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BTS 소속사 상장시 시가총액 1조 6천억 육박"
  • 비상장 벤처 기업 중에서 시가 총액이 1조원이 넘는 기업을 흔히들 '유니콘'이라 부른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전 세계를 통틀어 236개 밖에 존재하지 않는 유니콘 기업에 국내 연예기획사가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은 얼마 전 SBS라디오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에 출연, "올 하반기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하게 되면 시가총액이 최대 1조 6천억원에서 2조원대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7인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소속사로, 2005년 작곡가 방시혁이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독립해 독자적으로 설립한 연예기획사다. 이 회사에 속한 가수는 방탄소년단과 이현이라는 가수 둘 뿐이다. 사실상 방탄소년단이 수익의 99%를 책임지고 있는 이 회사가 상장할 경우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사인 SM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SM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29일 종가 기준으로 9,559억원을 유지하고 있다.

    ◆ 지난해 영업이익 325억, SM·YG 앞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월 발표한 2017년 감사보고서에서 "매출액 924억원, 영업이익 325억원, 당기 순이익 24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3대 연예기획사 모두 수천억대 매출고를 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924억원이라는 숫자는 상대적으로 미미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SM은 20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YG는 319억원, JYP는 138억원을 벌어들였다. 적어도 지난 1년간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이들 기업보다 '실속 있는' 장사를 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이 정도론 부족하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시 1조원 이상의 기업으로 대접 받으려면, 여타 기업에는 없는, 엄청난 '성장 동력'이나 '경제적 가치'가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지난 4월 국내 1위 모바일 게임 업체 '넷마블'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지분 25.7%를 2,014억원에 매입해 2대 주주로 떠올랐다는 소식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거래가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방탄소년단 혹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경제적 가치는 8,000억원에 육박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방탄소년단의 가치를 좀 더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올해 실적을 500억원으로 가정할 때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인 주가수익비율(PER) 30배를 적용하면 적정 시가총액은 1조 2,000억원에 달하고 40배를 적용하면 1조 6,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기훈 애널리스트의 전망은 방탄소년단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50% 이상 늘어났을 때를 가정한 경우다. 흥미로운 점은 업계 전문가 대다수가 이같은 성적을 기정 사실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 '우주스타 BT21' 굿즈 사려 인파 줄이어

    금융업계가 방탄소년단의 경제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가수로서의 역량도 뛰어나지만 방탄소년단과 연계된 산업이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2대 주주가 된 넷마블은 방탄소년단을 활용한 게임을 개발 중이다. 플레이어가 방탄소년단의 매니저로 변신해 직접 멤버들을 육성하는 일명 'BTS 월드'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방탄소년단 팬들이 주된 타깃이다.

    기존에 공개되지 않은 1만장 이상의 방탄소년단 사진과 100개 이상의 영상클립을 플레이어에게 제공, 게임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라인프렌즈와 방탄소년단이 협업해 제작한 캐릭터 '우주스타 BT21'는 방탄소년단의 경제적 가치가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IP) 사업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BT21'은 방탄소년단의 이니셜 'BTS'와 '21세기'를 합친 말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최초 스케치부터 성격 부여, 제품 기획 등 전 과정에 참여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여타 연예인들의 '굿즈'와는 차별성을 띠고 있다.

    홍대입구와 이태원 등지에 위치한 라인프렌즈 스토어는 'BT21' 굿즈를 사려는 팬들로 연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는 후문.

    얼마 전엔 'BT21' 캐릭터 상품으로 구성된 '럭키박스'를 구매하기 위해 방탄소년단 팬들이 한 제과점 앞에서 기나긴 행렬을 이루고 있는 장면이 기사화 되기도 했다.

    '머니S' 보도에 따르면 L7 홍대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의 경우 BT21 판매가 재개된 4월 28일엔 하루 8,000명의 고객이 방문하는 기록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강남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판매된 한 헤지펀드에 순식간에 200억원이 몰렸다는 '중앙SUNDAY'의 보도도 흥미롭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주로 투자하는 이 사모펀드는 부자들의 자금을 굴려주는 강남 프라이빗뱅커(PB) 사이에선 소위 'BTS 펀드'로 통한다는 게 이 보도의 골자다. 특히 'BTS 펀드'는 최소 가입 금액이 3억원임에도 불구, 자산가들이 몰려 조기에 완판됐다는 전언이다.

    여기엔 초창기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투자했다 최근 넷마블에 보유 지분을 매각, 투자 대비 29배 이상을 벌어들인 한 벤처캐피털의 사례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에 BTS 선정


    해외에서 바라보는 방탄소년단에 대한 평가도 국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최근 발표한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The 25 Most Influential People on the Internet)'에 방탄소년단을 포함시켰다.

    타임이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선정해 발표하는 것은 올해가 네 번째로, 방탄소년단은 지난해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2년 연속 해당 리스트에 수록되는 영예를 안게 됐다.

    타임은 "방탄소년단은 89주 이상 빌보드 '소셜 50' 차트에서 1위를 차지 했고, 저스틴 비버를 제치고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2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했다"면서 "특히 올해 '빌보드 200'에서 1위로 데뷔한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를 발매하며 자체 보유한 미국 기록을 경신하는 등 놀라운 활약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미국 문화 매거진 버라이어티(Variety)는 최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음악박람회 미뎀(MIDEM)에서 전 세계 음악 시장을 재편할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중 한 사람으로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지목했다.

    버라이어티는 "음악 산업 내에서 독창성과 통찰력, 열정을 갖춘 리더를 비롯해 미래 전망을 갖춘 기업을 기준으로 23인을 뽑았다"며 "올해는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케이팝 그룹으로 자리를 확고히 하는 기념비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가요 전문가는 "유수 해외 매체에 이름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해당 가수에 대한 국내 평판과 시장 가치가 요동칠 수 있다"며 "상장을 앞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계속해서 호재가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방탄소년단 덕분에 '한글 공부' 열풍

    굳이 타임지나 버라이어티 등의 설명을 빌리지 않더라도 방탄소년단의 최근 행보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정규 3집 앨범은 발매 첫 주 100만 3,524장(한터차트)을 판매한 데 이어 14일만에 166만 4,041장의 판매고를 올려, 가온차트 집계 역사상 가장 높은 월간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밖에 방탄소년단의 신보는 해외차트에서도 영국(UK) '오피셜 앨범 차트 톱 100' 8위, 미국과 영국 등 전세계 65개 지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1위, 스포티파이 '글로벌 톱 200' 차트에 새 앨범 전곡이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페이크 러브' 뮤직비디오는 공개 이후 4시간 55분 만에 1,000만, 8시간 54분만에 2,000만, 9일만에 1억 건을 각각 돌파하며 자체 최단 시간 뮤직비디오 조회수를 경신했다.

    뮤직비디오 조회수도 연일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DNA', '불타오르네', '쩔어', '피 땀 눈물' 등 4곡이 3억뷰를 돌파했고, 이 곡들을 포함해 현재까지 1억뷰를 넘어선 뮤직비디오가 총 13편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3집 활동을 마무리한 방탄소년단은 오는 8월부터 본격적인 해외 투어에 들어간다. 8월 25~26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미국 LA ▲오클랜드 ▲포트 워스 ▲뉴어크 ▲시카고 ▲캐나다 해밀턴 ▲영국 런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 등 11개 국내외 도시에서 '러브 유어셀프' 투어를 벌일 계획.

    28만석 규모의 공연 티켓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전석 매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1,500만명에 달하는 글로벌 팬클럽 '아미' 덕분이다.

    단순한 '유희거리'가 아닌, 청소년들의 '고민'을 담아낸 진솔한 가사로 단숨에 전 세계 10대들의 우상으로 떠오른 방탄소년단.

    흥미로운 사실은 방탄소년단 덕분에 '한글'을 배우려는 글로벌 팬들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일부 영어가 섞여 있긴 하지만 방탄소년단 노래는 대부분 한글로 지어졌다. 공연장에서도 이들은 한국어로 노래를 부른다. 신기하게도 푸른 눈의 팬들이 그 어려운 한글 가사를 100% 이해하고 따라 부른다는 사실.

    '7명의 걸어다니는 기업'이라고 부르기 이전에, 7명의 '문화 전도사'라고 이들을 불러야 하는 이유다.

    [사진 제공 = 빅히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