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조명 3억, 스토리텔링 3억, 도시농업 3억 등 20억 지원... '취업 연결' 의문
  • ▲ 올해 1월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서울시가 함께하는 '청년 일자리 토크 콘서트' 에서 박원순(오른쪽 두 번째) 서울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 올해 1월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서울시가 함께하는 '청년 일자리 토크 콘서트' 에서 박원순(오른쪽 두 번째) 서울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가 내놓은 일자리 정책 가운데 일부가 실효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시민활동가 출신답게 시민단체와 연계한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를 발굴하는데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마을'과 관련된 일자리 창출이다. 마을기업, 마을공동체 등 '마을'을 테마로 한 시민사회 생태계 구축에 공을 들이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 철학에 맞춰, 서울시도 '마을'을 주제로 한 시민단체 연계형 일자리 개발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

    내가 사는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스테리텔링 기법으로 재해석해 홍보영상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우리 동네 투어'와 같은 새로운 관광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박 시장과 서울시의 시각이다.

    앞서 박원순 시장은 5년 전인 2013년 5월3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열린 특강을 통해 자신의 직업관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당시 박원순 시장은 '이색 직업특강' 1일 강사로 나서 '발상의 전환을 통한 창조적 직업 찾기'를 역설했다. 그는 자신의 책 <세상을 바꾸는 천 개의 직업>을 인용해, 새로운 시각으로 직업을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다음은 당시 박 시장의 강연 내용 중 일부. 

    "일자리가 없다는 데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독신가구를 위한 싱글백화점, 작고 멍들어 버려지는 과일로 잼이나 쥬스를 만드는 못난이 과일가게, 결혼한 부부 3쌍 중 1쌍이 이혼하는 현실을 반영한 이혼 플래너 등이 이미 현실화 되고 있습니다."

    경제 원리 무시한 박 시장의 독특한 '직업관'
    그러면서 그는 또 다른 직업의 예로 도시농부와 직거래 장터(파머스 마켓) 코디네이터를 소개했다. 예를 들어, 아파트 주민들이 선호하는 직거래 장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이것을 홍보하는 코디네이터도 새로운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의 당시 특강에 대해서는 "직업은 '생산과 소비 이윤'이 뒷받침 돼야만 새로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외면한 무책임한 주장"이란 비판이 학자들로부터 나왔다.

    비판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새로운 일자리 찾기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청년일자리 민관협력기관 선정 사업'이다.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이 사업은, 정년 일자리 경진대회 등을 통해 수렴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실제 취업과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자리를 새로 개발하는데 목적이 있다. 기존의 일자리 개념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과거에는 없었던 일자리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박원순 시장의 직업관이 투영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올해 약 2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청년일자리 민관협력기관 8곳 선정했지만...
    일자리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는 작업은 민간기관이 맡는다. 지난해에는 14개,  올해는 8개 기관이 각각 사업자로 선정됐다. 사업 기간은 기본 6개월, 지원금액은 한 사업 당 최대 3억원이다. 시는 사업성과를 평가한 뒤, 우수한 기관에 대해서는 다시 6개월간 최대 3억원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 선정된 8개 사업 및 지원 금액은 다음과 같다(사업명칭, 지원금액, 사업 개요 순).   

    1.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독립운동 재조명 / 지원금액 2억원.
    : 크라운드 펀딩 메니저 양성, 독립유공자 및 유적지 활용 소셜프로젝트 수행. 

    2. 마을과 도시재생 청년 스토리텔러 / 지원금액 3억원.
    : 우리 마을 고유의 문화 소개 영상 제작 및 홍보, 마을 여행 상품화. 

    3. 로컬 디자이너(지역 이야기 발굴 및 문제해결, 도시재생) / 1억6,400여만원.
    : 지역사회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한 도시재생프로젝트, 문제해결기법 교육.

    4. 도시재생 스토리텔링 컨텐츠사업 / 3억원.
    : 지역의 오래된 공간이나 과거 역사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가치를 재조명. 
    상가아파트 이야기, 신촌문화 이야기, 서대문형무소 이야기 등 영상컨텐츠 제작 및 마을이야기 투어.

    5. 도시농업으로 무한일자리 생성 / 3억원.
    : 친환경 텃밭에서 농작물 및 허브재배를 하는 도시농부 양성, 현장 실습 기회 제공, 관광코스 개발 업무수행. 

    6. 청년장애인의 미디어랩 ‘SNS에디터 연구소’ / 3억원.
    : 청년 장애인 대상, 서울형 강소기업 등 중소기업 홍보영상 제작기술 교육. 

    7. 청년경찰 / 1억4,300여만원.
    : 위기청소년에게 정서안정, 진로지도, 학습코칭 등을 서비스 제공할 수 있도록 일정자격의 청년 선발‧교육 및 실습. 

    8. 잇포메이션(Eat+Formation) 개인 홈트레이너(질병 맞춤요리, 운동) / 2억9,000만원.
    : 영양섭취와 운동을 동시에 관리해주는 서비스사업. 신청인에게 맞춤형 운동량을 추천하고, 맞춤 식단을 제공하는 새로운 직업 유형 개발.

    '도시 농업' 등 사업 효과 과대평가 지적
    내용을 보면, 청년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 홍보영상 제작기법 교육 등 실제 취업 혹은 창업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는 유의미한 사업도 있다.

    그러나 일부 사업은, 취업 혹은 창업으로 이어지기에는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업 효과를 과대평가한 점도 눈에 띈다. 도시농업, 마을 스토리텔러, 도시재생 스토레텔러 사업 등이 그렇다.

    과연 도시 농업이나 마을 혹은 도시재생 스트로텔링 기법 교육이 청년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매우 의문이다. 도시 농업과 마을을 새로운 관광콘텐츠로 개발하자는 아이디어 역시 마찬가지다. 청년 경찰이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독립운동 재조명' 사업은, 이런 활동을 수익을 낼 수 있는 직업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선정된 사업에 참여한 청년 중 실제 취업 혹은 창업에 이른 인원은 166명이다. 
    지난해 5월30일, 서울시가 공고한 '2017년 청년일자리 민관협력사업 수행기관 선정결과'를 보면, 14개 사업자에 대한 총 지원금액은 30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