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탈북자들과의 통일운동, 신변안전, 직업과 교육의 자유, 경제적 풍요 강조
  • 현재 이탈리아 모처에서 신변보호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조성길 駐이탈리아 北대사 대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현재 이탈리아 모처에서 신변보호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조성길 駐이탈리아 北대사 대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성길 駐이탈리아 북한 대사 대리가 미국에 망명을 타진했다는 소식이 나온 뒤 태영호 前영국주재 北대사관 공사가 지난 5일 공개편지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태 前공사는 “북한 외교관들에게: 대한민국으로 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라는 편지에서 조성길 대사 대리에게 미국 등 제3국이 아닌 한국에 와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태 前공사가 꼽은 한국행의 이유는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서울을 전초기지로 삼은 탈북자들과의 통일운동, 신변안전, 가족 모두가 교육·직업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경험을 토대로 한 저술활동 등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여유였다.

    태 前공사는 조성길 대사 대리에게 “직접 연락할 방도가 없어 네가 자주 보던 내 블로그에 긴 편지를 올린다”며 글을 시작했다. 태 前공사는 “애들과 집사람은 자네 소식이 나올 때마다 2008년 1월 우리 가족이 로마에 갔을 때 자네가 로마 시내와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 데리고 가서 설명해주던 때를 기억한다”면서 “우리 가족도 자네 가족이 서울에 오면 좋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태 前공사는 “우리 조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고 하면 마음에 와 닿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생각해야 할 민족의 운명, 민족의 번영이 어느 쪽에 있는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태 前공사는 이어 조성길 대사 대리에게 한국으로 와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물론 한국은 지상천국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한국은 자기가 이루려는 바를 이룰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 와서 만난 평양외국어학원(北의 외교관 양성기관) 동문이 꽤 많고, 한국에 와 있는 3만여 명의 탈북자들, 여러 탈북자 단체장들과 함께 남북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현실을 소개했다. 태 前공사는 이어 ‘백두수호대’니 ‘태영호 체포결사대’ 등과 같은 좌익조직들도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며, 이에 반해 한반도 평화통일과 북한주민을 위해 활동하는 북한인권조직이 수십 개나 된다는 점, 수많은 한국 청년들이 통일 운동을 하고 있는 사실을 강조했다.
  • 2017년 12월 국회인권포럼이 제정한 '올해의 인권상'을 받는 태영호 前공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12월 국회인권포럼이 제정한 '올해의 인권상'을 받는 태영호 前공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태 前공사 “서울에 와서 함께 통일전선의 선봉에 서자”

    태 前공사는 “한국에 오면 신변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직업도 바라는 대로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일 여러 명의 경호원이 밀착경호를 하고 있는 현재 생활을 소개하며 “저네도 한국에 오면 정부에서 철저한 신변경호를 보장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태 前공사는 이어 “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여생을 편안히 살게 해주었지만 나 자신이 통일을 위해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하고 싶어 나왔지 거기 계속 있었더라면 생활에는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생계유지를 위해 빵집을 차릴까 생각하고 자격증까지 땄지만 지금은 다시 공부를 하면서 통일운동에 진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책 ‘3층 서기실의 암호’가 출간 6개월 만에 15만 권 이상이 팔렸고, 지금도 서점에서 정치사회분야 5~6위를 달리고 있다고 밝히며 “(이 책이 잘 팔리는 것은) 그만큼 한국에서 통일을 바라는 마음이 크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리고 “자네가 한국에 와서 자서전을 하나 쓰면 대박 날 것”이라고 권하기도 했다.

    태 前공사는 학비 지원, 임대주택 제공, 정착금 등 탈북자에 대한 정부 지원을 설명한 뒤 “한국의 대학은 북한과는 딴판”이라며 “자네의 경우 애들을 한국 대학에서 졸업시킨 뒤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도 될 것이고, 자네와 처도 한국에서 대학원을 한 번 다녀보라”고 권유했다.

    태 前공사는 “나나 자네나 남은 여생에서 할 일이란 빨리 나라를 통일시켜 우리 자식들에게 넘겨주는 것 아니겠냐”며 “서울에서 나와 함께, 우리가 몸 담았던 북한 기득권층을 무너뜨리고 이 나라를 통일해야 한다. 자네가 오면 통일이 더욱 앞당겨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탈리아 당국에 “조국인 대한민국으로 가겠다”고 말하라고 권했다.

    태 前공사의 공개편지는 국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그의 주장은 모두 맞는 말이지만 외신을 통해 한국 소식을 접한 조성길 대사 대리가 서울 생활을 어떻게 볼지가 중요하다. 또한 망명 신청을 받은 나라 정부가 조 대사 대리에게 어떤 처우를 제안할 지에 따라 그의 행선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