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구금한 페미니스트 석방 공개요구…사우디 "내정 간섭하지 말라" 경고와 함께 자국민 소환
  • ▲ 사우디 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우디 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연설에서 시작된 캐나다와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갈등이 점점 국가 간 대립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英로이터 통신은 8일(현지 시간) '사우디 국영 통신사(Saudi Press Agency)'를 인용해 "사우디 아라비아가 의료 시술을 받는 사람을 포함해 캐나다 내의 모든 자국민들을 다른 나라의 병원으로 이송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5일 리야드 주재 캐나다 대사를 추방했으며 캐나다 주재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또한 캐나다와의 신규 무역 및 투자도 동결하기로 했다. 오는 8월 13일부터는 국영 '사우디아 항공'의 제다-토론토 직항노선도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뿐만 아니라 캐나다에 유학 중인 수천 명의 사우디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급을 취소하고 귀국할 것을 명령했다. 사우디 가제트 지가 전한 정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8,076명의 캐나다 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캐나다 대학들이 이들로부터 받는 등록금 액수는 적지 않아 각 학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캐나다, 사우디 정부에 구금한 여성 인권운동가들 석방 요구가 갈등 촉발 

    양국 간 대립은 지난 3일 캐나다 정부가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체포·구금한 '사마르 바다위' 등 여성 인권운동가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구금된 여성들은 국내 법에 따라 처리됐다"며 "캐나다의 요구는 노골적인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 ▲ 구금된 여성 인권운동가들의 석방을 요구한 8월 3일자 트위터ⓒ캐나다 외교부 트위터 캡처 사진
    ▲ 구금된 여성 인권운동가들의 석방을 요구한 8월 3일자 트위터ⓒ캐나다 외교부 트위터 캡처 사진
    그럼에도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캐나다는 여성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인권을 계속 옹호할 것"이라고 밝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화를 돋웠다.

    이후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캐나다 간의 감정 대립은 계속됐다. 英'메트로'지는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관련이 있는 한 트위터 계정에는 에어 캐나다 비행기가 토론토 CN 타워를 향해 날아가는 합성 사진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9.11 테러를 연상시키는 이 합성 사진에는 “관련도 없는 일에 참견하기”와 “상관 없는 일에 간섭하는 사람은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을 겪게 된다”는 아랍 속담이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게시물은 곧 삭제되었다가 비행기 그림이 사라진 사진이 다시 업로드 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미디어부는 이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두 나라 모두를 중요한 동맹국으로 두고 있는 미국은 "당사국들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태도를 보였다. 헤더 노어트 美국무부 대변인은 양국 간 갈등이 격화되는 데 대해 “캐나다와 사우디아라비아 두 나라가 해결할 문제”라며 “우리가 그들을 대신해서 해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고 캐나다 '글로브 앤 메일'이 보도했다. 

    '글로브 앤 메일'은 베스마 모마니 캐나다 워털루 대학 교수의 글을 인용해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국제 사회를 향해 '사우디의 내정에 개입하려는 것은 경제적인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알리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모마니 교수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는 캐나다를 비롯한 서방 여러 국가들이 관심을 갖는 투자 계획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마니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교류가 많은 영국과는 달리 캐나다는 비교적 외교·경제적 관계를 단절해도 타격이 덜 하기 때문에 타깃이 됐다는 분석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