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황 심각... 500억 달러 IMF구제금융 신청 효과도 미지수
  • ▲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한 증권거래소 환율 전광판을 한 시민이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한 증권거래소 환율 전광판을 한 시민이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르헨티나의 중앙 은행이 30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세계 최고 수준인 60%로 올렸다고 美AP통신이 3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페소화 가치의 급락 여파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페소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13% 이상 하락했으며 1달러 당 39.2페소라는 역대 최저치의 환율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에도 페소화는 약 7% 하락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연간 대략 30%로 치솟고 있는 높은 인플레와 외환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15%포인트 올려 60%로 한다고 발표했다. 중앙은행은 최소 올해 12월까지는 60%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우리치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IMF에, 지난 6월 합의된 500억 달러(한화 약 55조 6천억 원) 규모 구제금융을 조기 집행해줄 것을 요구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외환 시장에서 페소화는 대폭락했다. 이어진 기록적 금리 인상으로 아르헨티나의 경제는 대혼란에 빠졌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모니카 데 볼레 선임연구원은 美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금리 인상 발표는 투자자들만 불안하게 만들 뿐”이라며 “정부가 IMF지원 요청에 이어 금리 인상을 왜 자연스럽게 생각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과잉 행동은 상황을 절망적으로 보이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마크리 대통령은 IMF구제금융을 내세워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의 불안을 완화하려 하고 있지만, 다수의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새로운 구제금융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 지난 2001~2002년 겪은 IMF 구제금융 당시 전체 인구의 5명 중 한 명 꼴로 실직하고 수백만 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루벤 몬티엘이라는 55세의 남성은 “이렇게 살 수는 없다. 모든 물건 값이 매일매일 오르고 있다”면서 “일자리도 없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사람들은 노숙하고 있다”며 강한 절망감을 표출했다.    

    싱가포르의 경제지 '비즈니스 타임스'에 따르면, 마르코스 페나 아르헨티나 총리는 “현재의 외환 위기가 아르헨티나의 구조적 취약성에 기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극심한 가뭄이 아르헨티나 외화 벌이의 주요 수단인 농업 생산에 영향을 끼친 점, 그리고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세계 금융과 상업 환경 변화 등을 요인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