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의료진에만 책임묻는 복지부에 격분최대집 의협회장 당선인 및 의사 300여 명도 정부책임론에 힘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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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호사연대 이대목동병원 대책위원회 소속 간호사들이 지난 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뉴시스 DB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담당 의료진이 대거 구속된 가운데, 간호사연대는 성명서를 내고 의료진 뿐만 아니라 병원과 정부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간호사연대·대한전공의협의회·행동하는 간호사회 등으로 구성된 이대목동병원 대책위원회는 8일 성명서를 통해 "거대한 시스템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은 채, 개인에게만 이 사건의 모든 잘못을 묻고 끝내려는 것을 반대한다"며, 보건복지부의 책임을 추궁했다.이날 성명서에서 간호사연대는 "의료진이 잘못이 있어도 처벌하지 말라는 주장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병원 내 감염이 발생하고 아이들이 사망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지 못한 의료인들은 업무상 과실치사가 적용됐지만, 병원장을 포함한 경영진과 이대목동병원에 1등급 평가를 준 보건복지부의 책임 소재는 증발했다"고 비판했다.아울러 "관행 유지가 이대목동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지금의 기형적인 구조와 관행을 만들어내고 유지해온 책임자가 누구인지, 이를 방치했던 주체는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은 지난해 12월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미숙아 4명이 집단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최근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주치의 조모 교수와 박모 교수, 수간호사 A씨 등 의료진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했다.직후인 지난 3일 간호사연대는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제의 본질은 덮어두고 꼬리자르기 식으로 수사를 하는 과정이 안타깝다"고, 병원 경영진 및 정부 책임자를 향한 추가적인 조사를 촉구한 바 있다.이날 간호사연대 등 대책위원회 관련 단체는 오후 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자식을 잃은 유족의 마음을 온전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함이 많았다"며 유가족을 배려하기 위해 집회는 취소하고 성명서로 갈음했다.한편 최대집 제40대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도 이날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긴급규탄대회를 열어 이대목동병원 사건과 관련해 의료진만 구속된 점에 대한 부당성을 호소했다. 집회현장에는 의사 300여 명이 모여 수사당국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다음은 간호사연대의 성명서 전문이다.['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에 대한 '간호사연대' 성명서]이대목동병원에서 일어난 사건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가슴 아픈 일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인으로서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변명이 아닌 대한민국 의료 현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현실을 깊이 들여다보았을 때 문제를 알고 해결하여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1. 저희는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이 잘못이 있어도 무조건 처벌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님을 확실히 밝힙니다. 결코 자식을 잃은 유족의 마음을 온전히 헤아릴 수 없을 것이기에 그동안 이 문제를 대하면서 늘 조심스럽게 접근하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함이 많았던 점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오늘 진행하려던 집회가 의료인의 책임회피로만 비춰져 유족들의 마음에 더 큰 생채기를 낼 수도 있다는 우려로 저희는 일정을 취소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우리의 진심은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의 책임을 회피하고 옹호하려는 것이 아님을 알아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2. 의료인에게는 의료인의 책임이 있고 병원에는 병원의 책임이 있으며 정부에는 정부의 책임이 있습니다. 거대한 시스템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은 채 개인에게만 이 사건의 모든 잘못을 묻고 끝내려는 것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병원 내 감염이 발생하고 아이들이 사망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지 못한 의료인에게 업무상 과실치사가 적용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 먼저 올바른 감염관리 지침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적극 노력하였어야 할 병원장 등 경영진의 책임소재는 증발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허술하게 감염관리를 하고 있는 이대목동병원에 의료기관 평가 1등급을 줬던 보건복지부야말로 이 사태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개인의 문제로만 접근하면 이 문제는 이대목동병원에서 끝나버리고 말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의료현장에서 관행이 이어지고 있으며 많은 의료인들이 우리 모두 이렇게 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매 순간 양심을 지키고 싶지만 때로 관행을 묵인해야만 했던 이유에 대해서 고백하고 현장의 개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3.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할 점은 관행의 유지가 이대목동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의 기형적인 구조와 관행을 만들어내고 유지해온 책임자가 누구인지, 이를 방치했던 주체는 누구인지 밝히고 반드시 현장을 개선해야만 합니다.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무려 4명의 아이가 귀한 목숨을 잃은 이 순간조차 가장 큰 책임을 가진 '병원'과 '정부'는 빠져 버린 채 의료진 7명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거대한 병원과 의료 시스템의 관행에 의료인들이 적당히 타협하거나 윤리적 갈등을 느끼며 일하지 않아도 되는 병원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학교에서 배운 대로 원칙대로 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의료 현장이 개선되지 않고는 이런 악몽 같은 비극이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어디에나 있는 이대목동병원을 바꾸려면 국민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2018년 4월 8일 일요일 간호사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