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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6일 저녁 경남 밀양에 도착해 화재참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밀양(경남)=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여야 주요 정치인들이 37명이 목숨을 잃은 경남 밀양의 화재참사 현장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찾으면서, 정권책임론을 놓고 격렬한 정치 공방을 벌였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청와대·내각의 총사퇴를 요구하며 포문을 열자, 정권을 맡고 있는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경남도지사를 지냈던 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겨냥하며 민감하게 맞섰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26일 오후 3시를 전후해 함진규 정책위의장, 홍철호 행정안전위원회 간사, 김상훈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김성원 원내대변인 등과 함께 참사 현장인 밀양세종병원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현재의 집권세력이 날이면 날마다 외쳤던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면 정부가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하고 청와대와 내각이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참사현장을 둘러본 김성태 원내대표는 현 정권의 아픈 구석을 예리하게 찔러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제천 화재참사와 밀양 화재참사 사이에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을 가리켜 "지하철 '생신' 광고판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흐뭇하게 만면에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며 "제천 화재참사 현장에서 유족들의 울부짖음이 가시지 않았는데,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지난 23일의 청와대 오찬회동에서의 지방선거 논의를 끄집어내 "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부산·경남도 좋고, 대구도 접수하겠다고 말하는 등 보수정당의 궤멸만 꿈꿔왔다"며 "이 정권이 국민에게 얼마나 소홀했는지 보여준 단면이 바로 밀양 화재참사 현장"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북한 현송월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민주당 민홍철 경남도당위원장을 영접하기 위해 현장에 나와 있던 일부 민주당 당원들이 마침내 폭발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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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6일 오후 경남 밀양에 도착해 화재참사 현장인 세종병원 앞에서 소방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밀양(경남)=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현송월 뒤치다꺼리' 발언에 격분한 민주당 경남도당 당원들은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앞을 막아서며 행패를 부리고 고성을 지르는 등 참사현장에서 아비규환을 빚기도 했다.
이번 주에 겨울휴가를 보내며 정국 구상을 가다듬고 있던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저녁 7시 무렵 휴가지였던 전남 신안으로부터 밀양의 참사 현장에 도착했다.
민홍철 경남도당위원장과 변재일·김영호·김민기·임종성·김정우·김영진 의원 등과 함께 참사 현장을 둘러본 추미애 대표는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작심 비판에 일단 예봉을 피했다.
추미애 대표는 취재진의 질문에 "(화재참사를) 정치적으로 끌고갈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그렇게 말한다면 (경상남도의) 직전 행정 최고책임자가 누구였는지 봐야 한다"고 맞불을 질렀다.
경상남도의 행정 최고책임자인 도지사 자리는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해 5·9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 이후 공석으로 남아 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중이다. 결국 추미애 대표는 홍준표 대표를 공격하는 위위구조(圍魏救趙)의 방식으로 김성태 원내대표의 공격을 무력화하려 시도한 셈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방문 사이에 화재참사 현장을 찾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정치적 문제와 관련해서는 신중하게 언급을 삼가면서도, 결국 이와 같은 대형 참사는 정권을 잡고 있는 쪽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자세를 취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화재참사 현장을 둘러본 뒤 취재진과 만나 "현 정부가 며칠 전에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했지만, 구호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며 "지난 제천 화재참사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도대체 한 달 동안 무엇을 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따져서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점검했어야 했는데,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을 한 것인가"라며 "이번 참사를 계기로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화하는 노력은 국민의당이 앞장서서 하겠다"고 다짐했다.





