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양국 공동영해 인정했던 아조프 해에서 도발… 미국·나토, 일제히 러시아 비난
-
우크라이나 정부가 26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와의 국경지대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25일 러시아 경비함이 우크라이나 해군 소속 예인선을 들이받은 뒤 나포한 사건 때문이다.
- ▲ 러시아 해군이 우크라이나 함정을 공격할 당시 사진. ⓒ뉴시스-우크라이나 해군 배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자유유럽방송(RFE)’에 따르면, 사건은 크림반도에서 러시아 지역으로 이어지는 케르치 해협 인근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당시 케르치 해협을 지나 내륙으로 향하던 우크라이나 해군의 예인선 1척과 고속정 2대가 러시아 해안경비대 경비함과 조우했다. 러시아 경비함은 우크라이나 예인선을 그대로 들이받고, 고속정 2대는 그 자리에서 나포했다. 이때 러시아 군은 전투기와 해군 함정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해군 24명이 러시아 군에 억류됐다. 6명은 부상을 입었다.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해군 예인선을 나포한 지역은 흑해 가운데서도 내해(內海)에 속하는 아조프 해 입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003년 아조프 해를 공동 영해로 삼기로 조약을 맺은 바 있다. 그러나 2014년 4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으로 해당 조약은 사실상 파기됐다. 러시아는 아조프 해가 자신들의 영해라고 주장하고, 우크라이나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의 여론에 기대고 있다.
아조프 해에서 양국 간의 충돌 가능성은 이미 점쳐졌다. 지난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당시 “러시아가 크림반도와 흑해, 아조프 해 일대에서 무력을 증강하고 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지역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크림반도 침공 이후 계속 긴장상태에 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갈등이 이번 사건으로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크림반도 침공 이후 처음으로 계엄령을 선포했다. 美CNN에 따르면 페트로 포로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월 28일부터 한 달 동안의 계엄령 선포 대통령령을 만들었고, 우크라이나 의회는 제적 의원 450명 가운데 276명이 찬성, 이를 통과시켰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선박·장병 석방하라” 러시아 “처벌할 것”
-
- ▲ 계엄령을 선포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NN은 포로센코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언급하며, 이번 계엄령은 우크라이나 전역이 아니라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지역, 아조프 해 주변과 흑해 인접 지역, 몰도바 영토 내에 있는 미승인 국가 ‘트란스니스트리아’와 국경을 맞댄 지역에만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포로센코 대통령은 이날 계엄령을 선포하며 러시아 측에 “나포한 함정과 억류된 수병들을 돌려 보내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러시아 대통령궁은 “우크라이나 장병들은 국경을 침범한 혐의를 받고 있어 러시아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요구를 거절했다.
러시아 국경 경비를 감독하는 연방보안국(FSB)도 대통령궁의 주장을 거들었다.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들이 러시아 영해(아조프 해)에 무단 침입해서 이를 저지하는 러시아 해안 경비대에게 무력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우크라이나 측은 아조프 해에서 선박들의 자유로운 항해를 위협하는 등 국제규범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우리는 국제법을 준수하며 임무를 수행한다. 오히려 러시아가 국제법을 어겼다”고 반박했지만 러시아는 아랑곳 않았다.
크림 반도 일대에서 4년 만에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자 국제사회도 나서기 시작했다. ‘자유유럽방송’에 따르면, 이 사건과 관련해 26일 열린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미국은 러시아를 맹비난했다고 한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美대사는 러시아의 행동을 가리켜 “주권 국가인 우크라이나 영해를 심히 침범한 행위로 국제사회가 규탄해야 할 오만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美국무장관 또한 “미국은 러시아의 행동을 규탄한다”며 “러시아는 억류한 우크라이나 장병과 나포한 함정들을 돌려보내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해를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내놨다고 한다.
NATO 또한 가만있지 않았다. 오아나 룬게스쿠 NATO 대변인은 “NATO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공해에서의 항해의 자유권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러시아는 국제법에 따라 아조프 해에서 우크라이나 선박들의 자유로운 항해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