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길 北 대사 한국행 지지' 시민연대 발대식… "망명 수용 의지 北 주민에 보여야"
  • ▲ 9일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빌딩에서 열린 '북한외교관 조성길 가족 한국행 지지 시민연대' 발대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가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 9일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빌딩에서 열린 '북한외교관 조성길 가족 한국행 지지 시민연대' 발대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가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태영호 전 주영(駐英) 북한 공사가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 대리와 가족들의 원활한 한국행을 위한 대책을 우리 정부에 촉구했다. 태 공사는 "조성길의 근황과 행방에 대해 한국 정부와 국민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모든 북한 주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면서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태 전 공사는 9일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빌딩에서 열린 '북한외교관 조성길 가족 한국행 지지 시민연대' 발대식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해외에 있는 (북한) 외교관과 북한 주민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국민은 북한 주민에게 대한민국이라는 조국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이것이 우리 시민연대의 핵심 의제"라고 요약했다. 

    태 전 공사는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아는 바가 없다', '공식 망명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수수방관, 모른체하고 있는데, 전 북한 외교관이었던 나로선 이것이 가장 안타깝다. 이러면 통일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현재 이탈리아 정부와 연락하고 있으며, 조성길 가족의 신변 안정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조성길이 희망한다면 그의 망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이 그들의 조국이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처럼 '접촉 제의 받은 적이 없다'고 하면 안 된다."

    그러면서 그는 "대한민국이 탈북민에게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여줄 때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비로소 평화적 통일의 길이 열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조성길 대사 대리는 임기 만료를 앞둔 지난해 11월 가족과 함께 공관을 이탈해 행적을 감췄다. 이후 이탈리아 정부의 보호 아래서 제3국으로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사 대리의 탈북 원인에 대해 태 전 공사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조성길과 나는 자식을 가진 부모"라며 "이미 유럽과 같은 서방세계를 통해 인권, 민주주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북한과 같은 지옥으로 부모가 자식을 데리고 들어가는 것은 인간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마 조성길도 부모로서 자식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은 '자유를 주자'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추측했다.

    이날 태 전 공사는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박관용 전 국회의장,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와 함께 '북한외교관 조성길 가족 한국행 지지 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를 맡았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 김태훈 한변 대표,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등이 함께하기로 했다.

    연대는 문재인 정부에 △이탈리아 정부에 조성길 가족의 신변안전을 보장하고 한국행 의향이 있는지 확인할 것 △국제법·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정치적 망명자 신분인 조성길과 그의 가족이 희망국으로 갈 수 있도록 모든 조건 보장 △조성길 가족이 한국행을 희망하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 등을 요구했다.

    태 전 공사는 "조 대사 대리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이런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며 조 대사 대리를 향해 진심어린 메시지를 남겼다.

    "성길아, 걱정하지 마라. 이탈리아로부터 신변안전을 보장받지 못했다면, 우리가 대사관과 이탈리아 정부에 촉구해서 네가 최소한 마음의 안정을 갖고 살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게. 물론 네 결정은 존중한다. 그러나 북한 외교관을 했던 너와 나에게는 대한민국이라는 조국이 있다."
    "네가 한국행을 결정한다면, 최대한 빨리 조국으로 갈 수 있는 절차를 시작해 달라고 정부에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 내가 탈북할 때, 나는 한국에 당당히 요구했다. 당신네 대한민국 헌법을 보라. 내가 북한을 탈출하면 대한민국 국민이다. 나의 조국으로 보내 달라. 나는 그렇게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