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2시 발표 예고…英·佛·獨 “파기 시 전쟁”, 케리 前국무 “파기 시 北비핵화도 불가”
-
중동 지역에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드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8일 오후 2시(한국시간 9일 오전 3시)에 ‘이란 핵합의(JCPOA, 포괄적 합동이행계획)’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밝히겠다고 발표한 뒤 세계의 이목이 美백악관과 이란을 향하고 있다.
- ▲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은 이란 핵합의에 대한 최종 결정을 8일(현지시간) 발표하겠다고 밝힌 뒤 존 케리 前국무장관을 비판하는 트윗도 올렸다. ⓒ트럼프 美대통령 트위터 캡쳐.
‘워싱턴 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美주요 언론들은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8일 오후 2시에 백악관에서 ‘이란 핵합의’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7일 트위터에 밝혔다”면서 트럼프 美대통령이 계속 주장해 온 것처럼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고 새로운 협의를 요구할 경우 중동 지역에서의 분쟁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전했다.
美정부가 당초 제시한 ‘이란 핵합의 개정’ 시한은 5월 12일이다. 트럼프 美대통령이 미국의 입장을 나흘 앞당겨 밝히겠다는 것은 이란은 물론 핵합의에 참가한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독일에게 개정 동참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풀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프랑스와 영국, 독일은 ‘이란 핵합의’의 파기와 재협상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유럽방송’에 따르면, 프랑스와 독일 외무장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이란 핵합의를 통해 세계가 보다 안전해졌으며, 이 합의가 없었고 논의가 실패했다면 세계는 지금보다 더 위험해졌을 것이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특히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과 관계없이 이란 핵합의를 통해서도 탄도미사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란 핵합의’ 파기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중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프랑스, 독일에다 영국까지 ‘이란 핵합의’ 파기에 반대하자 이란은 용기를 얻은 모습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미국이 합의 체제에서 떠나더라도 우리는 다른 참가국들과 함께 계속 합의를 지킬 것”이라며 미국의 뜻에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
트럼프 美대통령이 파기 및 재협상을 요구하는 ‘이란 핵합의’는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함께 맺은 합의 체제로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국제사회는 경제 제재를 해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 ▲ 2016년 1월 이란 혁명수비대가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지하 탄도미사일 기지. 트럼프 美대통령은 이 또한 폐기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 중이다. ⓒ이란 관영매체 선전영상 캡쳐.
‘이란 핵합의’의 주요 내용은 이란 정부가 고농축 우라늄(HEU) 및 플루토늄 생산을 합의 이후 15년 동안 중단하고, 보유하는 고농축 우라늄의 상한선을 300kg으로 제한하며, HEU 생산용 원심 분리기는 기존의 1만 9,000여 개에서 6,100여 개로 줄이도록 제한했다. 그리고 이란이 합의를 충실히 이행할 경우에는 2030년에 해당 제한까지 모두 풀기로 한 내용을 담았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이란 핵합의’에 대해 “왜 미국의 동맹을 위협하는 탄도미사일 개발을 포함시키지 않았고, 핵무기 개발을 완전히 포기시키지 않았느냐”고 지적하며 “내가 태어나서 본 것 가운데 최악의 합의”라고 계속 비난해 왔다. ‘이란 핵합의’로는 이란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만드는 것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곁들였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특히 이란이 핵합의 이후에도 계속 개발 중인 탄도미사일이 중동은 물론 유럽의 동맹국을 노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란 핵합의가 시작된 이유는 핵탄두 장착 탄도미사일의 최종 목표가 중동과 유럽 국가들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레사 메이 英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이 미국을 찾아 ‘이란 핵합의’ 파기에 대한 재고를 요청했지만 트럼프 美대통령은 이를 듣지 않았다.
트럼프 美대통령이 당초 5월 12일로 예정됐던 ‘이란 핵합의’ 관련 시한을 8일로 앞당긴 데는 이 합의를 주도했던 존 케리 前국무장관이 최근 美전역과 해외를 누비며 “이란 핵합의를 파기할 경우 다른 나라와 핵 폐기 협상을 두 번 다시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거나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면 달러화 가치가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존 케리 前국무장관은 또한 국내외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이란 핵합의를 파기할 경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거나 “중동 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 또는 “1994년 북한과의 제네바 합의에서 교훈을 얻어서 만든 이란 핵합의는 성공작”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케리 前국무장관의 이런 주장을 美주요 언론들이 그대로 받아쓰는 한편 국제유가 상승과 달러 가치 하락 등을 보도하며 ‘反트럼프 여론’을 조성하려 하자 트럼프 美대통령이 여기에 쐐기를 박기 위해 ‘이란 핵합의’ 입장 발표 시한을 앞당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