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수령 나이 5~8년 지연에 반발... '푸틴 신뢰도' 48%로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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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2일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가 열리고 있다ⓒ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민연금 개혁에 반발하는 러시아 국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2일에는 정부가 당초보다 완화된 연금개혁안을 내놨음에도 러시아 전역에서 수천여 명의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고 '자유유럽방송'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자유유럽방송'에 따르면, 이날 시위는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해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우랄 지방의 예카테린부르크, 시베리아의 노보시비르스크, 블라디보스톡 등 각 지역 주요도시에서 국민연금 개혁 반대시위가 열렸다고 한다. 이 같은 대규모 시위가 열릴수록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추락하고 있다.러시아의 독립 여론조사 기관 '레바다 센터'에 따르면 푸틴에 대한 정책 신뢰도는 2018년 1월 60%에서 6월에는 48%로 떨어졌다고 한다. '레바다 센터'가 지난 7월 별도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0%가 "러시아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지난 4월 푸틴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26%로 나타났던 데 비하면 현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대폭 증가한 것이다. '자유유럽방송'은 네 번째 집권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에게 국민연금 수령연령을 늦추는 문제가 가장 큰 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이처럼 러시아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국민연금 개혁은 연금 수령 나이는 늦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6월 공개한 개혁안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령연령을 현행 남성 60세, 여성 55세에서 남성 65세(2028년부터), 여성 63세(2034년부터)로 대폭 늦출 계획이라고 한다. 해당 개혁안은 지난 7월 19일 러시아 두마(하원에 해당)에서 가결됐다.현재 국민연금 수령연령은 1930년대 정해진 것으로 현재 러시아의 생활환경이나 보건상태, 평균수명이 구소련 시절과는 크게 다르다는 것이 국민연금 수령연령 연기의 이유였다. 그러나 실제 이유는 평균수명 연장, 근로기준 상향 등으로 인해 러시아 연금기금의 적자 폭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의 평균수명은 남성 66세, 여성 77세로 정부의 주장처럼 30년씩 늘어난 것은 아니다. 때문에 러시아 국민들은 연금 수령할 나이가 되면 곧 죽을 것 아니냐고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러시아 국민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푸틴 대통령은 결국 지난 8월 29일(현지시간) 남성의 국민연금 수령연령은 2028년부터 65세로 늦추고, 여성은 2034년부터 60세로 하되 3명 이상의 자녀를 가진 경우에는 60세 이전이라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개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러시아 국민들은 이 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러시아 공산당이 총대를 매고 나서면서 구소련 시절에 대한 향수까지 자극하고 있다. 겐다니 주가노프 러시아 공산당 당수는 모스크바에서 열린 시위에서 "오늘 우리는 이 야만적인 국민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전국적으로 연다"고 주장했다. 시위대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공산당 깃발과 피켓을 흔들며 주가노프의 연설에 호응했다. '자유유럽방송'은 "우리는 통일러시아당을 믿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흔드는 시위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