증거가 없지 않으냐”고 무시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도 ‘40작전(Operation 40, 1960년부터 1968년까지 카리브해 연안에서 반미세력을 암살했던 CIA 하부조직)’을 부인했지만 결국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느냐”며 그의 주장을 지지했다.

    CIA가 수십 년 동안 존재 자체를 부인하다 2014년에야 관련 서류 6장을 공개한 ‘40작전’은 세계 음모론의 중심에 선 조직이다. 음모론 연구가들은 ‘40작전’ 관계자들이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암살, CIA의 마약밀매, 워터게이트 사건의 실마리 제공, 존 레논 암살, 심지어 9.11 테러의 음모 은폐에까지 연루돼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서류로 확인된 사실은 1961년 ‘피그만 침공’ 때 쿠바 반공조직을 지원한 것과, 체 게바라 암살 시도 등에 그친다. 영국과 미국의 ‘암살조직’은 ‘설(說)’은 무성하지만 어느 것 하나 증거자료가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