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51%, 무 45%, 고구마 31%, 배추 30% 쌀 27% 이어… 수입맥주 주세도 올릴 듯
  • ▲ 다양한 수입맥주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되어 있다. ⓒ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다양한 수입맥주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되어 있다. ⓒ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수입맥주에 대한 세금 부과 체계 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산 맥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세금을 내며 '4캔에 1만원' 과 같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온 수입맥주의 공세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맥주 주세는 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인데 이것을 양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로 바꾸는 것이 개정안의 내용이다. 이렇게 할 경우 수입맥주에 부과되는 세금은 늘어나게 된다. 

    맥주에 대한 세율은 국산과 수입맥주 모두 동일하게 72%다. 여기에 별도로 부가가치세와 교육세 30%가 붙는다. 이점 역시 동일하다.

    문제는 세금을 부과하는데 있어 기준이 되는 가격인 과세표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국산맥주는 제조원가에 마케팅 등 판매 비용과 이윤을 합한 가격에 세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수입맥주는 관세를 포함해 수입한 가격에 대해서만 세금이 부과된다. 국산맥주가 수입맥주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이유이다.

    일부 수입맥주는 관세도 내지 않는다. 미국산 맥주는 지난 1월부터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되고 다음달부턴 유럽연합 국가에서 만든 맥주도 관세가 없어진다. 이들 수입맥주는 국산맥주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더욱 강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가격의 이점을 안고 수입맥주는 국내 시장을 빠르게 파고 들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수입맥주 할인 행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국내 주류 기업들도 생산하고 있는 맥주 제품과 별개로 외국 맥주를 수입해 판매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관세청이 발표했던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맥주 수입액은 2억6,309만 달러(약 2850억원)로 2013년과 비교했을 때 약 3배 가량 증가했다. 매일경제신문이 보도한 리서치회사 유로모니터 공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맥주 시장에서 수입 맥주의 점유율이 10.6%를 기록했다. 2012년 불과 3.1%에서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수입 맥주가 이처럼 국내 시장을 잠식해가자 국내 주류 업체들, 특히  수제 맥주를 전문으로 하는 중소규모 업체들을 중심으로 현재의 주세 체계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가격 경쟁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개정안은 이에 따라 마련된 것이다.

  • ▲ 서울의 한 대형마트 수입맥주 코너에서 한 고객이 맥주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울의 한 대형마트 수입맥주 코너에서 한 고객이 맥주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각종 식품류에 이어 맥주값까지 오르면... 

    주세 체계가 개정되면 수입 맥주가 지금과 같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판매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결국 소비자는 현재의 가격보다 비싼 금액에 수입 맥주를 사 마실 수 밖에 없다. 국내 맥주 업체 보호와는 별개로 수입 맥주 가격 상승은 적은 돈으로 마트나 편의점을 통해 다양한 맥주를 저렴하게 즐기는 젊은층에게는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쌀 소매가는 20㎏ 기준, 4만7334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평균가 3만 7388원보다 무려 27%나 뛴 가격이다. 국내산 고춧가루 가격은 쌀 가격보다 가파르게 치솟았다. 지난해 소매가격 기준 kg당 2만 2607원이던 고춧가루 가격이 3만 1353원으로 인상됐다. 1년 전에 비해 57%나 오른 셈이다. 무 가격도 지난해에 비해 45%, 고구마는 31%, 배추값도 30%나 오르며 소비자의 식탁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식품 업계는 이미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여 인상하고 있다. 1인 가구가 애용하는 즉석밥, 어묵 등 가공 식품과 기타 생필품의 가격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주머니가 얇은 젊은이들이 일상에서 누리는 작은 행복 가운데 하나인 수입맥주도 가격이 오를 상황이라 살림살이는 더욱 힘들어 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