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근로자 월급 중 80% 이상 북한 당국 주머니에…최소 매년 1억 6,800만 달러 챙길 듯
  • ▲ 러시아 극동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러시아 극동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시아가 북한 근로자 1만여 명에게 신규 고용허가를 내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대놓고 위반했다고 美월스트리트 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美월스트리트 저널은 “러시아 내무부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2017년 9월 이후 1만 명 이상의 북한 근로자들에게 신규 취업허가를 내줬다”면서 “2018년 들어 발행한 북한 근로자 신규 고용허가도 최소 700여 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보도에 따르면,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는 러시아 기업들은 주로 북한과 합작회사 형태를 띠고 있으며 많은 러시아 기업이 이런 영역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특히 건설 붐이 일고 이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북한 근로자들을 많이 고용하고 있다고 한다.

    美월스트리트 저널은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는 곳은 주로 북한군 또는 국영기업의 대리업체인 경우가 많다”면서 “현지에서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北대외건설지도국 산하 ‘젠코(Genco)’라는 기업이 러시아 곳곳에서 인력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美월스트리트 저널이 문제 삼은 ‘젠코’는 2016년에 이미 美정부의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북한 군수공업부의 자금줄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젠코’를 비롯해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북한 인력파견업체는 올해 들어 투자를 확대하거나 새로 노동허가를 신청하면서 하청 계약을 찾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 기업들은 북한 근로자를 사용하면 제재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러시아 정부로부터 별도의 지침을 받지 못했다며 이를 무시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美월스트리트 저널은 지적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부동산 업체 대표는 “북한 근로자들은 군인처럼 잘 훈련돼 있다”며 “그들과 계속 일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美월스트리트 저널은 북한 근로자들이 러시아 건설 현장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 심지어 자정까지 일하면서 두 번의 식사 시간을 빼고는 쉬지도 못하고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에게 공식적으로 지급한다고 밝힌 월급은 1,600달러(한화 약 180만 원)이지만 실제로 북한 근로자들이 손에 쥐는 돈은 250달러(한화 약 28만 3,000원) 안팎에 불과하며 거의 1,400달러에 달하는 돈이 모두 북한 당국, 즉 김정은의 주머니로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2017년 9월 이후 러시아 정부가 신규고용허가를 내준 북한 근로자들 덕분에 김정은은 월 1,400만 달러(한화 약 157억 9,000만 원), 연 1억 6,800만 원(한화 약 1,895억 원)을 벌어들이게 된다. 참고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2371호는 유엔 회원국과 그 소속 기업들에게 북한과의 신규 합작업체 설립을 금지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2375호는 회원국에게 북한 근로자에 대한 신규 고용허가를 전면 금지하고 2019년 말까지는 모든 해외고용 북한 근로자를 귀국시키도록 했다. 즉 중국에 이어 러시아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대놓고 위반하고 있다는 뜻이다.

    美월스트리트 저널은 “유엔 측은 러시아가 이 같은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는 2017년 말 기준으로 2만 4,000여 명의 북한 근로자가 자국 내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 러시아에 있는 북한 근로자 수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