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혈압-심장병 치료제 '발사르탄' 수입 금지… 의약품 원료 18억 달러 중 35%가 중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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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언론들은 지난 5일(현지시간) ‘유럽 의약청(EMA)’이 EU 회원국에 중국산 ‘발사르탄’으로 만든 고혈압 및 심장병 치료제에 대해 회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나온지 이틀 뒤인 지난 7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KFDA)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발사르탄’ 사용 의약품 219종에 대해 판매 금지 조치를 내렸다.
- ▲ 中저장화하이 제약유한공사. 발암물질을 포함한 '발사르탄'을 만든 곳이다. ⓒ해당업체 홈페이지 캡쳐.
9일 식약처는 중국산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발사르탄’을 함유하지 않은 91개 품목에 대해서는 판매금지를 해제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같은 날 125개 품목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중지 조치를 내렸다.
‘발사르탄’이라는 물질은 고혈압 및 심장 질환 치료제로 혈압을 낮추는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국적 제약업체 ‘노바티스’가 처음 개발했고 ‘디오반’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해 왔다. 특허가 끝난 뒤에는 세계 각국에서 제너릭(복제의약품)으로 생산 중이다.
이번에 EMA가 판매금지 조치를 내린 ‘발사르탄’은 中제약업체 ‘저장 화하이 제약유한공사’에서 제조한 것으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 이 성분은 섬유, 플라스틱 등을 생산할 때 사용하는 산업용 용매로 로켓 연료 제조, 고무원료의 난연처리, 윤활유의 산화방지제 등으로 사용된 적이 있다. 그러나 국제기구에서 2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뒤 연구용 이외로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사람이 NDMA에 노출되면 간 이상, 두통, 구역질, 발열, 위경련, 설사, 피로 증상 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의약품 제조에 사용될 물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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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의 2017년 국가별 수입현황. ⓒKPTA 홈페이지 캡쳐.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중국 업체가 제조한 ‘발사르탄’에만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의약품 제조 업계의 통계를 보면 주의해야 할 대목이 눈에 띤다.의약품 원료 수입액 2조원 규모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KPTA)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말 한국의 의약품 원료 수입액은 18억 888만 8,000달러(한화 약 2조 111억 원)였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 수입하는 액수가 5억 5,226만 7,000달러(한화 약 6,140억 원)로 전체의 35% 상당이었다. 이는 일본의 2억 8,582만 2,000달러, 인도 1억 6,877만 8,000달러, 미국 1억 5,110만 3,000달러에 비해서도 월등히 많은 액수다.
이처럼 중국산 의약품 원료 수입액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원가 절감’이라고 한다. 특허가 이미 끝난 약품을 ‘제너릭 약품’으로 제조할 때 그 효능보다는 ‘제조단가’에 집착한다는 이야기다. 2015년 5월 ‘이데일리’는 “국내 원료 의약품 시장에서 중국산·인도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유는 제약업체들이 수익성을 높인다며 경쟁적으로 저렴한 의약품 원료를 찾아 나섰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EMA가 이번에 찾아낸 ‘발암물질 고혈압약’ 또한 제약업체들의 ‘원가절감’이 초래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를 기회로 중국산 의약품 원료를 선호하는 한국 의약품 전반의 안전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