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RFA 보도 "한국 정부의 대응 조치 주목"… 한국 국제 대북제재의 '구멍'으로 드러나
  • ▲ '마린트래픽'에 등록된 러시아 화물선 '세바스토폴'호 관련 정보. 현재 부산항에 있다. ⓒ마린트래픽 관련정보 캡쳐.
    ▲ '마린트래픽'에 등록된 러시아 화물선 '세바스토폴'호 관련 정보. 현재 부산항에 있다. ⓒ마린트래픽 관련정보 캡쳐.
    한국이 국제사회가 시행 중인 대북제재의 ‘구멍’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에는 美정부가 21일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한 러시아 선박이 그동안 한국을 드나들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2일 “美재무부가 21일 제재 명단에 추가한 러시아 선박 6척 가운데 4척이 한국에 입항했던 적이 있으며, 이 중 한 척은 현재 부산항에 정박 중”이라고 보도했다.

    美재무부는 21일(현지시간) 공해상에서의 불법환적을 통해 북한에 수출금지 품목인 석유 및 석유 제품 등을 공급한 러시아 선박 6척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美재무부가 제재 대상에 추가한 러시아 선박들의 운항 기록을 추적했다”면서 “이 가운데 ‘세바스토폴’호라는 화물선은 2018년 들어서만 포항과 부산 등에 최소한 11차례 입항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마린 트래픽에 따르면 ‘세바스토폴’호는 지난 14일 부산에 입항, 20일 오후 1시(美현지시간)까지 부산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세바스토폴’호의 부산 입항 목적은 선박 수리였다고 한다. 

    ‘패트리어트’호 북한에 석유 수천톤 환적 혐의

    이번에 美독자제재 대상에 오른 다른 러시아 선박 ‘보가티르’호는 올해에만 최소 9차례 포항, 평택 등에 입항했고, ‘파티잔’호는 5회, ‘넵튠’호는 2회 한국에 입항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한국에 입항한 적이 없다는 ‘패트리어트’호의 경우 올해 초 북한 선박 ‘청림 2’호에 1,500톤, ‘천마산’호에 2,000톤의 석유를 불법환적 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지난 13일 조현 외교부 제2차관이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에 억류된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 ‘코티’호, ‘탤런트 에이스’ 호와 관련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도를 갖고 있다”면서 억류 해제를 비롯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고 지적하면서 “한국 정부가 현재 부산에 정박 중인 ‘세바스토폴’호를 비롯해 다른 선박들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 ▲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학재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정원 측에 북한산 석탄 관련 질문을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학재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정원 측에 북한산 석탄 관련 질문을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의 소리’ 방송은 또한 북한산 석탄 반입과 제재 대상 선박들의 입항이 사실상 자유로운 상황을 두고 “한국 정보기관의 역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2017년 10월 초 美정보당국들이 북한산 석탄의 한국 반입 가능성과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과 불법환적을 했던 선박들의 정보를 전달했을 때 한국 정부는 미국 정보자산을 활용했다는 점과 양국이 긴밀한 공조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9개월이 넘는 북한산 석탄 관련 조사나 한국 항만 당국이 불법환적 선박들을 억류할 때 국가정보원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는 지적이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또한 北남포항을 들락거렸던 벨리즈 선적 ‘신성하이’ 호는 한국의 독자 대북제재 대상임에도 2017년 10월 인천과 부산, 포항에 아무런 제지 없이 입항했다가 출항했다는 점을 거론한 뒤 “이런 여러 가지 의혹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 국정원의 대북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VOA "韓국정원, 美에게 첩보받아서 뭐했을까"

    국정원이 북한을 오간 제3국 선박들에 대해 추적과 감시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이어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학재 바른미래당 의원의 이야기도 전했다. 이학재 의원은 “북한산 석탄 반입에 있어 제가 파악하기로는 관련 정보를 국정원이 제일 먼저 알아야 하는데 그것도 못했고, 또 관련 정보를 美정보기관을 통해 파악한 후에도 반입되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대응을 못했다”면서 “관련 내용을 국정원에 문의했지만 지금(21일)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학재 의원은 이를 두고 “최근 국정원 역할을 보면 남북정상회담에서 중매자, 美北정상회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데 충실한 것 같다”면서 “우리나라 안보의 첨병이나 최후의 보루 역할을 소홀히 하고 오히려 외교부나 통일부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